짧은 글(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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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꿈]
바람이 불지 않아도 파도는 끊임없이 일렁이고, 눈을 뜨고 있어도 이렇게 꿈을 지어나간다. 이러한 모든 것에서 어찌 도를 닦을 마음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 [돌 위에 새긴 생각] 정민. * 가슴 속 파도 위 영겁을 표류하였고, 오온의 꿈 지음을 깨지 못하고 있는데.
2023.11.30 -
[이별은 미美의 창조創造]
『이별은 미美의 창조創造입니다. 이별의 미美는 아침의 바탕(質) 없는 황금黃金과 밤의 올(糸) 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永遠의 생명生命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어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美는 이별의 창조創造입니다. - 한용운 [님의 침묵] ————— ‘이별’이란, 아름다움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아름다움은, 아침이라는 바탕 없는 황금과, 밤이라는 실 없는 비단과, 죽음이 없는 영원한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입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라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아름다움’이란 이별이 창조해 내는 것입니다.
2023.11.22 -
[반딧불의 밝음은 썩은 풀의 어둠에서 생겨난다]
[讀解] 굼벵이는 아주 더러우나 변하여 매미가 되어서 가을 이슬을 마시고、썩은 풀은 빛이 없으나 화하여 개똥벌레가 되어서 여름밤에 광채를 비춘다. 그러므로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으로부터 나오고, 밝음은 항상 어두움으로부터 나옴을 알아야 한다. [講義] 굼벵이는 진흙 속에서 자라는 더러운 벌레지마는、허물을 벗고 매미가 되면 가을 바람에 맑은 이슬을 마셔 아주 깨끗한 생활을 하고, 썩은 풀은 마음이 없는,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는 것이라 본래 광채가 없지마는,변해서 개똥벌레가 되면 여름 밤에 그 광채를 빛낸다. 그러니까 매미의 깨끗함은 굼벵이의 더러움에서 나온 것이고、개똥벌레의 빛남은 썩은 풀의 어둠에서 생겨난 것이니, 이것으로써 모든 사물을 미루어 알 수 있다. ….. ——————— [原文] 糞蟲至穢。變爲蟬。..
2023.11.03 -
[쉬파리처럼 분주하고 돼지처럼 씩씩대다]
蠅營豕息 쉬파리처럼 분주하고 돼지처럼 씩씩대다 귀양 살던 다산에게 이웃에 사는 황군黃君이 찾아왔다. 그는 술꾼 이었다. 술 냄새를 풍기며 그가 말했다. "선생님! 저는 취해 살다 꿈속 에 죽을랍니다[醉生夢死]. 욕심부려 뭣합니까? 그리 살다 가는 게지요. 집 이름을 아예 취몽재醉夢齋로 지을까 합니다. 글 하나 써주십시오." 다산의 성정에 마땅할 리 없었겠지만 꾹 참고 말했다. " 자네, 제 입으로 술 취했다고 하는 걸 보니 아직 취하지 않은 것일세. 진짜 취한 사람은 절대로 제가 취했단 말을 안 하는 법이지. 꿈꾸는 사람이 꿈인 줄 아는 것은 꿈 깬 뒤의 일이라네. 제가 취한 줄을 알면 오히려 술에서 깨어날 기미가 있는 것이지. 세상 사람들을 보게. 파리처럼 분주하고[蠅營] 돼지처럼 씩씩대질 않는가[豕息..
2023.09.25 -
[눈 귀 코 혀 몸 뜻이 없다]
師幼歲。從師因念般若心經至無眼耳鼻舌身意處。忽以手捫面。問師曰。某甲有眼耳鼻舌等。何故經言無。其師駭然異之曰。吾非汝師。即指往五洩山禮靈默禪師。 (동산 양개)선사께서 어렸을 때, 스승을 좇아 을 외다가[念]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눈 귀 코 혀 몸 뜻이 없다)’라는 곳에 이르러 문득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서 스승께 물었다. “저는 눈 귀 코 혀 등이 있는데 어째서 경經에서는 없다고 하는지요?” 그 스승은 깜짝 놀라 그를 남다르게 여기며 말하길, “나는 네 스승이 아니다.”라고 하여, 곧 오설산으로 가서 영묵선사께 예를 올리도록 지시 하였다. - [筠州洞山悟本禪師語錄] ————— 有此六根 隨順眾生之說。諸佛具大慈悲 現三十二相 八十種好 以幻滅幻 非幻不滅。不滅者 是眾生本來具足法身 法身即非法身 是名法身。法身有名無形。 이 육..
2023.09.24 -
[생계生計]
古院無塵枕碧山 雙扉開閉白雲間 一瓶一鍚爲生計 年去年來也等閑 옛 선원 티끌 없이 푸른 산을 베고 누워 흰 구름 사이에서 사립문을 열고 닫네. 물병 하나 주장자 하나 살림으로 삼고서 해가 가고 해가 옴에 두어두고 지낸다네. - 留題洪法院, 의천義天.
2023.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