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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술에 취醉해 꾸짖다가 문득 향香을 피우고 절을 한다]
此物은 非聖非凡이로되 而凡而聖이오 非淨非染이로되 而染而淨하니 所以道手把破砂盆하고 身被羅錦綺하며 有時醉酒罵人하다가 忽尒燒香作禮로다. 이 물(此物)은 성聖(성인) 아니며 범凡(범부) 아니로되 범凡이고 성聖이며, 깨끗함 아니며 더러움 아니로되 더러우며 깨끗하니, 이런 까닭으로 이르되, ‘손에는 깨진 사발(사기그릇) 잡고 몸에는 비단옷(羅錦綺)를 입으며, 이따금 술에 취醉해 꾸짖다가 문득 향香을 피우고 절한다’ 함이로다. 一念迷也에 雲起長空하야 上明下暗하며 一念悟也에 風掃迷雲하야 上下가 洞徹하나니 染淨의 所以興也이며 聖凡의 所以作也이니 聖凡이 旣作하면 則感應이 生焉하야 凡은 在迷而渴仰風化하고 聖은 在悟而爲物興悲하나니 所以我迦文이 於寂滅場中에 初成正覺하사 作師子吼하시되 奇哉奇哉라 普觀一切衆生혼댄 具有如來智慧德相호..
2023.11.27 -
[이별은 미美의 창조創造]
『이별은 미美의 창조創造입니다. 이별의 미美는 아침의 바탕(質) 없는 황금黃金과 밤의 올(糸) 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永遠의 생명生命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어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美는 이별의 창조創造입니다. - 한용운 [님의 침묵] ————— ‘이별’이란, 아름다움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아름다움은, 아침이라는 바탕 없는 황금과, 밤이라는 실 없는 비단과, 죽음이 없는 영원한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입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라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아름다움’이란 이별이 창조해 내는 것입니다.
2023.11.22 -
[반딧불의 밝음은 썩은 풀의 어둠에서 생겨난다]
[讀解] 굼벵이는 아주 더러우나 변하여 매미가 되어서 가을 이슬을 마시고、썩은 풀은 빛이 없으나 화하여 개똥벌레가 되어서 여름밤에 광채를 비춘다. 그러므로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으로부터 나오고, 밝음은 항상 어두움으로부터 나옴을 알아야 한다. [講義] 굼벵이는 진흙 속에서 자라는 더러운 벌레지마는、허물을 벗고 매미가 되면 가을 바람에 맑은 이슬을 마셔 아주 깨끗한 생활을 하고, 썩은 풀은 마음이 없는,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는 것이라 본래 광채가 없지마는,변해서 개똥벌레가 되면 여름 밤에 그 광채를 빛낸다. 그러니까 매미의 깨끗함은 굼벵이의 더러움에서 나온 것이고、개똥벌레의 빛남은 썩은 풀의 어둠에서 생겨난 것이니, 이것으로써 모든 사물을 미루어 알 수 있다. ….. ——————— [原文] 糞蟲至穢。變爲蟬。..
2023.11.03 -
[며느리의 노래]
노래듣기: 삶의 노래. - 이정호. 상주 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큰 아가 연밥 줄밥 내 따 주마 우리 부모 섬겨다오. 능청능청 저 비 끝에 시누 올케 마주 앉아. 나두야 죽어 후생가면 낭군 먼저 섬길라네. 고초 당초 맵다 해도 시집살이만 못 하더라. 나도야 죽어 후생가면 시집살이는 안 헐라네. 이 배미 저 배미 다 심어 놓고 또 한 배미가 남았구나. 지가야 무슨 반달이냐 초생달이 반달이지. 아~ 아아~ 아~~~ 나나니니 나나니니 나나나 나니니~ 상주 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큰 아가 연밥 줄밥 내 따 주마 우리 부모 섬겨다오. 문어야 대전복 손에 들고 친구 집으로 놀러 가니 친구야 벗님 간 곳 없고 조각배만 놀아난다. ——————— 어린 며느리 나이 열두 살, 집 떠나 시부모를 섬기네. 아직 부..
2023.10.30 -
[법성게法性偈]
[깨달음 그 자체를 나타내 보임] 法性圓融無二相。 법의 본성 원융하여 분별함을 용납 않고 諸法不動本來寂。 모든 법은 부동하여 본래부터 고요해서 無名無相絕一切。 이름 없고 모습 없어 모든 것이 끊겼으니 證智所知非餘境。 깨달은 이 아는 경계 다른 이는 모른다네. [연기의 본질을 가리킴] 真性甚深極㣲妙。 참된 본성 아주 깊고 지극하게 미묘하여 不守自性隨緣成。 자기 성품 고집 않고 인연 따라 성립하네. [다라니의 원리와 작용에 의해 법의 종류별 내용을 설함] 一中一切多中一。 하나 속에 모두 들고 모두 속에 하나 들며 一即一切多即一。 하나가 곧 모두이고 모두가 곧 하나라네. [구체적 현상을 소재로 삼아 법의 종류별 내용을 밝힘] 一微塵中含十方。 한 점 크기 티끌 속에 온 우주가 담겨있고 一切塵中亦如是。 낱낱 모든..
2023.10.27 -
[고아의 노래孤兒行]
[고아의 노래孤兒行] 고아가 걸음 머뭇거리며 고개 숙인 채 숨을 죽이고 감히 소리도 내지 못하네. 숙부는 대청 위에 앉아 있고 숙모는 험악한 얼굴, 서슬 퍼렇다네. 숙부는 죽은 형님 생각치 않고 숙모는 죽은 동서상관치 않는구나. 기억하지 못하네. 야윈형수위독할 때 베개머리에서 머리 조아리며 어린 고아 부탁하던 일. 서 있던 고아 불러 무릎 꿇게 하고 침상 앞에 엎드려 절 시키던 일을. 눈물 훔치며 '예예' 하면서 고아 잘 보살피겠다고 대답한 일들을. 응석동이는 대청 위에 앉아 있고 고아는 대청 밑을 바삐 달리네. 응석동이는 쌀밥에 고기반찬 먹는데 고아는 조심조심 음식 그릇을 나르며 혹시 넘어져 욕먹고 매맞을세라 두려워하네. 아침이면 나가서 물을 긷고 저녁이면 꼴 베어 말을 먹이네. 꼴베다 손가락을 베어서..
202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