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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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꽃들은]
“春至羣花冐雨開” 봄이 이르매, 모든 꽃들은 비를(무릅쓰고) 맞으며 꽃을 피운다. - 남명법천선사. ——— 봄이 이르니, 두드리며 떨어지는 수많은 물방울들을 무릅쓰고 맞으며 모든 꽃들은 이리 저리 비틀거린다. 그렇게 한나절이 넘도록 검은 구름으로 내리 퍼붓던 빛방울들이 흙 줄기 이파리를 흠뻑 적시는데, 기어코 그 물들이 꽃을 피우게 해주는 줄을 누가 알았으랴?
2023.01.21 -
[어머니는 해 지는 문에 기대어 있도다]
○ 多年을 枉作風塵客호니, 去日衣衫이 半不存하도다. 咫尺故園에 歸未得하니 慈親이 空倚日斜門하얏다. 여러 해를 굽히며 풍진객風塵客이 되니, 떠나던 날의 옷이 절반도 남아 있지 아니하도다. 지척咫尺인 옛 정원에 돌아감을 얻지 못하니, 자애로운 어머니가 해 비스듬히 넘어가는 문門에 속절없이 기대어 있도다. 【‘가던 날’이라 함은, 집을 여의고 가는 것이라. ‘의삼衣杉’은 옛에 이르되, 자애로운 어머니가 손으로 짜서 엮던 노니는 아들의 몸 위에 옷이로다. 갈 적에 빽빽이 함은 ‘더디게 오지 않을까 여기다' 함이니, 이 본래本來의 옷이며 어미가 낳은 베적삼이라. ‘반半도 남아 있지 아니하다’ 함은, 타향他鄕에 떠돌아다니 다니며 오랫동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새, 본래本來의 옷이 다 해어진 것이라. ‘지척咫尺인 정원..
2023.01.08 -
[唯學無求無着, 오직 '구함 없음'과 '집착 없음'을 배울 뿐]
○ 師又云 世人聞道諸佛皆傳心法 將謂心上別有一法 可證可取 遂將心覓法 不知心卽是法 法卽是心 不可將心更求於心 歷千萬劫修 終無得日 不如當下無心便是本法 선사가 이르시되, “세상 사람들은 ‘모든 부처님들이 마음법[心法]을 전하셨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문득 마음 위에서 따로 가히 증득證得하고 가히 취取할 한 법法이 있다고 하여, 마침내 마음을 가지고 법을 찾되 마음이 곧 이 법인 줄을 알지 못한다. 마음을 가지고서 다시 마음을 구할 수 없어 천만겁이 지나도록 닦아도 끝내 얻을 날이 없으니, 당하當下에 무심無心함이 바로 이 본래本來의 법法인 것만 같지 못함이라. ○ 師又云 學道人 若欲得成佛 一切佛法 總不用學 唯學無求無着 無求卽心不生 無着卽 心不滅 不生不滅卽是佛 學道人 只怕一念有卽與道遠矣 念念無相 念念無爲 卽是佛..
2022.12.22 -
[하담여래荷擔如來, 능히 짊어짐]
[하담여래荷擔如來, 여래의 짐을 짊어짐] 【經】 若有人이 能受持讀誦하야 廣爲人說하면 如來가 悉知是人하며 悉見是人하나니, 皆得成就不可量不可稱無有邊不可思議功德하리니 如是人等은 則爲荷擔如來阿耨多羅三藐三菩提니 만약 사람이 능히 수지독송하여 널리 남을 위하여 이르면 여래가 이 사람을 다 알며 이 사람을 다 보나니, 다 가히 헤아리지 못하며 가히 저울질 하지 못하는 갓 없는 불가사의공덕을 이루리니, 이와 같은 사람들은 곧 여래의 아누다라삼먁삼보리를 짊어짐이니라. ______ [능히 삶을 그대로 짊어짐] “지게질 할 때는 묵묵히 발끝만 보고 그림자를 밟으며 걷지요. 고개를 치켜들고 ‘어디까지 왔나?’ ‘얼마나 남았나?’ 하고 조바심을 내면 힘이 들어 지게질을 못 해요. 그냥 푹신한 등대에 등을 붙이고 그 느낌을 온몸..
2022.12.18 -
[견고망상堅固妄想、 진정眞精]
[堅固妄想으로 以爲其本이라] 견고한 망상으로 그 근본을 삼는다. 若目이 明朗ᄒᆞ면 十方이 洞開ᄒᆞ야 無復幽黯ᄒᆞ리니 名이 色陰盡이니 是人ᄋᆞᆫ 則能超越劫濁ᄒᆞ리니 觀其所由컨댄 堅固妄想ᄋᆞ로 以爲其本이니라 만약 눈이 밝으면 시방十方이 훤히 열려 다시 어두움이 없으리니 이름이 ‘색음色陰이 다함[色陰盡]’이니, 이 사람은 능能히 겁탁劫濁을 건너뛰리니, 그 말미암은 바를 관觀해 보건댄 ‘견고堅固한 망상妄想으로 근원根源 삼음’이니라. 【五陰盡相이 非滅身歸無ㅣ라 乃觀力이 洞照ᄒᆞ야 不爲迷礙而已ㄹᄉᆡ 故로 譬若目이 明朗ᄒᆞ면 則十方이 洞開也ㅣ라 最初一念에 空과 見괘 不分이 名劫濁이니 乃色陰之體也ㅣ라 故로 色陰이 盡ᄒᆞ면 則超之ᄒᆞ리 色陰이 始固父母已ㅣ 三이 妄倫이 交結ᄒᆞᆯᄉᆡ 故曰堅固妄想ᄋᆞ로 爲本이라 ᄒᆞ시니라】..
2022.12.17 -
[非閉戶讀書者, 문을 닫아걸고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다]
『板橋非閉戶讀書者 長游於古松 荒寺 平沙 遠水 峭壁 墟墓之間 然無之非讀書也 求精求當 當則粗者皆精 不當則精者皆粗 思之思之 鬼神通之』 판교는 문을 닫아걸고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다. 오래된 소나무[古松], 황폐해진 절[荒寺], 너른 모래밭[平沙] 멀리 흐르는 강[遠水] 솟구친 절벽[峭壁], 쓸슬한 묘지[墟墓] 사이에서 오래 노닐었지만, 그렇다고 그 어디를 가든 독서를 하지 않은 적은 없다. 정미로움을 구하고 마땅함을 구하였으니, 마땅하면 거친 것도 다 정미로워지고, 마땅하지 않으면 정미로움도 다 거칠어짐이라.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귀신에게도 통한다. - 판교자서板橋自叙 지이之二.
202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