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다진 저문 날에】

2017. 8. 4. 14:52전강선사 법문

【해다진 저문 날에
고삐없는 소를 잃고
녹초綠草를 버여들고
소간 곳을 찾어가니
그곳은 운무雲霧 자옥허여
자최 망연茫然】

———

【간밤 부던 바람 만정도화滿庭桃花 다 지것다
아희는 비를 들고 쓸려 허는구나
두어라 낙화落花는 꽃이 아니냐. 쓸어 무삼】

———

【養爾留來歲月深
開籠不見意沈沈
常憶只在秋江上
明月蘆花何處尋】

너를 길러온 지가 留來로 세월이 깊다.
농을 열어도 보이지 않으니 뜻이 침침하구나.
항상 생각해보건댄 가을 강상江上에 있을 듯 한데
달 밝고 갈대꽃 흰데 어느곳에서 찾을꼬.

———

【秋至任他黃葉落
春來依舊草自靑】

가을이 오면 이파리가 누래져서 떨어진다.
봄이 오매 모든 풀 뿌랭이에서 풀은 나오더라.

———

【別面不如花有笑
離情難似竹無心
人人說着曹家女
因得相思病轉深】

꽃 이별하는 낯이 꽃웃음같기 어렵습니다.
이별허는 것은 꽃웃음만도 못합니다
어머니와 나의 이별허는 것이 대무심竹無心만도 못헙니다.
사람사람이 조가녀를 말해서
그로 인해 상사병만 점점히 깊습니다.

———

【蒼煙枯木溪南里
兒子只向何處去】

푸른 연기는 저 먼산에 아지랑이처럼 뿌옇게 끼어있는데
이 자식아, 너는 어느 곳으로 가 버리고 말았냐.

———

【毿毿白髮下靑山
八十年來換舊顔
人却少年松自老
始知從此落人間】

머리가 백발이 되어 이 청산에 내려가서
팔십년 늙은것이 옛 얼굴을 바꾸어 왔습니다
사람은 문득 소년이 되었는데 솔이 솔찬히 컸습니다
이로써 인간에 떨어진 것을 알것습니다

———

【若人欲識解脫境
當淨其意如虛空
今生若不度此身
更待何生度此身】

만약 사람이 해탈경계를 알고자 할진댄
마땅히 그 마음 깨끗하기가 허공이니라.
금생에 이 몸 제도치 못하면
어느 때를 기다려야사 이 몸을 제도하겠느냐.

- 전강선사 법문 690번.


정전강鄭田岡 시갑詩歌니다.

해다진 저문 날으

꼬삐 없는 소를 잃고

녹초綠草를 보여 들고

소 간 곳을 찾어 가니

그곳은 수궁산진水窮山盡 허여

녹음방촌綠陰芳村.

- 전강선사 법문 631번. 684번.

—————————

【수궁 산진水窮山盡 허여、녹음 방촌綠陰芳村】


해다 진、저 문 날 으、

꼬삐 없난、소를, 잃고、

녹초綠草를、보여 들고、간 곧을、찾어 가니、

그곳은、수궁 산진水窮山盡허여、녹음 방촌綠陰芳村.

——

어, 시가詩歌를 말장을 고쳐서 대단히 미안하고 황송허고 그 그거 참 허지마는, 헐 수 없이 내가 고쳐보았다 그말이여.
이것이 중대한 법문이거든!
시가詩歌로 갖다가 법문法門을 만들어 놓았지.

해다진 저문 날에,
- 내가 인자 이놈을 다 알려줄께 보란 말이여 -
해다진 저문날에 해가 다한 저문 날이다.
여태까지 깨달지 못허고 여태까장 온 것이 그것이 그 해가 다진 저문 날이다. 해가 다 저 날은 저물었는디 여태까장 깨달지 못허고 내가 나를 깨달지 못하고 지금까장 이렇게 되아 있으니 이게 노경老境이여.
다 건강한 시대 지내가 버리고 해도 다 저버리고 그 뭐 해가 있이야지?
이 늙은 몸이 이렇게 미迷해가지고 이렇게 미숙구이여, 미래구이여.
왜 이렇게도 오래오래, 얼마나 오래 이래 깨달지 못하고 우리가 여태 이리 있는가.
그 지경을 말한 것이여. ‘해다진 저문날’이라는것은.

꼬삐없난 소잃고,
꼬삐 없난 소! 내가 나를 지끔 잃어버리고 깨달지 못허고 그 꼬삐, 꼬삐가 어디 있는가? 잡을수도, 꼬삐도 없지. 어디 그놈 잡았나? 알 수가 없으니 밤낮 이놈 찾으러 도망, 도망 친 놈을 가지고 있건마는 꼬삐 없난 소를 잃어버렸지. 깨달지 못했으니까, 잉?

녹초綠草를 보여들고,
푹! 풀을 한줌 보여 들고, 응? 소 간곳 그놈 찾아간다고, 내, 나를 인자 화두하는것 아닌가! 화두 잡는것 아닌가! 녹초, 화두 하나를, 지금 ‘이뭣고’, ‘판치생모板齒生毛’를 척 한다 그말이여.
‘판치생모’를 처-억 추켜들고 그래 츰 그놈을 깨달을라고 안 나가는가!
그곳은 그 소찾아가, 소 찾아간 그곳은 수궁산진水窮山盡이다.
물도 다했고 산도 다했다.
벽송스님 시가에는 ‘그곳은 운무가 자욱해서 자최가 없다’ 이랬는데, 나는 ‘그곳은 그 소찾아가는, - 화두를 가지고 이놈 해들어가는데, 판치생모板齒生毛를 찾아가는데, 일체 망상도 거기는 붙덜 못허고 잉? 거기에는 한 모냥 한 덩거리 거그 어리대고 붙덜 못헌 그곳에 바로 인자 그곳을 이른다 - 산도 다하고 물도 다한 곳에 나아간다, 들어간다.’
‘그곳은 구름이 찌어서 자최없다’ 이랬는데, 나는 ‘그곳은 수궁산진水窮山盡이다’. 물도 다하고 산도 다한 곳이다.


물도 다하고 산도 다했는데, 방, 방초 일촌, 내가 뭐라고 했노? 그거 또 잊어부렀다.

녹음방촌綠陰芳村!
물도 다하고 산도 다했는디, 그곳은 녹음방촌綠陰芳村.

내가 고렇게 말장을 맞춰 놓았다 그말이여.

- 전강선사 법문 66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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