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直指》【황벽희운黃蘗希運】

2022. 12. 23. 16:51글뭉치

《직지直指》


【황벽희운黃蘗希運】


○ 黃蘗運禪師 曾散衆 在洪州開元寺 裴休相國 一日入寺 見壁間畫相 問院主云 壁間是什麽 主云高僧 休云形儀可見 高僧向甚麽處去 主無語 休云這裏莫有禪和麽 主云有希運上座頗似禪和 休遂召師 擧前話似之 師曰但請問來 休云形儀可見 高僧向甚麽處去 師召相公 公應喏 師曰高僧在者裏 公於言下領旨

황벽 희운黃蘗希運선사가 일찍이 대중들을 흩어버리시고 홍주洪州의 개원사開元寺에 계셨다. 상국相國 배휴裴休가 하루는 절에 들어갔다가 벽에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고 원주院主에게 물어 이르되, “벽에 그려진 이것이 무엇입니까?” 원주가 이르되, “고승高僧입니다.” 배휴가 이르되, “얼굴의 자태는 가히 볼 수 있거니와, 고승은 어느 곳을 향해서 갔습니까?” 원주가 말이 없자 배휴가 이르되, “이 곳에는 선화자(禪和者, 참선하는 스님)가 없습니까?” 원주院主가 이르되, “희운希運이라는 상좌上座분이 계신데 무척 선화자(禪和者) 다우신 분입니다.” 잠시 후 이윽고 선사를 불러 앞의 있었던 일을 들어 말하니, 선사가 가로되, “다만 청請하여 물으시오”하였다. 배휴가 이르되, “얼굴 자태는 가히 볼 수 있거니와 고승은 어느 곳을 향해 갔습니까?” 선사가 상공相公(배휴)을 불렀는데 상공이 이에 응應하여 “예!”하였다. 선사가 가로되, “고승은 다만 이 속에 있소.” 상공이 말 아래[言下] 그 뜻을 알아차렸다.


師又曰 此本源淸淨心體 常自圓明遍照 世人不悟 只認見聞覺知爲心 爲見聞覺知所覆 所以不覩精明本體 但直下無心 本體自現 如大日輪 昇於虛空 徧照十方 更無障碍

선사禪師가 또 가로되, “이 본원청정本源淸淨한 마음의 본체[心體]는 항상 스스로 두렷하고 밝게 두루 비추는데, 세상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고 다만 보고 듣고 깨달아 아는[見聞覺知]데에만 뒤덮힌 바 되어 이러한 까닭으로 정명본체[精明本體]를 보지 못하는 것이니, 다만 직하直下에 무심無心하면 본체本는 스스로 드러나 큰 해가 허공에 떠올라 시방을 두루 비추되 다시 걸림이 없는 것과 같다.”

○ 師又云 凡夫取境 道人取心 心境雙忘 乃是眞法 忘境猶易 忘心至難 人不敢忘心 恐落空無撈摸處 殊不知空本無空 唯一眞法界耳

선사가 또 이르되, “범부凡夫는 경계境界를 취取하고 도인道人은 마음을 취取하나, 마음과 경계를 모두 잊어야 곧 이 진실한 법이다. 경계를 잊기는 오히려 쉬우나 마음을 잊기는 지극히 어려워서, 사람이 감히 마음을 잊지 못하고서 더듬어 찾을 곳 없는 공空에 떨어질까 두려워하나니, 공空은 본래로 공空이라 할 것이 없어 오직 한 진법계眞法界일 뿐임을 전혀 알지 못하도다.”

○ 師又云 世人聞道諸佛皆傳心法 將謂心上別有一法 可證可取 遂將心覓法 不知心卽是法 法卽是心 不可將心更求於心 歷千萬劫修 終無得日 不如當下無心便是本法

선사가 이르시되, “세상 사람들은 ‘모든 부처님들께서 마음법[心法]을 전하였다’ 말하는 것을 듣고, 문득 마음 위에서 따로 가히 증득證得하고 가히 취取할 어떤 한 법法이 있다고 생각하여, 마침내 마음을 가지고서 법을 찾되 마음이 곧 이 법인 줄을 알지 못한다. 마음을 가지고 다시 마음을 구할 수는 없는 것이니, 천만겁이 지나도록 닦는다하더라도 끝내 얻을 날이 없으리라. 당하當下에 무심無心하여 곧 이 본래本來의 법法인 것만 같지 못하니라.
○ 師又云 學道人 若欲得成佛 一切佛法 總不用學 唯學無求無着 無求卽心不生 無着卽 心不滅 不生不滅卽是佛 學道人 只怕一念有卽與道遠矣 念念無相 念念無爲 卽是佛
선사가 또 이르시되, “도를 배우는 사람이 만약 성불成佛을 얻고자 할진댄, 일체의 불법佛法은 모두가 배움을 쓰지 않나니, 모두가 구함 없음[無求]과 집착 없음[無着]을 배울 뿐이다. 구함이 없은즉 마음이 나지 않으며[不生] 집착이 없은즉 마음이 멸하지 않나니[不滅], 나지 않고 멸하지 않음[不生不滅]이 곧 이 불佛(부처)이니라. 도道를 배우는 사람은 다만 한 생각[一念]에 곧 도道와 더불어 멀어짐이 있음을 두려워하도다. 생각 생각 상相이 없고[無相] 생각 생각 함이 없음[無爲]이 곧 이 불佛이니라.


○ 師云 無心卽便是行此道 更說什麽得與不得 且如瞥起一念便是境 若無一念 便是境忘心自滅 無復可追尋

선사가 이르시되, “무심無心이 곧 이 도道를 행行함이니, 다시 무슨 얻음과 얻지 못함을 설說하랴? 또 문득 한 생각[一念]을 일으킴이 곧 경계境界인 것과 같아서, 만약 한 생각[一念] 없으면 곧 경계境界도 다하여 마음이 스스로 멸滅하는지라, 다시 가히 쫓아 찾을 것이 없느니라.

○ 師云 法本不有 莫作無見 法本不無 莫作有見 有之與無 皆是情見

선사가 이르시되, “법法이 본래로 있음[有]이 아니나 없음[無]이라는 견見(견해)을 짓지 말며, 법法은 본래로 없음[無]이 아니나 있음[有]이라는 견해를 짓지 말라. 있음이 없음을 함께하니, 다 이 정情의 견見이니라.

○ 又云 妄本無體 卽是汝心所起 汝若識心是佛心本無妄 那得起心更認於妄

또 이르시되, “망妄은 본래로 체體가 없으니 곧 그대의 마음이 일으킨 바이라. 그대가 만약 ‘마음이 불佛이요 마음은 본래로 망妄이 없음’을 안다면, 어찌 마음을 일으켜 다시 망妄을 인식할 수 있겠는가?”


○ 又云 問從何來 覺從何起 語黙動靜 一切聲色 盡是佛事 何處覓佛 不可更頭上安頭也 但莫生異見 三千世界 都來是个自己 何處有許多般

또 이르시되, “물음[問]은 무엇을 좇아서 오며 각覺은 무엇을 좇아 일어나는가? 말하고 잠잠하며 움직이며 고요함[語黙動靜]과 일체의 소리와 형색[聲色]이 다 이 불사[佛事, 부처님 일]이거늘 어느 곳에서 부처를 찾느냐? 다시 머리 위에 머리를 둘 수 없느니라. 다만 다른 견해[異見]를 생生하지 않으면, 삼천세계三千世界가 모두 옴에 이낱 자기自己이니, 어느 곳에 허다한 갖가지 일들이 있겠는가?


○ 又云善惡都莫思量 當處便出三界 如來出世 爲破三有 若無一切心 三界亦非有

또 이르시되, 선善과 악惡을 다 사량思量치 말라. 당처當處(당한 그 자리)가 곧 삼계三界를 벗어남이니라. 여래如來가 세상을 나심은 삼유三有를 파破하시기(부수어버리기) 위함이나, 만약 일체의 마음이 없으면 삼계三界도 또한 있는 것이 아니니라.


○ 又云 凡夫皆逐境生心 心遂忻厭 若欲無境 當忘其心 心忘卽境空 境空卽心滅 若不忘心 但除其境 境不可除 只益紛擾 故萬法唯心 心亦不可得 復何求哉

또 이르시되, 범부凡夫는 모두가 경계境界를 쫓아서 마음이 생生하여 마음이 마침내 좋아하고 싫어한다. 만약 경계境界를 없애고자 하면 마땅히 그 마음을 잊어야 한다. 마음을 잊음에 곧 경계境界가 공空하고 경계境界가 공空함에 곧 마음이 멸滅함이라. 만약 마음을 잊지 못하고 다만 그 경계를 제除(제거)하려 하면, 경계는 가히 제除할 수 없으며 다만 어지럽고 요란함만 더하리라. 그러한 까닭으로 만법萬法은 오직 마음[唯心]이요 마음도 또한 가히 얻을 수가 없나니, 다시 무엇으로 구하리오?


○ 又云 凡人臨欲終時 但觀五蘊皆空 四大無我 眞心無相 不去不來 生時性不曾來 死時性亦不曾去 湛然圓寂 心境一如 但能如是 直下頓了 不爲三界所拘繫 便是出世人也 切不得有分毫趣向 若見善相諸佛來迎及種種現前 亦無心隨去 若見惡相種種現前 亦無 心怖畏 但自忘心 同於法界 便得自在 此是要節也

또 이르시되, 무릇 사람이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는, ‘다만 오온五蘊이 모두 공空하고 사대四大는 아我가 없음’을 관觀할지니, 진실한 마음[眞心]은 상相이 없으며, 가지도 아니하고 오지도 아니하며, 태어날 때에 성性은 일찍이 오지 않았고 죽을 때에도 성性은 일찍이 가지 않아서, 담연湛然하고(맑고) 원적圓寂함에(고요함에) 마음과 경계가 일여一如(한결같이 여여如如)하니라. 다만 능히 이와 같이 직하直下에 몰록 깨달으면, 삼계三界에 묶어 매인 바가 되지 아니하나니, 바로 이것이 출세인出世人(세간을 벗어난 사람) 이니라. 간절히 하여 뜻으로 향하는 바가 터럭만큼이라도 있으면 아니 되니, 만약 선善한 상相으로 모든 부처님들이 오셔서 맞이해주시거나 갖가지로 앞에 나타남을 보이신다 하더라도 또한 마음은 따라서 감이 없으며, 만약 악惡한 상相으로 갖가지를 앞에 나타내 보인다 하더라도 또한 마음은 두려움이 없어서, 다만 스스로 마음을 잊어버리면 법계와 한가지로 곧 자재自在함을 얻으리니, 이것이 요긴한 절목節目이니라.


○ 又云 學道人 多於敎法上悟 不於心法上悟 雖歷劫修行 終不是本佛 若不於心悟 乃至於敎法上悟 卽輕心重敎 遂成逐塊 忘於本心 故但契本心 不用求法 心即法也

또 이르시되, 도道를 배우는 사람이 많이들 교법敎法(교리법) 위에서 깨달으려 하고 심법心法(마음법) 위에서 깨달으려 하지 않나니, 비록 역겁歷劫 동안을 수행修行한다 하더라도 끝내 이 ‘본래 부처[本佛]’는 아님이라. 만약 마음[心]에서 깨닫지 아니하고 나아가 교법敎法 위에서 깨달으려 하면, 곧 마음을 가벼이 여기고 교敎를 중히 여김이라 마침내 ‘흙덩이 쫓음[逐塊, 개가 흙덩이를 쫓는다]’을 이루어 본심本心을 잊어버리느니라. 이러한 까닭으로 다만 본심本心에 계합契合할 것이요 법法 구하기를 쓰지 않나니, 마음이 곧 법[心即法]이니라.


○ 又云 凡人 多爲境㝵心 事㝵理 常欲逃境以安心 倂事以存理 不知乃是心㝵境理㝵事 但令心空境自空 理寂事自寂 勿倒用也

또 이르시되, “무릇 사람이 많이들 ‘경계[境]가 마음[心]을 장애한다’ 여기고 ‘일[事]이 이치[理]를 장애한다’ 여겨서, 항상 경계를 벗어남으로써 마음을 편안히 하고 일을 없앰으로써 이치를 보존하려 하나니, 곧 이 마음이 경계를 장애하고 이치가 일을 장애함을 알지 못함이니라. 다만 마음이 공空함에 경계가 그대로 공空하고 이치가 적寂함에 일이 그대로 적寂하도록 하여 그 씀을 거꾸로 하지 말지니라.

○ 又云 學道人 若不直下無心 縱經塵劫不成聖道 若能直下無心 便是究竟

또 이르시되, “도道를 배우는 사람이 만약 직하直下에 무심無心하지 아니하면 설령 진겁塵劫을 지나더라도 성인의 도를 이루지 못하며, 만약 능히 직하直下에 무심無心할 수 있으면 바로 이 구경究竟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