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 스님, 중노릇 하는 법》

2022. 8. 22. 10:00글뭉치

《경허 스님, 중노릇 하는 법》

대저 중노릇하는 것이 적은 일이리요
잘 먹고 잘 입기 위하야 중노릇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 되어 살고 죽는 것을 면하고자 하는 것이니
부처 되려면 내 몸에 있는 내 마음을 찾아보아야 하는 것이니
내 마음을 찾으려면 몸뚱이는 송장으로 알고
세상일이 좋으나 좋지 안으나 다 꿈으로 알고
사람 죽는 것이 아침에 있다가 저녁에 죽는 줄로 알고
죽으면 지옥에도 가고 짐승도 되고 귀신도 되어
한없는 고생을 받는 줄 생각하야 세상만사를 다 잊어버리고 항상 내 마음을 궁구하되

보고 듯고 일체 일을 생각하는 놈이 모양이 어떻게 생겻는고
모양이 있는 것인가 모양이 없는 것인가
큰가 작은가 누른가 푸른가 밝은가 어두운가 의심을 내여 궁구하되
고양이가 쥐잡듯 하며 닭이 알 안듯 하며
늙은 쥐가 살든 궤짝 좃듯하야
항상 마음을 한군데 두어 궁구하야
잊어버리지 말고 의심하야
일을 하더라도 의심을 놓지 말고
그저 있을 때라도 의심하야
지성으로 하여 가면 필경에 내 마음을 깨달을 때가 있을 것이니
부디 신심을 내어 공부할지니라

대저 사람 되기 어렵고
사람 되어도 사나이 되기 어렵고
사나이 되어도 중노릇하기 어렵고
중이 되어도 부처님 바른 법을 만나기 어려우니
그런 일을 깊이 생각하며
부처님 말씀이 사람이 된 이는 손톱 위에 흙 같고
사람의 몸 잃고 짐승 된 이는 왼 세상 흙 같다 하시고
또 사람의 몸 한번 잃으면 억만년이라도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하시며
또 항상 지옥에 처하기를 동산에 놀듯하며
아귀 귀신이나 축생 되기를 내 집에 있듯 한다 하시며
또 한번 성불하면 다시 죽도 살도 않고
다시 고생을 아니 받는다 하시니
이런 말씀을 자세히 들어 생각하며

또 이전에 권선사라는 스님은
아침부터 공부하다가 해가 질 때면 다리를 뻗고 울어 가로되
오늘 해도 공연히 지내고 마음을 깨닷지 못하였다 하고 날마다 그리한 이도 있고
공부하노라고 마음 지극히 먹은 이를 모다 적을 수 없으니
다 죽고 살기를 잊고 먹고 입기를 잊고 잠자기도 잊고 공부하셨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여야 공부가 될 터이니 자세히 생각하며

이전에 동산 스님이 글을 지어 가로대
거룩하다는 이름도 구하지 말고 재물도 구하지 말고 영화스러운 것도 구하지 말고
그렁저렁 인연을 따라 한세상을 지내여서
옷은 떨어지거든 거듭거듭 기워 입고
양식은 없거든 가끔가끔 구하여 먹을지로다
턱어리 밑에 세 마디 기운이 끊어지면 문득 송장이요
죽은 후에는 헛 이름뿐이로다
한낮 허환한 몸이 며칠이나 살 것이관대
쓸대없는 일을 하느라고 내 마음을 깜깜하게 하여
공부하기를 잊어버리리요 하시니라

내 마음을 깨달은 후에
항상 그 마음을 보전하야 깨끗이 하고 고요히 하야
세상에 물들지 말고 닦아 가면 한없는 좋은 일이 하도 많으니 부대 깊이 믿으며
죽을 적에라도 아프도 않고 앓지도 않고 마음대로 극락세계에도 가고 가고 싶은 대로 가나니라
부처님 말씀에 하시기를 남자나 여인이나 노소를 물론하고 이 법문을 믿고 공부하면 모두 부처가 되리라 하시니 어찌 사람을 속이리오.
오조홍인 대사 말씀이 내 마음을 궁구하면 깨달을 것이라 하시고
맹세하시되 너희가 내 말을 곶이 아니 들으면
세세생생에 호랑이에게 죽을 것이요
내가 너희를 속이면 후생에 지옥에 떨어지리라 하시었으니 이런 말씀을 듣고 어찌 믿지 아니 하리요

공부하는 사람이 마음 움직이지 않기를 산과 같이 하고
마음을 넓게 쓰기를 허공과 같이 하고
지혜로 불법 생각하기를 날과 달같이 하야
남이 나를 옳다고 하든지 그르다고 하든지 마음에 끄달리지 말고
다른 사람의 잘하고 잘못하는 것을 내 마음으로 분별하여 참견 말고
좋은 일이 당하든지 좋지 아니한 일이 당하든지
마음을 평안히 하며 무심히 가져서
남 봄에 숙맥같이 지내고 병신같이 지내고
벙어리같이 소경같이 귀먹은 사람같이 어린아이같이 지내면
마음에 절로 망상이 없어지나니라
설사 세상일을 똑똑히 분별하더라도
비유하건대 똥덩이 가지고 음식 만들려는 것과 같고
진흙 가지고 흰 옥 만들려는 것과 같애여
성불하여 마음 닦는데 도시 쓸대없는 것이니
부디 세상일을 잘할려고 말지니라

다른 사람 죽는 것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하여
내 몸을 튼튼히 믿지 말고
때때로 깨우쳐 마음 찾기를 놓지 말지니라
이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고 의심하여 오고 의심하여 가고
간절히 생각하기를 배고픈 사람이 밥 생각하듯 하여
잊지 말고 할지니라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일체 세상 일이 다 허망하다 하시고
중생의 모든 하는 일이 다 나고 죽는 법이라 하시고
오직 제 마음을 깨달러야 진실한 법이라 하시니라

술을 먹으면 정신이 흐리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음행은 정신 갈려 애착이 되니 상관 아니 할 것이요
살생은 마음에 진심을 도우니 아니할 것이요
고기는 먹으면 정신이 흐리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거짓말은 내 마음에 사심을 기르니 아니할 것이요
도둑질은 내 마음에 탐심을 늘이니 아니할 것이요
파와 마늘은 내 마음에 음심과 진심을 도두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그 나머지 일체 것이 내게 해로운 것이니 간섭치 말지니라

목우자 스님 말씀이 재물과 색이 앙화 됨이 독사보다 심하니
몸을 살펴 그런 줄 알아 항상 멀리 여의라 하시니
이런 깊은 말씀을 본받아 행하여야 공부가 순히 되나니라
부처님 말씀에 한번 진심내면 백만 가지나 죄가 생긴다 하시니 제일 골내는 마음을 참을지니라
예전 스님네 말씀이 골내는 마음으로 호랑이와 배암과 벌과 그런 독한 물건이 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비와 새가 되고
좀스러운 마음으로 개아미와 모기 같은 것이 되고
탐심 내는 마음으로 배고파 우는 귀신이 되고
탐심과 골내는 마음이 만하고 크면 지옥으로 가고
일체 마음이 다 여러 가지 것이 되어가니
일체 여러 가지 마음이 없으면 부처가 되나니라.

착한 마음이 좋다 하여도 또 천당으로 갔다가 도로 떨어져
지옥이나 축생이 되어가니 착한 마음도 쓸데없고
일체 마음을 없애고 하면 다른 데로 갈 것 없고
마음이 깨끗하여 혼곤하지 아니하면 캄캄한 데로 가지 아니하니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이 부처 되어 가는 길이니
내 마음을 항상 의심하야 궁구하면 자연 고요하고 깨끗하여지나니
극칙 고요하고 깨끗하면 절로 마음을 깨달아 부처 되나니라
돌아가지 아니하고 곧은 길이니 이렇게 하여 갈지니라
이 법문을 가끔 보고 읽고 남에게 일러주면 팔만대장경 본 공덕과 같고
그대로 공부하면 일생에 성불할 것이니
속이는 말로 알지 말고 진심으로 믿어 하여 갈지니라


산은 깊고 물은 흐르고 각색 초목은 휘어져 있고
이상한 새소리는 사면에 울고 적적하야
세상 사람은 오지 안는 데 고요히 앉아 내 마음을 궁구하니
내게 있는 내 마음이 부처가 아니면 무엇인가
듯기 어려운 좋은 법을 들엇으니 진심을 써서 할지니라
마음을 너무 급히 쓰면 신병이 나고 두통도 나나니
마음을 가라앉혀 평안히 하여 가라
조심하라 억지로 생각하려 말고 의심을 내어할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