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動用中에 收不得者]

2021. 9. 7. 20:10글뭉치



"常在動用中호되 動用中에 收不得者이라 하니"
"是라."

“항상 몸으로 움직이고 마음으로 작용하고 있으면서도, 또 움직이고 작용하는 그놈을 거두어 얻어보려하면 얻을 수가 없으니”

“이 무엇고?”
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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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有一物이 於此ᄒᆞ니
한 물건이 여기에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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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物은 何物오 ○ 祇這一著子ᄂᆞᆫ 希夷焉ᄒᆞ야 絕情謂ᄒᆞ며 髣髴焉ᄒᆞ야 看似有ᄒᆞ며 蠁㫚然ᄒᆞ야 難可追며 恍惚然ᄒᆞ야 難可測이며

한 물건은 어떤 물건인고? ○ 오직 이 일착자一著子는 희이希夷하여 뜻으로 여김이 끊어지며, 방불髣髴하여 봄에는 있는 듯하며, 매우 빨라서(향홀蠁㫚) 가히 좇음이 어려우며, 황홀恍惚하여 가히 헤아림이 어려우며 【 ‘희希’는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고, ‘이夷’는 귀로 듣지 못하는 것이고, 방불髣髴은 희미하게 느끼는 것(엿보는 것)이고, ‘향蠁’은 많은 것이오, ‘홀㫚’은 어둑한 것이오, 황홀恍惚은 어질어질한 것이다.】


非迷非悟ㅣ라 不可以凡聖으로 稱이며 無我無人이라 不可以自他로 名故로 但云호ᄃᆡ 一物이라.

모롬(미혹함) 아니며 아롬(깨달음) 아니라 가히 범성凡聖(범부나 성인)으로 일컫지 못할 것이며, 나도 없으며 남도 없어서 가히 나와 남으로 이름 짓지 못할 전차로(까닭으로) 이르되 일물一物(한 물건)이라.


六祖ㅣ 云호ᄃᆡ 有一物ᄒᆞ니 無頭無尾ᄒᆞ며 無名無字호ᄃᆡ 上柱天ᄒᆞ며 下柱地ᄒᆞ고 明如日ᄒᆞ며 黑似漆ᄒᆞ야 常在動用中호ᄃᆡ 動用中에 收不得者ㅣ라 ᄒᆞ니 是라.

육조六祖가 이르되, “일물一物(한 물건)이 있나니 머리 없으며 꼬리 없으며, 이름 없으며 자字 없으되, 위로 하늘을 괴며 아래로 땅을 괴며, 밝음이 해 같으며 검음이 옻칠 같아서, 항상 동용動用(움직임과 작용) 가운데 있으되, 동용 가운데 잡지 못할 것이다.” 하니, 이것(是) 이라. 【동動은 운동하는 것-육체적 동작- 이고, 용用은 작용하는 것-정신적 작용- 이다.】


然雖如是ᄒᆞ나 一物之言도 亦强稱之而已니 故로 南嶽讓和尙이 道호ᄃᆡ 說似一物이라도 即不中이라 ᄒᆞ니
有一物이 於此者ᄂᆞᆫ 不離當處ᄒᆞ야 常湛然故로 云爾니라.

그러하여 비록 이(是) 같으나, 일물一物(한 물건)이란 말도 또 억지로(굳이) 이를 따름이니, 이런 전차로(까닭으로) 남악양화상南嶽讓和尙이 이르되, “일물一物이라 일러도 곧 맞지 못하리라” 하니, ‘일물一物(한물건)이 여기에 있다’고 함은 당처當處를 여의지 아니하여 항상 맑은(湛然) 전차로 그리 이르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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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絕名相ᄒᆞ며

명名과 상相이 끊어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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蕭焉空寂ᄒᆞ며 湛爾冲虛ᄒᆞ며 無名可名ᄒᆞ며 無相可覩故也ㅣ라

고요하여 공적空寂하며 맑아서 깊고 허虛하며, 이름이 가히 이름할(이름 붙일)것 없으며, 상相(모양)이 가히 볼 것 없는 전차라(까닭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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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貫古今ᄒᆞ며

고금古今을 꿰뚫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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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千劫而不古ᄒᆞ며 亘萬歲而長今이라 多經海嶽이 相遷ᄒᆞ니 幾見風雲ㅅ 變態ᄒᆞ야뇨

천겁千劫을 지나되 예가 아니며 만세萬歲에 사무치되 항상 이제(지금)라. 바다와 산이 서로 옮김을 많이 지내니, 바람과 구름의 변變하는 모양을 몇 번이나 보았는가. 【劫은 시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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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處一塵호ᄃᆡ 圍六合ᄒᆞ며

한 티끌에 있으되 육합六合을 애워싸며 【6합은 법수法數에 있는 것이다.】
* 육합六合:천지天地와 동서남북 사방四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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凡有事物이 小不能大ᄒᆞ고 大不能小ᄒᆞᄂᆞ니 此則反是ᄒᆞ야 能小而細入隣虛ᄒᆞ고 能大而廣包法界ᄒᆞᄂᆞ니라.

무릇 있는 사물事物이 적은 이는 능能히 크지 못하고, 큰 이는 능能히 적어지지 못하나니, 이는 곧 이에 뒤집혀 능能히 적어서 가늚이 인허隣虛에 들고 능히 커서 넓음이 법계法界를 애워싸는 것이니라. 【인隣은 가까운 것이고 허虛는 허공虛空이니, 티끌이 아주 가늘어서 허공에 가까우므로 인허隣虛라 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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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內含衆妙ᄒᆞ고

안에 많은 미묘微妙함을 머금고(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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體量이 恢恢ᄒᆞ야 恒沙性德과 無量妙用이 元自具足ᄒᆞ니라.

체량體量(본체의 양)이 커서 항사恒沙의 성덕性德과 그지없는 묘용妙用이 본디 제(스스로) 갖추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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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外應群機ᄒᆞ며

밖의 모든 기틀을 응應하며 【 ‘기機’는 기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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物來即應ᄒᆞ며 感而遂通ᄒᆞ야 如明鏡이 當臺ᄒᆞ야셔 胡來胡現ᄒᆞ고 漢來漢現ᄒᆞ며 洪鍾이 在虡ᄒᆞ야 大扣大鳴ᄒᆞ고 小扣小鳴ᄒᆞ니라.

물物이 오거든 곧 응應하며, 감感하거든 곧 통通해서 밝은 거울이 대臺(경대)에 당當하여서 호胡(호인)가 오거든 호胡(호인)가 나타나고, 한漢(한인)이 오거든 한漢(한인)이 나타나며, 큰 북이 거虡(북틀)에 있어서 크게 치거든 크게 울리고 적게 치거든 적게 울리듯 하니라. 【 ‘감感’은 중생의 성감誠感이니,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호胡’는 오랑케이고, ‘한漢’은 중국 사람이고, ‘거虡’는 북을 거는 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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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主於三才ᄒᆞ며 王於萬法ᄒᆞ야

삼재三才에 으뜸이시고, 만법萬法에 으뜸이시어 【삼재三才는 천天(하늘)과 지地(땅)와 인人(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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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이 以之覆ᄒᆞ며 地ㅣ 以之載ᄒᆞ며 人이 以之處乎其中ᄒᆞ며 以至日月星辰草木昆虫히 凡有貌像形色者ㅣ 莫不以之爲宗ᄒᆞ야 而得成立ᄒᆞ니라.

하늘이 써 덮으며, 땅이 써 싣고, 사람이 써 그 가운데 있으며, 해와 달과 별과 나무와 벌레에 이르도록, 무릇 모양과 형체의 빛 있는 것이 써 으뜸 삼아 능히 일어서지(성립하지) 아니함이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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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蕩蕩乎其無比ᄒᆞ며 巍巍乎其無倫ᄒᆞ니

탕탕蕩蕩하여 견줘 볼 것이 없으며, 외외巍巍하야 겨룰 것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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蕩蕩 云云은 廣大勝第一者ㅣ 是오

“탕탕蕩蕩 운운云云” 은 넓으며 크며 수승殊勝하여(뛰어나서) 제일第一인 것이 이것이고,



巍巍 云云은 最尊極無上者ㅣ 是니 此ㅣ 所以爲王爲主之勢也ㅣ니라.

“외외巍巍 운운云云”은 가장 존극尊極(가장 높고 지극)하여 위없는 것이 이것이니, 이것이 위두爲頭하며(머리가 되며) 으뜸 되는 형세(勢)의 까닭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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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不曰神乎아 昭昭於俯仰之間호ᄃᆡ 隱隱於視聽之際ᄒᆞ니라.

신기神奇하다 아니 이르리요? 굽으며(구부리며) 우러를 사이에 환하되(昭昭), 보며 들을 사이에 은은隱隱한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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決定是無ᄒᆞ야도 性自神解ᄒᆞ며 決定是有ᄒᆞ야도 尋之無蹤ᄒᆞ니 此ㅣ 所以爲神也ㅣ니라.

‘반드시 이것이 없다’ 하여도 성(性)이 스스로 신기하게 알고, ‘반드시 이것이 있다’ 하여도 찾건댄 자취가 없으니, 이것이 신기神奇로운 까닭(所以)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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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不曰玄乎아 先天地而無其始ᄒᆞ며 後天地而無其終ᄒᆞ니라.

깊다고 아니 이를 것인가? 천지로부터 먼저라 그 비롯함이 없으며, 천지로부터 후라 그 마침이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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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形之最先者ㅣ 天地也ㅣ며 有形之最後者ㅣ 亦天地也ㅣ니 有形之最先者ㅣ 天地也ㅣ로ᄃᆡ 而天地ㅣ 以此爲始ᄒᆞ니 此物之所以始者ᄅᆞᆯ 不可得而窮也ㅣ리니 所以始者ᄅᆞᆯ 旣不可得而窮ᄒᆞ면 則所以終者ᄅᆞᆯ 亦不可得而窮也ㅣ리니 此所以爲玄也ㅣ니라.

형상(形)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먼저(先)인 것이 천지天地(하늘과 땅)이며 형상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후後인 것이 천지天地(하늘과 땅)이니, 형상(形)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먼저인 것이 천지天地로되 천지 이것으로 써 비롯함을 삼나니, 이 물物의 비롯한 까닭을 가히 능히 다하지 못하리니, 비롯한 까닭을 이미 가히 능히 다하지 못하면 곧 마칠 까닭이 또한 가히 능히 다하지 못하리니, 이것이 깊은 까닭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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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空耶아 有耶아 吾ㅣ 未知其所以로다

공空이냐 유有이냐? 내가 그 까닭(所以)을 알지 못하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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物體深玄ᄒᆞ야 虛澈靈通ᄒᆞ야 有不定有ㅣ며 無不定無ㅣ니 言語道ㅣ 斷ᄒᆞ며 心行處ㅣ 滅故로 云爾니라.

물物의 체體가 깊어 허虛하며 사무치며 령靈(신령)하며 통通하여, 유有(있음)가 일정一定한(정해져 있는) 유有가 아니며, 무無가 일정一定한(정해져 있는) 무無가 아니니, 말씀의 길이 끊어지며 마음 행行할 곳이 없는 전차로(까닭으로) 그리 이르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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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我迦文이 得這一著子ᄒᆞ샤 普觀衆生의 同稟而迷ᄒᆞ샤 歎曰奇哉ᄒᆞ시고 向生死海中ᄒᆞ샤 駕無底船ᄒᆞ시며 吹無孔笛ᄒᆞ시니

우리 가문迦文(석가모니)께서 이 일착자一着子를 얻으시어 중생이 한가지로 받되(가지고 있으되) 모름(不知)을 널리 보시어 탄歎하여 이르시되, “기이하구나!” 하시고, 살며 죽는 바다의 가운데를 향向하시어 밑 없는 배를 타시며, 구멍 없는 젓대를 부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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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妙音이 動地ᄒᆞ며 法海ㅣ 漫天커늘 於是예 聾騃ㅣ 盡醒ᄒᆞ며 枯槁ㅣ 悉潤ᄒᆞ야 大地含生이 各得其所ᄒᆞ니라.

미묘微妙한 소리가 땅을 움직이게 하며, 법해法海(법의 바다)가 하늘에 가득하거늘, 이에 귀 먹으며 어리석은 이가 다 깨며 시든(메마른) 것이 다 젖어 대지함생大地含生(대지의 모든 생명)이 각각各各 그 곳(所)을 얻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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此物은 非聖非凡이로ᄃᆡ 而凡而聖이오 非淨非染이로ᄃᆡ 而染而淨ᄒᆞ니 所以道手把破砂盆ᄒᆞ고 身被羅錦綺ᄒᆞ며 有時醉酒罵人이라가 忽尒燒香作禮로다

이 물(此物)은 성聖(성인) 아니며 범凡(범부) 아니로되 범凡이며 성聖이고, 깨끗함 아니며 더러움 아니로되 더러우며 깨끗하니, 이런 것으로(까닭으로) 이르되, ‘손에는 깨진 사발(사분砂盆,사기그릇)을 잡고 몸에는 라금기羅錦綺(비단옷)를 입으며, 이따금 술에 취醉하고 꾸짖다가도 문득 향香을 피우고 절한다’ 함이로다.



比之空日컨댄 空豈長晴이며 亦豈常雨ㅣ며 日豈長明이며 亦豈常暗이리오

허공虛空과 해에 견주어보건댄, 허공虛空은 어찌 항상 개며 또 어찌 항상 비가 오며, 해는 어찌 항상 밝으며 또 어찌 항상 어두우리오?

一念迷也애 雲起長空ᄒᆞ야 上明下暗ᄒᆞ며 一念悟也애 風掃迷雲ᄒᆞ야 上下ㅣ 洞徹ᄒᆞᄂᆞ니

한 념念(생각) 모롬에(미혹함에) 구름이 긴 허공虛空에 일어나서 위는 밝고 아래는 어두우며, 한 념念 아롬에(깨달음에) 바람이 미운迷雲(미혹의 구름)을 쓸어서 아래 위가 훤히 사무치나니(통하나니)



染淨의 所以興也ㅣ며 聖凡의 所以作也ㅣ니 聖凡이 旣作ᄒᆞ면 則感應이 生焉ᄒᆞ야 凡은 在迷而渴仰風化ᄒᆞ고 聖은 在悟而爲物興悲ᄒᆞᄂᆞ니

더러우며 깨끗함의 일어난 까닭이며, 성聖(성인)과 범凡(범부)의 된 까닭이니, 성聖(성인)과 범凡(범부)이 이미 일어나면 곧 감응感應이 나서, 범부(凡)는 모롬(미혹)에 있어 풍화風化(교화)를 갈앙渴仰(목마르게 우러러)하고 성인(聖)은 아롬(깨달음)에 있어 물物(중생)을 위하여 비悲(자비)를 일으키나니
* 감응感應: 중생이 위로 우러러서 부처님의 본묘각심本妙覺心에 합合하여 부처님과 하나됨이 ‘감感’이며, 아래로 굽어보아 중생衆生의 슬퍼함과 앙모仰慕함에 하나되는 것이 ‘응應’이다.



所以我迦文이 於寂滅場中에 初成正覺ᄒᆞ샤 作師子吼ᄒᆞ샤ᄃᆡ 奇哉奇哉라 普觀一切衆生혼댄 具有如來智慧德相호ᄃᆡ 但以妄想執著ᄋᆞ로 而不證得이로다 ᄒᆞ시고

이런 까닭으로 우리 가문迦文(석가모니)께서 적멸도량寂滅道場 중中에(가운데) 처음 정각正覺을 이루시어 사자후師子吼를 지으시되, “기이奇異하며 기이할새! 일체중생一切衆生을 널리 보니 여래지혜덕상如來智慧德相을 갖추어 두되, 오직 망상집착妄想執着으로 증득證得치 못하는구나!” 하시고, 【적멸寂滅은 고요히 없어지는 것이니, 불성佛性 가운데 한 상相도 없는 것이라. 장場(량)은 도리道理를 닦는 바탕이고 중中은 가운데라】


於是예 運無緣慈ᄒᆞ시며 說無言言ᄒᆞ샤 廣演敎海ᄒᆞ샤 徧注衆生心地ᄒᆞ샤 使之道芽ㅣ 榮茂ᄒᆞ며 心花ㅣ 發明ᄒᆞ야 大地ㅣ 同春이며 萬物이 咸熙케 ᄒᆞ시니라.

이에 연緣(조건) 없는 자慈(자비)를 움직이게 하시며, 말 없는 말을 이르시어 널리 교해敎海를 펴시어 중생衆生의 마음 땅(心地)에 널리 부으시어 도道 움(싹)이 피어 성盛하게 하며 마음 꽃(心花)이 발명發明하여(밝게 피어) 대지大地가 한가지(同)로 봄(春)이며, 만물萬物이 다 밝게 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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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今般若經者ᄂᆞᆫ 妙音之所流ㅣ며 法海之所自者也ㅣ라

이제 <반야경般若經>은 묘음妙音의 흐른 바이며(곳이며) 법해法海의 브툰 배(말미암는 곳)이라.



般若ᄂᆞᆫ 一物之强稱이오 經者ᄂᆞᆫ 現物之具也ㅣ니
此ᄂᆞᆫ 乃金口親宣이라 不是餘人之所說이니 法門淵源이라 不同𤨏𤨏之敎乘이니라

반야般若는 일물一物(한 물건)을 굳이 이른(말한)것이고 경經은 물物의 나타내는 그릇이니, 이는 금구金口로 친親히 펴신 것이라 여남은(몇 몇) 사람의 말한 바가 아니니, 법문法門의 깊은 근원根源이니라. 쇄쇄𤨏𤨏한(자잘한) 교승敎乘과 같지 아니하니라. 【금구金口는 부처님 입을 사뢰니, 부처님 몸이 금색金色이시므로 금구金口라 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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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以金剛之堅利로 剗我人之稠林ᄒᆞ시고 照慧日於重昏ᄒᆞ시며 開惑霧於三空ᄒᆞ샤

금강金剛의 굳으며 날카로움으로 아인我人(아상 인상)의 빽빽한 숲을 베시며, 혜일慧日로 첩첩한 어두운 데를 비추시며, 혹무惑霧(미혹의 안개)를 삼공三空에 여시어 【삼공三空은 인공人空과 법공法空과 구공俱空이고, 안개 가리움(惑霧)은 무명혹無明惑이 진성眞性을 가리움과 같으니라】


我人稠林이 蔚於心地라가 金剛焰下애 掃地無蹤ᄒᆞ니
法與非法此二惑霧ㅣ 掩蔽性空ᄒᆞᆯᄉᆡ 故曰重昏이라 慧日이 一照ᄒᆞ면 重昏이 頓破ᄒᆞ고 三空이 顯現ᄒᆞᄂᆞ니라.

아인我人(我相, 人相)의 빽빽한 숲이 심지心地(마음 땅)에 성盛(무성)하였다가 금강金剛의 불꽃 아래 땅을 쓸어 자취가 없으니, 법法과 비법非法(법 아닌) 이 두 혹무惑霧(무명의 안개)가 성공性空을 가리우므로 이런 까닭으로 이르되, ‘첩첩한 어두움’ 이라, 혜일慧日(지혜의 날)이 한 번 비추면 첩첩한 어둠이 문득 헐리고(무너지고) 삼공三空이 나타나나니라. 【성공性空은 이理를 이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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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使之出斷常坑ᄒᆞ야 登眞實際ᄒᆞ며 敷萬行花ᄒᆞ야 成一乘果ㅣ시니

단斷(단견)과 상常(상견)과의 구렁에서 나와 진실眞實의 갓(가장자리)에 오르며, 만행萬行의 꽃을 피워 일승과一乘果를 이루게 하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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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非常이어ᄂᆞᆯ 而執爲有ᄒᆞ며 性非斷이어ᄂᆞᆯ 而執爲空ᄒᆞᄂᆞ니 執爲空ᄒᆞ야 而不知空之不空ᄒᆞ면 則是落斷見坑也ㅣ오 執爲有ᄒᆞ야 而不知有之非有ᄒᆞ면 則是落常見坑也ㅣ리라.

법法이 떳떳하지(한결같지) 아니하거늘 잡아(집착하여) 유有를 삼으며, 성性이 그침(끊어짐)이 아니거늘 잡아(집착하여) 공空을 삼나니, 잡아 공空을 삼아 공空이 공空이 아닌 줄 알지 못하면 곧 이는 단견斷見의 구렁에 떨어짐이오, 잡아 유有를 삼아 유有가 유有가 아닌 줄 알지 못하면 곧 이는 상견常見의 구렁에 떨어짐이리라.


實際者ᄂᆞᆫ 空有ᄅᆞᆯ 兩忘ᄒᆞ고 一味ㅣ 亦亡之處也ㅣ니 佛이 以三空ᄋᆞ로 開示ᄒᆞ샤 使之不落斷常之坑ᄒᆞ고 頓超空有之外ᄒᆞ야 如是圓修ᄒᆞ며 如是圓證也케 ᄒᆞ시니라.

실제實際는 공空과 유有의 둘을 잊고 한 맛이 또 없는 곳이니, 부처님께서 삼공三空을 열어 보이시어 단斷(단견)과 상常(상견)의 구덩이에 떨어지지 아니하고 공空과 유有의 밖에 문득 건너뛰어, 이 같이 두렷이(온전히) 닦으며 이 같이 두렷이 증證(증득)케 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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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言言이 利刃當陽ᄒᆞ며 句句ㅣ 水灑不著이라

말마다 날카로운 칼이 볕에 당當한듯 하며, 구句마다 물을 뿌려도 묻지 아니하는 것이라.


金剛妙慧ᄂᆞᆫ 堅不爲物挫ᄒᆞ며 利能斷衆生ᄋᆡ 冤結ᄒᆞᄂᆞ니 般若雄詮ᄋᆞᆫ 金剛妙慧之所現發故로 利能破衆生ᄋᆡ 疑網ᄒᆞ고 堅不爲外魔의 所壞ᄒᆞᄂᆞ니라.

금강金剛의 묘혜妙慧(묘한 지혜)는 굳어 (다른) 물物(물건)의 꺾음이 되지 아니하며, 날카로워 능能히 중생衆生의 원수의 맺음(冤結)을 끊나니, 반야般若의 게여운(웅건雄健한) 말은 금강金剛의 묘혜妙慧(묘한 지혜)가 나타나 발發한 전차로(까닭으로) 날카로워, 능能히 중생衆生의 의심疑心의 그물을 헐고(무너뜨리고) 굳어 외마外魔의 헐음(무너뜨림)이 되지 아니하나니라. 【외마外魔는 외도外道와 마왕魔王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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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流出無邊法門海ᄒᆞ며 孕育無限人天師ᄒᆞᄂᆞ니라

갓 없는 법문해法門海(법문의 바다)를 흘려 내시며, 그지없는 사람과 하늘의 스승을 배어 길러 내나니라.


佛之與法이 皆從此經ᄒᆞ야 流出故로 云爾니라

부처님과 법法이 다 이 경經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전차로 그리 이르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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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若大鑒能圭峯密治父川傳與鏡此五大士者ᄂᆞᆫ 皆人天之所尊이며 法海之所歸者也ㅣ라

대감혜능大鑒慧能과 규봉종밀圭峯宗密과 야보도천冶父道川과 부대사傅大師와 종경宗鏡, 이 다섯 대사大士는 다 사람과 하늘의 존尊하는(높이 받드는) 바이며, 법해法海의 (돌아)가는 바이라.

五大士ㅣ 皆因此經ᄒᆞ야 眼目夫人天ᄒᆞᆯᄉᆡ 故曰人天之所尊이라 無法不了ᄒᆞᆯᄉᆡ 故云法海之所歸라

다섯 대사大士가 다 이 경經을 인因하여(말미암아) 인천人天의 눈이 될새 그런 까닭으로 이르되, “인천의 존尊하는(높이 받드는) 바이라.” 법法을 사무쳐 알지 못함이 없을새 그런 까닭으로 이르되, “법해法海의 (돌아)가는 바이라”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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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各具通方正眼ᄒᆞ야 直傳諸佛密印ᄒᆞ야 各出廣長舌相ᄒᆞ야 開演最上宗乘ᄒᆞ니 一一威振河嶽ᄒᆞ며 輝騰古今ᄒᆞ야 遂使當世옛 盲者로 得見ᄒᆞ며 聾者로 得聞ᄒᆞ며 啞者로 能言ᄒᆞ며 跛者로 能行케 ᄒᆞ니라

각각各各 통방通方한 정正한(바른) 눈이 갖추어져 바로 제불諸佛의 밀인密印을 전傳하여 각각各各 넓으며 긴 설상舌相(혀 모양)을 내어 가장 위의 종승宗乘을 열어 펴니, 낱낱이 위엄威嚴이 하악河嶽(황하와 오악)에 들어치며(진동하며), 빛이 예와 이제(지금)에 솟아 곧 당세當世의 눈 먼 이로 봄을 얻으며, 귀 먹은 이로 드롬(들음)을 얻으며, 입 벙어리로 능히 말을 하며, 발 저는 이로 능히 걷게 하니라.
* 通方통방: 通大方, 通方便, 又通達.(방위와 방편에 두루 통달함) ▲‘不容淺見衲僧會 唯許通方作者知’- 圓悟語錄二


通方正眼者ᄂᆞᆫ 明眞了俗ᄒᆞ야 達乎中道ᄒᆞ야 無所不通之正眼也ㅣ라 密印者ᄂᆞᆫ 衆生所迷之眞理오 佛祖相傳之法印也ㅣ라

통방정안通方正眼(모든 방소, 혹은 방편에 통달한 바른 눈)은 진眞을 밝히며 속俗을 사뭇 알아 중도中道에 사무쳐(達) 통通치 못한 곳 없는 정안正眼이라. 밀인密印은 중생이 모르는 진리眞理이고, 불조佛祖의 서로 전傳하신 법인法印이라.


五大士ㅣ 具如是正眼ᄒᆞ며 傳如是密印ᄒᆞ야 開大口ᄒᆞ야 說大話ᄒᆞ니 威光이 動地ᄒᆞ며 照映今昔ᄒᆞ야 遂使見聞이 皆化ᄒᆞ야 知非遷善케 ᄒᆞ며 極於宗說ᄋᆞᆯ 兼通ᄒᆞ며 解行相應之大化者ㅣ 皆於此經에 得之矣니라

다섯 대사大士가 이 같은 정안正眼을 갖추며, 이 같은 밀인密印을 전傳하여 큰 입을 열어 큰 말을 이르니, 위엄威嚴 광명光明이 땅을 움직이게 하며, 예와 이제(지금)에 비치어 곧 보며 들은 이를 다 화化(교화)하여 그른 줄을 알아 어진 것에 옮기게 하며, 종宗과 설說을 다 통通하며 아롬(解)과 행行이 서로 맞음에 다다른 큰 화化(교화)가 다 이 경經에서 얻느니라. 【종통宗通은 종지宗旨를 훤히 밝히며 본원本源을 깊이 통달하는(사무치는)것이고, 설통說通은 십이부十二部 경經을 이대(잘) 이르며(설하며) 명상名相 법수法數를 사뭇 알아(통달하여) 의심 없는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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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旣而오 亦爲普覺將來ᄒᆞ야 各自依經著解ᄒᆞ야 以傳天下後世ᄒᆞ니

이윽고 또 장래將來에 널리 알게 함(普覺)을 위爲하여 각각各各 경經으로 부터 새김을 나타내어 천하天下 후세後世에 전傳하니


旣而斯經으로 現益當世ᄒᆞ고 且造斯解ᄒᆞ야 流芳萬古ᄒᆞ니라

이미 이 경經으로 당세當世에 뚜렷이 이익利益되게 하고, 또 이 새김(解)을 지어 만고萬古에 꽃다움이(향내가) 흐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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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豈是彫文喪德이리오 可謂錦上添華ㅣ로다

어찌 이 문文을 쪼아(새겨) 덕德을 헐어버리리오? 가히 ‘금錦(비단) 위에 꽃을 더했다(錦上添華)’ 이르리로다.


玉無瑕ㅣ어늘 而彫文ᄒᆞ면 反喪良玉의 溫潤之德ᄒᆞᄂᆞ니 斯解則反是ᄒᆞ야 致令經語로 益精ᄒᆞ며 經義로 益明케 ᄒᆞ야 遂使目之者로 披雲覩日ᄒᆞ며 耳之者로 豁然心開케 ᄒᆞ니라

옥玉이 허물이(흠이) 없거늘 문文을 쫏으면(새기면) 도리어 좋은 옥의 온윤溫潤(온화하고 윤택)한 덕德을 헐어버리니, 이 해解(새김)는 이를 뒤집어서 경經의 말씀으로(하여금) 더욱 정미精微하게 하며, 경經의 뜻으로(하여금) 더욱 밝게 하여 곧 볼 사람으로(하여금) 구름 헤치고 해를 보게하며, 들을 사람으로(하여금) 훤히 마음을 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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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何止重輝佛日이리오 亦乃光揚祖道ㅣ로다

어찌 다시 불일佛日을 밝게 할 따름이리오. 또한 조도祖道(祖師의 道)를 빛내 펴도다



古人道호ᄃᆡ 三乘十二分敎애 體理得妙ᄒᆞ면 何處에 更有祖師西來意오 ᄒᆞ니 則別傳之旨ㅣ 亦不外乎^斯經호ᄃᆡ 尙爲言敎의 所攝ᄒᆞ야 隱而不現ᄒᆞ니 今諸祖ㅅ 稱實發揚이 非獨敎義全彰이라 別傳之旨ㅣ 亦乃昭然ᄒᆞ도다 有云單傳直指之旨ㅣ 豈斯敎의 所攝乎ㅣ리오 ᄒᆞ니 看於黃梅曹溪ᄒᆞ면 足可見矣리라

옛 사람이 이르되, “3승三乘의 12분교十二分敎에 이치(理)를 알아 묘妙를 얻으면 어느 곳에 다시 조사祖師의 서래西來한 뜻이 있느냐?” 하니, 곧 각별各別히(따로) 전傳하는 뜻이 또 이 경經에 나지 아니하되, 오히려 언교言敎에 잡힘이 되어 그윽하여 나타나지 아니하니, 이제 제조諸祖(모든 조사)의 실實에 베풀어 폄이 한갓 교敎의 뜻이 온전히 나타낸 것이 아니라 각별히 전하는 뜻이 또 밝도다. 이르되, “홑으로 전하시어(單傳) 바로 가르치시는 뜻이 어찌 이 교敎의 잡을 바이리오.” 하니, 황매黃梅와 조계曹溪를 보면 족足히 가히 보리라. 【황매黃梅는 산 이름이니 오조 홍인대사五祖洪忍大師의 살던 데요, 조계曹溪도 산山 이름이니 육조 혜능대사六祖惠能大師의 살던 데니, 이 두 대사大師가 다 단전직지單傳直指의 뜻(旨)을 전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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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我曹ㅣ 生于千載之下ᄒᆞ야 得遇難遇之寶ᄒᆞ야 手接目睹ᄒᆞ니 幸莫大焉이로다

우리들이 천재千載(천년세월) 아래(후에) 나서, 만나기 어려운 보배를 만나 손으로 잡으며 눈으로 보니, 다행함이 이보다 큰 것이 없도다.


慶遇斯解也ㅣ로다

이 해解(새김) 만남을 기뻐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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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以此로 可以揚佛祖之餘輝리며 以此로 可以延君國之洪祚ㅣ로다

이로써 가히 불조佛祖의 남은 빛을 펼 것이며, 이로써 가히 임금과 나라의 큰 복福을 길게 하리로다.


儻因斯解ᄒᆞ야 豁開正眼ᄒᆞ면 則法印이 在握ᄒᆞ며 化道ㅣ 在已ᄒᆞ리라
만약 이 해解(새김)를 인因하여 정안正眼(바른 눈)을 훤히 열면 곧 법인法印이 손에 있으며 교화敎化하는 도道가 몸에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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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然此編集이 出於何人之手호ᄃᆡ 而不現其名乎오

그러나 이 편집編集이 어떤 사람의 손에서 나되 그 이름을 나타내지 아니한 것인가? 【편編은 차례 정하는 것이고, 집集은 모으는 것이다】


歎不現夫編者之名也ㅣ니라

편집한 사람의 이름 나타내지 아니함을 한탄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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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吾ㅣ 喜其爲一佛五祖師之心을 令一轉而便見也ᄒᆞ노라

내가 한 부처님과 다섯 조사의 마음을 한 번 옮겨 곧 보게 함을 기뻐하노라.


一軸之內예 佛燈祖焰이 交光互映ᄒᆞ야 可一轉而便見佛祖之心矣리니 此所以爲喜也ㅣ라

한 축軸(두루마리, 권卷) 안에 불등佛燈(부처님의 등불)과 조염祖焰(조사의 불꽃) 빛이 섞이며 서로 비치어 가히 한 번 옮겨 불조佛祖의 마음을 곧 보리니, 이것이 기뻐하는 까닭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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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所嗟ᄂᆞᆫ 雖有彈絃之妙指ᄒᆞ나 未遇賞音之嘉聰ᄒᆞ면 由是ᄒᆞ야 誤聽峩峩ᄒᆞ야 作洋洋者ㅣ 多矣리라

차탄嗟歎(탄식하고 한탄)하는 바는, 비록 현絃을 탈 미묘微妙한 가락이 있으나 소리를 상완賞玩(좋아하여 보고 즐김)할 아름다운 들을 이를 만나지 못하면, 이로부터 ‘아아峩峩’를 잘못 들어 ‘양양洋洋’을 지을(作) 이가 많으리라. 【 ‘아아峩峩’는 산이 높은 모양이고 ‘양양洋洋’은 물이 넓은 모양이니, 백아伯牙는 옛날에 거문고를 잘 타던 사람이고 자기子期는 소리를 알던 사람이니, 백아伯牙가 마음을 산에 두고 타면 자기子期가 이르되, “높고 높구나(峩峩)! 선생의 뜻이여!” 하고, 물에 두고 타면 “넓고 넓구나(洋洋)! 선생의 뜻이여!” 하니, 여기선 ‘아아峩峩’를 들어 ‘양양洋洋’을 삼는다는 말이라.】


三尺古琴에 妙音이 斯在ᄒᆞ니 雖有妙音ᄒᆞ나 若無妙指ᄒᆞ면 終不能發ᄒᆞ리니 縱有妙指ㅣ 善能彈絃ᄒᆞ나 聞而賞音者ㅣ 蓋難ᄒᆞ니 賞音者ㅣ 難故로 誤聽峩峩ᄒᆞ야 作洋洋者ㅣ 多矣니라

석 자 옛 거문고에 미묘微妙한 소리가 여기 있나니, 비록 미묘微妙한 소리가 있으나 만일 미묘微妙한 손가락이 없으면 끝끝내 나타내지 못하리니, 비록 미묘微妙한 손가락이 잘 능히 현絃을 탐이 있으나 들어 소리를 상완賞玩(감상)할 이가 어려우니, 소리 상완賞玩(감상)할 이 어려운 전차로(까닭으로) ‘아아峩峩’를 잘못 들어 ‘양양洋洋’을 지을 이가 많으니라.


一部靈文이 妙理斯在ᄒᆞ니 雖有妙理ᄒᆞ나 若非匠手ㅣ면 孰能抽毫ᄒᆞ야 稱實發揚이리오 雖有稱實發揚ᄒᆞ야도 目以善解者ㅣ 蓋難ᄒᆞ니 善解者ㅣ 難故로 以淺爲深ᄒᆞ며 以深爲淺者ㅣ 多矣니 是可歎也ㅣ니라

일부一部 영문靈文(신령한 글)이 미묘微妙한 이理(이치)가 여기 있나니, 비록 묘리妙理(묘한 이치)가 있으나 만일 솜씨 좋은 손(수단)이 아니면 누가 능能히 붓을 빼어 사실에 맞게 베풀어 펴리오? 비록 실實(사실)에 맞게 베풀어 펼 이가 있어도 보아서 잘 알 이가 (있기) 어려우니, 잘 알 이가 어려운 전차로(까닭으로) 옅은 이로 깊은 이를 삼으며, 깊은 이로 옅은 이를 삼을 이가 많으니 이 가히 탄歎(한탄) 함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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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又於經疏애 以僞濫眞ᄒᆞ야 乳非城外者ㅣ 頗多ᄒᆞ니 豈非以去聖愈遠ᄒᆞ야 歷傳多手而致然歟ㅣ리오

또 경소經疏에 거짓 것으로 진眞(참)에 섞어, 젖(우유)이 성城 밖(에것) 아닌 것이 자못 많으니, 어찌 성인聖人에 벌어짐이 더욱 멀어 여러 손을 지내온(거친) 전차(까닭)가 아니리오. 【유비성외乳非城外는 타락酡酪이 성城 밖에 것은 좋은 것이오 성 안에 것은 물 탄 것일새, 거짓말을 말하되 ‘젖이 성 밖에 것 아닌 것이 많다’ 하니라】



眞僞ㅣ 相雜ᄒᆞ며 水乳ㅣ 難判ᄒᆞ니 所以舛訛ㅣ 蓋緣傳寫之誤耳니라

진眞(참)과 위僞(거짓)가 서로 섞이며 물과 젖(우유)을 가림(구별함)이 어려우니, 이런 것으로 그릇(잘못) 됨이, 전傳하여 쓴 이의 그릇함(잘못함)을 말미암을 따름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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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夫聖言之所以傳之於後之世也ㅣ 唯文이 不能設ᄒᆞ며 空義ㅣ 不獨傳이라 文義相資ᄒᆞ야ᅀᅡ 方成妙唱ᄒᆞ야 作天下古今之龜鑑ᄒᆞ야 開世與出世之眼目ᄒᆞᄂᆞ니라 若義有誵訛ᄒᆞ며 文有錯誤ᄒᆞ면 則非唯不能開人眼目이라 亦令誤解ᄒᆞ야 碍正知見ᄒᆞ리라

성인聖人의 말씀이 후세後世에 전傳하는 까닭은, 한갓(공연히) 글월(文)이 능能히 펴지 못하며 한갓 뜻(義)이 홀로 전傳하지 못하는 지라, 문文(글월)과 의義(뜻)가 서로 도와야사 비로소 미묘微妙한 말씀이 되어 천하고금天下古今에 귀감龜鑑이 되어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에 눈을 여나니라. 만약 의義(뜻)에 어긋짐이 있으며 문文(글월)에 그른 데가 있으면, 곧 능能히 사람의 눈을 열지 못할 따름이 아니라, 또 그릇 알아 정正한(바른) 지견知見을 막게 하리라. 【귀龜는 점복占卜하야 길흉吉凶을 아는 것이고, 감鑑은 이드며(고우며) 골 업스닐(고움 없는 이를, 못생긴 이를) 가리는 것이니, 성현聖賢의 이르신 말씀을 귀감龜鑑이라 하나니라.】



文字ᄂᆞᆫ 現道之具也ㅣ며 導人之方也ㅣ니 須文義ㅣ 相資ᄒᆞ야 而血脈이 貫通ᄒᆞ야 精審詳密이 備焉ᄒᆞ야 而脫衍倒誤ㅣ 未嘗雜於其間ᄒᆞᆫ 然後에ᅀᅡ 能使人ᄋᆞ로 開解ᄒᆞ야 得爲萬世之龜鑑也ㅣ니 不爾則非唯不能開人眼目이라 反爲惑人之具也ㅣ리라

문자文字는 도道를 나타내는 그릇(具)이며 사람을 인도引導하는 법法이니, 모름지기 문文(글)과 의義(뜻)가 서로 도와 혈맥血脈이 사뭇 꿰뚫으며 정심精審(정밀하고 심사함)하며 상밀詳密(자상하고 세밀함)함이 갖추어져서, 떨어지며(脫, 빠지며) 불리며(衍, 늘어나며) 거꾸로 되며(倒) 그릇됨(誤)이 잠깐도 그 사이에 섞이지 아니한 연후에야 능能히 사람으로 알게 하여 만세萬世에 귀감龜鑑이 되나니, 그렇지 아니하면 능能히 사람의 눈을 열지 못할 따름이 아니라 도리어 사람을 혹惑(미혹)하게 할 그릇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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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蓋不爲文字의 所惑ᄒᆞ고 能體聖人之意者ㅣ 誠難得也ㅣ로다

문자文字에 혹惑(미혹)함이 되지 아니하고, 능能히 성인聖人의 뜻을 체득體得할 이를, 진실眞實로 득得함이(얻기가) 어렵도다.


若非哲眼이면 不能不爲誵訛ᄋᆡ 所惑也ㅣ리라

만일 철안哲眼(밝은 눈)이 아니면 능能히 효와誵訛(삼가지 않아 잘못됨)에 혹惑(미혹)함이 되지 아니하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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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然若心淸慮靜ᄒᆞ야 緣文究義ᄒᆞ며 依義尋文ᄒᆞ면 則文義之舛錯者ㅣ 不隱微毫ᄒᆞ야 了然昭著호미 如世病脈이 不能逃於善醫之手ᄐᆞᆺᄒᆞ리라

그러나 만약 마음을 맑히며 사려思慮를 고요히 하여 문文(글)으로 부터 의義(뜻)를 궁구窮究하며 의義로부터 문文을 찾으면, 곧 문의文義(글과 뜻)의 그른 것이 적은 터럭만큼도 숨지 아니하여 환하고 환하게 밝아 나타남이, 세世(세상)의 병맥病脈이 어진 의원醫員의 손에서 도망逃亡치 못하듯 하리라.


雖非哲眼이나 若靜心慮ᄒᆞ야 以硏之ᄒᆞ면 則文義之舛錯者ᄅᆞᆯ 可得而詳也ㅣ리라

비록 철안哲眼(밝은 눈)이 아니나 만약 심려心慮를 고요히 하여 써 궁구窮究하면, 곧 문의文義(글과 뜻)의 그릇된 것을 가히 능히 살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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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予ㅣ 雖非善醫之儔ㅣ나 幸粗識文義ᄒᆞ야 略辨眞僞故로 今之經之疏之中之或脫ᄒᆞ며 或衍或倒ᄒᆞ며 或誤者ᄅᆞᆯ 簡而出之ᄒᆞ야 叅之諸本ᄒᆞ며 質之諸師ᄒᆞ야 以正之ᄒᆞ노라 然이나 他本所據外예 未嘗一字一句도 妄自加損於其間ᄒᆞ노니

내 비록 어진 의원醫員의 짝이 아니나, 다행히 문의文義를 잠깐(조금) 알아서 진위眞僞(참과 거짓)를 잠깐(조금) 가리는 전차로(까닭으로), 지금의 경經의 소䟽 가운데 혹 떨어지며(脫, 빠지며) 혹 불리며(衍, 더 보태며) 혹 거꾸로 되며(倒) 혹 그릇된 것(誤)을 가려내어 여러 본本(책)에 맞추며 여러 스승께 물어서(여쭈어) 써 바르게 하노라. 그러나 여느(다른) 본本(책)에 의지한 외外에 잠깐도(조금도) 한 자字 한 구句도 함부로 내가 그 사이에 더하며 덜지 아니하노니


予ㅣ 以不敏ᄋᆞ로 辨眞僞ᄒᆞ며 定誵訛也ㅣ나 然此ᄂᆞᆫ 以有據依而然이라 非爲臆斷이니라.

내가 어질지 못하므로(不敏, 슬기롭지 못하므로) 진위眞僞(참과 거짓)를 가리며 효와誵訛를(삼가지 않아 잘못된 것을) 일정一定하나(기준되게 바르게 하나), 그러나 이는 의거依據(어떤 것에 근거)함이 있어 그리하는 것이라 마음대로 결단决斷함이 아니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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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凡有所疑ᄒᆞ고 他本애 無所據處란 據義以決ᄒᆞ야 附之卷尾而已니라.

무릇 의심疑心하는 바가 있고 타본他本(다른 책)에 의거依據할 곳이 없는 것은, 의리義理를 의지하여 결决(결정)하야 권卷의 나중에(끝에) 붙일 따름이니라.



若以已意로 濫之於部內ᄒᆞ면 則或者爲達者之所非矣오 知有闕誤ᄒᆞ고 而不寫以傳之ᄒᆞ면 則未有今日較正之功也ᄒᆞ리니 後世예 或聞較正之說ᄒᆞ고 㮣以爲全ᄒᆞ야 而不加察焉ᄒᆞ면 則佛祖之正意ㅣ 幾乎墜地矣리니 故不獲已ᄒᆞ야 書之於卷尾而傳之也ᄒᆞ노라.

만약 내 뜻으로 부내部內(책 안)에 범람汎濫히 하면(함부로 하였다면) 곧 혹 달達(통달)한 사람의 잘못 여길 바가 되고, 궐闕하며(빠지고) 그릇 되어 있는 것을 알고서 전傳하지 아니하면 곧 오늘날 교정較正한 공功이 있지 아니하리니, 후세後世에 혹 교정較正한 말을 듣고 한가지로 온전하다 하여 자세히 살핌을 더하지 아니하면 곧 불조佛祖의 정正한(바른) 뜻이 거의 땅에 떨어지리니, 이럴새 마지못해 권卷의 끝에 써서 전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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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涵序】 若見盤根錯節之處ᄒᆞ고 而抱拙拱手ᄒᆞ야 不游刃於其間ᄒᆞ면 則豈爲通人達士之所可乎ㅣ리오 是以로 不揆不才ᄒᆞ고 解其結ᄒᆞ며 通其碍ᄒᆞ며 正未正ᄒᆞ며 齊未齊ᄒᆞ야 永貽來學ᄒᆞ노니 誰知王舍一輪月이 萬古光明이 長不滅이리오 呵呵他日具眼者ㅣ 見之ᄒᆞ면 當發大笑矣리라

만약 서린 뿌리와 섞은(어지러운) 마디의 곳을 보고 사나움(못남)을 가져 손 꽂아(팔짱 끼고) 그 사이에 칼을 가게(새기게) 하지 아니하면, 어찌 통인通人 달사達士의 옳다 함이 되리오. 이런 까닭으로 사나움(못남)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맺힌 데(곳)를 끄르며, 막힌 데를 통通하며, 정正치(바르지) 못한 이를 정正하며, 가지런하지 못한 이를 가지런하게 하여, 길이 (뒤에) 오는 배울 이에게 주노니, 뉘(누가) 왕사王舍의 한 륜輪의(둥근) 달이 만고萬古 광명光明이 길이 멸滅치 아니함을 알리오. 하하呵呵! 다른 날에 눈 갖춘 이 보면 반드시 큰 웃음을 발發하리라.


解之舛訛ㅣ 如盤根錯節ᄒᆞ야 結碍不通ᄒᆞ니 若一向畏人非之ᄒᆞ야 知誤而不決焉ᄒᆞ면 則其於報佛恩之^義옌 爲如何哉오 後世예 必有承訛踵誤ᄒᆞ야 妄生穿鑿ᄒᆞ야 以求其說之必通者矣리니

해解(새김)의 그릇됨이 서린 뿌리와 섞인 매듭과 같아서 얽어 막아 통하지 아니하니, 만약 한갓 사람의 그릇 여김을 저어(두려워)하여 그른 줄 알고서 결决치(결정하지) 아니하면 곧 그 불은佛恩 갚는 뜻에는 어떠하나뇨? 후세後世에 반드시 거짓 일을 이으며 그릇된 곳을 밟아 천착穿鑿함을 망령되이 내어 그 말에 반드시 통함을 구할 이(者)가 있으리니,


夫如是ᄒᆞ면 則其不決之蔽ㅣ 至於使佛祖之言으로 終未免於駁雜之愆也ᄒᆞ리니 此ㅣ 通人達士之所不可也ㅣ라 由是로 終不固讓於決焉ᄒᆞ야 寫以傳之世ᄒᆞ노니 夫然後에ᅀᅡ 一經之義天이 朗曜ᄒᆞ며 當年之慧月이 將大明於天下矣리니 熟知夫如是之理乎ㅣ리오 今吾ㅣ 自知其然ᄒᆞ고 而大慶于懷也ᄒᆞ노라 然이나 此言此說^이 如蚊虻之鼓大虛也ᄒᆞ니 達者ㅣ 當以是爲笑具也ᄒᆞ리라

이와 같으면 그 결决(결정)치 아니한 폐蔽(폐단)가 불조佛祖의 말씀으로 나중에(마침내) 박잡駁雜한 허물을 면免치 못함에 이르리니, 이것이 통인通人 달사達士의 그릇되이(不可) 여기는 바이라. 이로 말미암아 나중에(마침내) 결决함에 구태여 사양辭讓치 아니하여 써서 전傳하노니, 그런 후後에야 일경一經(한 경전)의 의천義天이(이치가) 밝아지며, 당년當年의 혜월慧月(지혜 달)이 천하天下에 장차 크게 밝으리니, 뉘(누가) 이 같은 이理(이치)를 알리오. 이제 내가 그러함을 알고 크게 뜻에 기뻐하노라. 그러나 이 말씀과 설說함이, 문망蚊虻이(모기와 등에가) 큰 허공虛空을 침과 같으니, 달자達者가 반드시 이것으로 써 웃을 것을 삼으리라. 【박駁은 얼룩얼룩한 것이고, 잡雜은 섞인 것이고, 문蚊은 모기고, 망䖟은 등에라. 의천義天은 이理(이치)를 이르니라】
* 문망蚊虻: 모기나 등에와 같이 ‘힘이 없음’을 가리킴.

【涵序】 永樂乙未六月 日 涵虛堂衲守伊盥手焚香謹序
영락 을미(1415년) 유월 일 함허당 납자 수이는 손 씻고 향 사르고 삼가 서문을 씀.
-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 서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