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할 때]

2019. 12. 20. 14:26짧은 글

 
 
“참선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작은 지혜가 매우 크게 보이고,
큰 지혜는 하찮고 어리석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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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패배가 정말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그건 사실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유일하게 실패 또는 패배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포기할 때뿐이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실패한 것이 아니다. 아직 거기까지 가지 못한 것뿐이다.
 
이따금 패배한 느낌을 받아도 괜찮다.
그것은 인간적인 모습이다.
특별한 소명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결론 내려도 괜찮다. 지극히 솔직한 모습이다.
그런 솔직한 모습에 수치심을 느낄 필요 없다.

그러나 결코 인생이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여전히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그런 생각이 틀렸음을 입증한다.
우리 스스로가 살아온 삶을 ‘성공’이라 생각하든 ‘실패’라고 생각하든 아직 숨 쉬고 있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건 딱 하나다.

이제 다시 시작할 시간이다. 다시 태어날 시간이다.

- 테오도르 준 박.


사치타난다 Satchitananda!

———————

자신 혹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을 멈추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당장.
오늘.

죽음을 무찌를 수는 없겠지만 불필요한 고통은 막을 수 있다.
 
———————

“제가 시간을 많이 빼앗았네요”

“천만에요. 난 바쁘지 않아요.”

“이제 그만 가볼께요.”

“언제든지 와요. 난 항상 여기 있으니까.”

 
———————

 
“네가 지금은 어리지만, 항상 이렇지는 않을 거여.”
30여 년 전, 송담스님이 내게 하신 말씀이다.

“ 우주의 모든 것이 무상하지. 너도 그걸 잘 알 거여.”

“아직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어요.”
나는 송담스님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일?”

“여행이요. 친구들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
내 생각을 한국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행? 친구들이랑 놀고 싶다고?”
스님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으셨다. 이렇게 바보같이 말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는 듯이. 송담스님은 나를 지그시 바라보시더니 고개를 저으셨다.

“참선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건 알아, 그렇지?”
스님이 말씀하셨다.

”예.”

“그럼, 뭐 하나만 물어보자.”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며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셨다.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계셨다.

“그걸 다 알고 있다면 바보처럼 잡초 속에서 놀면서 뭘 하고 있는 거냐?”
.......

“알고 있는데 하지 않으면 어떤 사람이 되는 거지?”

“다 내려놓고 어서 빨리 들어와. 같이 공부하자.”


- <참선1, 2> 테오도르 준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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