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침도거惛沈掉擧

2019. 11. 3. 11:40짧은 글

혼침도거惛沈掉擧]

兄弟家 成十年二十年토록 撥草瞻風하되 不見佛性하야 往往에 皆謂被惛沈掉擧之所籠罩라하나니 殊不知只者惛沈掉擧四字 當體即是佛性이로다.

여러분들이 10년 20년이 되도록 풀섶을 제거하고 바람을 우러러보되 불성佛性을 보지 못하야 흔히 모두 말하기를, “혼침과 도거의 씌움을 당했다”고 하나니,
다만 이 ‘혼침도거惛沈掉擧’ 네 글자의 당체當體가 바로 불성佛性인 줄을 알지 못함이로다.

- 고봉화상 <선요>


———

여러분들이 십년이나 이십년 동안을 잡풀과 같은 번뇌망상을 베어 없애고 저 바람인 옛 조사들이 이뤄낸 종풍宗風만을 우러러보며 쫓아가되, 자신의 안에 있는 불성佛性은 보지 못하여 흔히들 말하기를,

“내가 혼침과 도거의 마군이가 씌였다.”고 하나니, 다만 이 ‘혼침도거惛沈掉擧’ 네 글자의 근본 당체當體가 바로 ‘불성佛性’인 줄을 알지 못함이로다.

혼침할 때에 혼침과 싸워 제거하려 하지않고,  ‘혼침하며  꾸벅 꾸벅 졸고 있는 이놈이 무엇이냐? 어떤 물건이 이렇게 졸 줄을 아느냐?’ 하고 궁구하면 혼침惛沈하는 그 당체가 곧 불성佛性인 줄을 알 것이다.

망상이 일어날 때 망상과 싸워 제거하려 않고, ‘망상 도거掉擧를 일으키는 이놈이 무엇이냐? 어떤 물건이 이렇게 망상 일으킬 줄을 아느냐?’ 하고 물어 궁구하면 도거掉擧하는 그 당체가 곧 불성佛性인 줄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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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초첨풍撥草瞻風”
‘풀을 뽑으며 저 바람(宗風)을 우러러본다.’

어제의 바람은 오늘도 풀을 흔들고 지나간다. 풀이 곧 바람인 것은 아니지만, 풀에서 우리는 바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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