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終日行行不知行 종일 가도가도 가는 줄을 모르더라. 】

2017. 8. 18. 07:55송담선사 법문

【終日行行不知行 종일 가도가도 가는 줄을 모르더라. 】

가기철선입해중駕起鐵船入海中 이라.
쇠, 쇠로 맨든 쇠배를 타고서 바다 가운데로 들어가는데,

조간휘처월정명釣竿揮處月正明이여.
그 낚싯대 그 박주舶主 꼭대기 빛나는 곳에 달이 정正히 밝았더라.

그 쇠배를 타고 몰고 들어가서 턱 낚싯대를 던지고, 그 낚시 그 박주 꼭대기를 갖다가 그거를 일념一念으로 그거를 보고 있는데, 달이 밝더라. 창명과래혼불각滄溟過來渾不覺이여. 그 낚시 그 박조 꼭대기만을 보고서 가는데, 바다 물결을 그렇게 해서 떡 바다 물결에 맽겨놓고 그렇게 가는데, 언제 어디를 얼마만큼 지금 그 배가 가고 있는 지를 몰라. 종일횡행부지행終日行行不知行이여.
종일토록 그 물결에다가 배를 맡겨버리고 박주만 보고서 가는데, 얼마를 갔는지 계속 물결 따라서 가고 있건마는 가도 가고 가도가도 가는 줄을 모르더라. 화두를 들고 그 화두에 의단疑團만을 보고서 석 달 동안을 그렇게 정진을 헌데, 석 달이 어떻게 가는 줄을 모르게 지내가도록.

- 송담선사 법문 세등 63번. —————————
【臨流數魚 흐르는 물 내려다보며 물고기를 세다】

長江如練寫秋空
俯瞰吟詩日已紅
但道游魚淸可數
區區屈指與癡同 긴 강江은 명주실로 짠듯 가을 하늘을 베껴놓았으니
내려다보며 시詩 읊는데 해는 이미 붉었네.
다만 노니는 물고기를 분명하게 헤아릴 수 있다 말하며
구구區區하게 일일이 손가락을 꼽는다면, 미련하고 멍청한 사람과 더불어 매 한가지.

- 가정稼亭 이곡李穀. <臨流數魚흐르는 물을 내려다보며 고기를 헤아리다>



학포學圃 이상좌李上佐. <박주수어도泊舟數魚圖>
16세기초. 비단에 담채, 18.7 x 15.4 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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駕起鐵船入海來 釣竿揮處月正明.
性愛蟾光寒照影 滄溟過來渾不覺.
更知道.
途中却憶靑山事 終日行行不知行.

- 함허 득통 [金剛經 五家解] <究竟無我分>


쇠 배를 일으켜 타고서 바다 가운데로 들어가는데
낚싯대 빛나는 곳에 달이 정正히 밝았더라.
성性은 달빛이 차갑게 비추는 그림자를 사랑해서
창명滄溟을 지나왔건만 흐릿해서 깨닫지를 못했더라.

앎을 고쳐 말하면,

가는 도중途中에 도리어 청산靑山의 일 생각하니
종일토록 가고 가도 가는 줄을 모르더라.
(종일 행行하고 행行하는것이 아지 못함(不知)만 행行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