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저(尋底)가 시(是)】

2021. 8. 20. 15:45전강선사 법문

【너를 길러온 지가 세월이 깊다】

양이유래(養爾留來)로 세월심(歲月深)인디
개롱불견의침침(開籠不見意沈沈)이로구나.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상응지재추강상(想應只在秋江上)이나
명월노화하처심(明月蘆花何處尋)고.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양이유래세월심(養爾留來歲月深))
너를 길... 길러온 지가, 너를 길러서 키워서 온지가 세월이 깊다.
개롱(開籠)에 불견의침침(不見意沈沈)이로구나.
농(籠)을 열고 네 모냥을 볼 수가 없으니 뜻이 침침(沈沈)허다.
상응지재추강상(想應只在秋江上)이다마는,
생각건댄 가을 강상(江上)에 있을듯하다.
명월노화(明月蘆花)에 하처심(何處尋)고.
밝은 달 갈대꽃이 어느 곳에 너를 찾을거나? 비유여.
———

(양이유래세월심(養爾留來歲月深))
너를 길러온 지가 오래 되았다. 세월(歲月)이 깊다. 생겨난 때가 있어야지.
내 본래면목(本來面目), 이 몸을, 그 이 내 본래면목 주인공(主人公) 이 자리가 하도 오래오래 이렇게, 이렇게 지끔 온단 말이여. 이 몸띵이, 몸띵이는 농(籠) 아닌가! 이 몸띵이 속에 주인공이 있지 않은가! 밥 먹고 · 옷 입고 · 가고 · 오고 허는 이 몸띵이 가운데에 소소(昭昭)허고 영영(靈靈)한 그 내 본래면목本來面目. 그놈은 이름도 없고 모냥도 없고 이 법. 뭐 있나? 아무것도 없건마는 그렇게 소소(昭昭)허고 영영(靈靈)허고 그렇게 밝고, 그놈이 그 농, 사대색신(四大色身) 속에 들었단 말이여. 이 몸띵이 받기 전에는 또 응 귀신(鬼神)으로 댕겼... 댕겼는가 귀신은 또 자체가 어떤지... 그놈... 허지마는 이 몸띵이 육신 몸띵이 받아가지고는 이 속에 들어있거든! 아 이놈이 육신색신(肉身色身) 몸띵이 속에 분명히 있건마는 암만 뚜깽이를 열고 떡 응? 그러면 그 농속처럼, 농처럼 되았는데 껍데기 그 뚜깽이를 때고 볼랔해도 볼 수가 없다 그 말이여. 아무리 볼래야 볼 수 없다.

이렇게 아침저녁 주삼야삼(晝三夜三)에 그놈을 더불여서 자꾸 찾건마는 아 그렇게도 볼 수 없는가? 아 이 우선 그 고인(古人)들은 말씀해놓기를, 「낯 씻다 코 만치기와 같다. 견성見性허기가.」 「내의 몸, 내가 나를 깨달라 알기가 낯 씻다가 코 만지기와 같다.」 아, 이렇게 말했단 말이여. 「대한(大限)은 구순(九旬)이다, 크게 한정허며는 구십 일(90일) 동안, 한 철 만에 견성(見性)헐 수 있고, 소한(小限)은 칠 일(7일)이다, 그것 간단히 조끔 한정을 조끔하면 칠 일(7일) 만에 헐 수 있다.」 아, 이레 동안에 견성헐 수 있다 그 말이여.

활구참선법(活句叅禪法)이라는 것이 그 참 댕인(당인, 當人)의 그 용맹(勇猛)가운데 있고, 댕인의 신심(信心) 가운데 있고, 댕인(당인)의 그 분심(憤心) 가운데 있는 거여. 이것, 응? 분심도 없고 신심도 없고, 아 그럴 것 같으며는 용맹심(勇猛心)도 없어서, 그저 이럭저럭 허며는 무량겁(無量劫) 해도 못, 못, 견성(見性) 못허네. 천만 겁 백만 겁 뭐 무량겁을 해도 안 되아 그것이. 그 묘(妙)하지.

똑 신심이 그 십분신득(十分信得)이래야 되는 것이지, 신(信)이 열이면 십분(十分)을 다 갖촤야 되는 것이지 구... 응? 구분(九分)만 해도 안 되네. 이런 일이 있나. 첫째 신심(信心)이, 아 이렇게 신심 · 분심 · 그저 활구에 의심, 아, 이 세 가지를 떠억 갖촤가지고 헐 것 같으며는 칠 일(7일)에 헌다. 칠 일에. 이레 동안에 헌다. 이렇게 다, 이렇게 말씀을 해 놓았으니 어디 그... 그 고인들이 거짓말을 했는가? 거짓말할 이치가 있는가. 그대로 실수실증(實修實證)해가지고는, 실다이 닦아서 실다이 깨달라서 증(證)해가지고는 그대로 우리 중생(衆生)께 말해준 것이지 조끔인들 속일 이치가 있냔 말이여. 그렇게 바로 해준 이 참선법(叅禪法), 천상천하(天上天下)에 이 법 뿐이지 뭐가 있는가!

이렇게도 오래오래 길러오고 키워오고 가지고 온 이 내 주인공(主人公) 면목(面目)을 여태까장 보지 못혀. 아무리 농 뚜깽이를 열고 볼라니, 응? ‘이 뭣고?’를 한 번 처억 찾아보니 아, 곧 그저 심자(尋底)가 시(是)언만, 찾는 놈이 그놈이언만 그렇게도 못 보는가? 이 몸을 찾... 응? 이 주인공 이 면목을 찾는 놈? 찾기 따문에 그만 거기서 못 본다. 심저(尋底)를 불견(不見)이여, 찾는 놈을 못 보거든. 영가(永嘉)스님 오도송(悟道頌)에 그 바로 해 놨겄당. 그 이상 더헐 수 없지. 「맥(멱)즉지군불가견(覓則知君不可見)이니라. 찾은 즉은 알거라, 그대가 보지 못허느니라.」 아 이렇게 해놨네 또. 묘(妙)허다. 그러니 그, 그게 도대체 이 소소영영헌 주인공, 이 물견(物件)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고, 그 면목(面目)이 도대체 뭐 어째서 이렇게 도무지, 응? 찾, 찾는 놈도 거기에는 그만, 응? 그 패궐(敗闕)로 찾는 놈도 그놈이 허물로 맨들아 놓았으니 도대체 그 어찌해야 되겄냐 그 말이여?

이래도 뭐 참... ‘유견(有見)도 안 된다. 무견(無見)도 안 된다. 비유견(非有見)도 안 된다. 비무견(非無見)도 안 된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있고 없는 둘도 다 공(空)했다. 공(空)헌 놈도 또 공(空)했다. 또 공(空)치 안했다. 다 즉(即)했다.’ 거 가, 거 뭐 어느 것이 안 즉(即)한 것이 없다. 아, 이런 놈의 꼴이 있는가. 그럼 도대체 뭐 길래 이래 놨는고? 일체제상(一切諸相)이 거기는 도무지 없다. 무신 상(相)이 있나? 또 거기에 무슨 응? 없는 상(相)이 무슨 있나. 아, 이렇게 해놓니 도대체 어째 그래 놨냐 그 말이여! 그것참.

그래가지고 거가서는 그만 응? 조사관(祖師關), 활구선(活句禪), -활구선이 조사관이여- 활구선이다. 살, 살 활(活)자 글귀 구(句)자, 활귀참선(活句叅禪)이다. 그 공안(公案)이다. 그 공안을 땅 땅 한 마디썩 모도 고인(古人)들이 모도 말씀을 척 해 놓았네. 그래놓고 「참선叅禪은 수투조사관須透祖師關이다, 참선은 조사관 뚧는 것이다.」 그래 놨거든! 「묘오(妙悟)는 요궁심로절(要窮心路絶)이니라,」 묘오자체(妙悟自體), 묘오자체는, 깨달음 그 근본자체(根本自體)는 심로(心路)가 없다. 마음길이 없닼’ 해부렀으니, 마음으로써, 마음도 없지. 마음이 없는디 무슨 길이 있나? 거가 무슨 마음이 있나.

묘오(妙悟)에 들어가서야 무슨... 묘오도 벌써 패궐(敗闕)을 짊어지고 그 모도 불조(佛祖)가 패궐, 해놓은 말인디, 아 거 무슨 놈으 로(路)가 있나. 심로(心路)라는 것은 모두 이렇게 저렇게 이(견理見) 맨들아 놓은 거, 이견 붙여놓은 거. 무슨 도... 도리(道理)를 갖다가 응? 거 모도 심로... ‘이렇닼’하면 벌써 저 죽고, ‘무엇이닼’하면 벌써 제 쌔빠닥 끊어져부러. 아 이런 놈의 묘오(妙悟)는 또 이렇게 말해 놓았네. 허니 어쩔 수 없어. 함구(緘口)허고, 입 막고 그저, 그저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를 물으니까, 판치생모(板齒生毛)다. 판때기 이빨에 털 났다.

그 판때기 이빨에 털 난 놈은, ‘어째 판치생모(板齒生毛)랔 했는고?’ 알 수 없는 대의(大疑). 알 수 없는 게 의심이니깨. 대의(大疑). 고 대의 하나 그놈 하나.또옥 그저 주삼야삼(晝三夜三)에, 뱀이나 낮이나 그놈 하나 더불여서, ‘어째 판때기 이빨에 털났닼 했는고?’ 아, 그것도 모도 그저 무슨 뭐 심로(心路) 아닌건 아니지 그것도. 허지마는 알 수 없는 그놈을, 그놈을 갖다가 활구대의(活句大疑)다, 활구에 대의단(大疑團)이다. 고 의단이, 의심(疑心)이 독로(獨露)허게 해라. 워쩌? 활구학자(活句學者)한테는 밖에는 또 있어? 그밖에 뭘 해놨냐 그 말이여. 그놈만 터억 그, 어쨋튼 해나가는 분상(分上)에는 그놈이 아니며는 조사관(祖師關)을 응? 볼 수가 없어.
(개롱開籠에 불견이(의)침침不見意沈沈이로구나.)
뚜깽이를 열고 암만 볼래야 도무지 볼 수 없네. 어디 뭐 그 속에 이렇게 말허고 · 보고 · 듣고 이렇게 헌 아, 소소영영(昭昭靈靈)헌 주인공(主人公) 그놈을 아무리 볼랔하니, 별별 도리를 다 때려 붙여서 거다가서 무슨 따져볼랔 해야 되는가? 이름도 붙여보고, 상(相)도 붙여보고, 상도 이름도 없는디 붙여봤던들 무엇허며, 다 띠고 또 보니 이렇게 소소(昭昭)헌 놈이 분명(分明)허거늘 어디 없다고 헐 수가 있는가? 헌디, 아무리해도 볼 수가 없네. 흥! 캄캄할 뿐이지. 대체.
상응지재추강상(想應只在秋江上)이다마는,
가을 강상(江上)에 있을듯 허다마는, 비유니까,

새 한 마리 허연 학(鶴)을 키우다가, 늘 그 농(籠)속에 이렇게 학을 길르다가, 한번은 와서 농을 열고 보니 학이 없다 그 말이여. 날아가고 없어. 그러니까, 농을 열고 보지 못허겄으니 뜻이 침침(沈沈)하다, 캄캄하다. 니가 농을, 농 뚜껭이 열고 반다시 날라가서 가을 강상(江上)에 있을듯 허다마는, 아, 그놈이 딴 디 날아갈 리가 없고 가을 강상에 있을듯 하다마는,
명월노화하처심(明月蘆花何處尋)이냐.
달도 밝고 니 몸띵이도 희고 갈대꽃도 희니, 하처심(何處尋)고, 너를 어느 곳에 찾을 것이냐? 명월(明月)과 노화(蘆花)는, 그 학도 희고 명월도 밝고 갈대꽃도 흰 그것은 어따가 비유 했겄는가? 요렇게 비유여.
- 전강선사 법문 62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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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여원래세월심(養汝原來歲月深) 
개롱불견의침침(開籠不見意沉沉)
상응지재추강상(想應只在秋江上)
명월노화하처심(明月蘆花何處尋)

- [사성진군영첨四聖真君靈籤] (第 十八)
너를 길러온 지가 원래(原來)로 세월이 깊다.
농을 열어도 보이지 않으니 뜻이 침침하구나.
생각해보건댄 가을 강상(江上)에 있을 듯한데
달 밝고 갈대꽃도 흰데 어느 곳에서 찾을꼬?

——— 어느 도인(道人)이 학(鶴)을 무척 사랑했는데, 하루는 뜰 앞에 학 한마리가 다리가 부러져 날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동물에게 상(傷)하지 않을까 염려해서 울타리를 치고 그 다리를 정성껏 치료해 주었다. 그 후 학은 주인에게 고마움을 느껴 날아가지 않고 주인의 곁을 맴돌면서 문만 열면 주인에게 덩실 덩실 춤을 추어 보이며 보은(報恩)을 했다. 십 년(10년)째 되는 가을 날 학이 종적(蹤跡)을 감추니 주인은 학을 그리워하며 시를 읊는다.

———

*
本自不失 何用更尋. 秪這尋底 毘盧之師. 山靑水綠 鶯唫燕語 頭頭漏洩. 咄!

본래 잃지 않았는데 어찌 다시 찾으랴. 다만 이 찾는 놈이 비로(毘盧)의 스승이라. 산은 푸르고 물은 맑으며, 꾀꼬리 울고 제비 지저굴거리니, 두두(頭頭)가 낱낱이 누설(漏洩)을 하도다.

돌(咄)!

- 심우송(尋牛頌) [경허화상집鏡虛和尙集] 卷之一
(한암漢巖 필사본筆寫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