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遊白狼山、백랑산을 유람하며

2022. 8. 24. 09:19짧은 글

【遊白狼山


積雨空山草木多
山僧晨起斫煙蘿
崖前露出一塊石
悄坐松陰似達摩
비가 오래되니 빈 산에 초목이 무성하고
산에 스님은 새벽같이 일어나 안개 속 덩쿨을 베어낸다.
절벽 앞에 드러난 한 괴석塊石은
솔 그늘 아래 엄숙히 앉은 달마達摩와 같구나.
懸岩小閣碧梧桐
似有人聲在半空
百叩銅環渾不應
松花滿地午陰濃
벼랑끝에 매달린 작은 누각의 푸른 오동梧桐나무,
사람소리는 허공 속을 떠도는 듯.
수없이 청동고리 두들겨도 여전히 답이 없고
땅에는 송화松花 가득, 한낮 고요함만 짙어지네.


- 정판교집.
* 적우積雨: 오랫동안 오는 비, 쌓이고 쌓인 오랜 근심.


—————

마음 가운데 시작 없는 때로부터 진로망상의 비가 내렸으니 업식의 근심들은 그 높이를 모르고 쌓여만 간다.
스님은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혹의 안개 속 반연攀緣(생각의 덩쿨)들을 화두로 돌이키며 베어내는데, 그 모습이 마치 앞에 벽을 대한 달마와도 같구나. 벼랑 끝에 아슬히 매달려 있는 작은 암자는 벽오동나무와 함께 있고,
허공에서 말 소리 들리건만, 누구인가 찾으려 문고리를 초인종 삼아 수없이 두들겨 보아도 그 안에 주인은 얼굴(면목)을 내밀지 않는다.
문을 걸어 잠근 스님은 밖을 나오지 않은지 오래여서, 땅에는 발자욱 없이 내린 송화가루와 암자의 침묵만이 켜켜이 쌓여가는구나.



'짧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雪晴、눈 개인 후  (0) 2022.08.24
【客焦山袁梅府送蘭 초산 머물 때 원매부가 난을 보내와서  (0) 2022.08.24
[무념無念]  (0) 2022.07.23
【次天池  (0) 2022.07.02
[이해해야 한다.]  (0) 2022.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