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君 ’ (증도가證道歌 속의 '이 뭣고?')]

2021. 11. 29. 12:31짧은 글


【그대】


○ 君不見가,

是何顏고? 擬議思量하면 隔亂山하리라 從此曹磎門外句가 依前流落向人閒하리라

그대는 아니 보는가? 이 어떤 낯인고?
여겨서 의론議論하며 사량思量하면 어지러운 산이 가리리라. 이로부터 조계문曹溪門 밖의 구句가 예전같이 흘러 떨어져 인간人閒에 향向하리라.

「이 어떤 낯인고?」 함은 묻는 자의 면목面目이라.
사(師)가 모든 사람에게 가르쳐 물어 이르시되, “보는가, 못 보는가? 이 어떤 면목(面目)인고?” 하시니, 이 가장 처음 긴(緊)히 온전히 잡아 바로 가르치신 곳이니, 만약 상근대지(上根大智)면 이르심을 갓 듣고서 곧 낙처(落處)를 알려니와 중(中) 하(下)의 사람은 여겨 의론(議論)함을 면(免)치 못하리니, 이로부터 난산(亂山)이 격(隔)하여 본래면목(本來面目)을 보지 못할새 이르시되, ‘의의사량(擬議思量)하면 난산(亂山, 어지러운 산)이 격(隔)하리라(벌어지리라)’ 하시니라. 영가(永嘉)가 조계(曹溪)에 가시어 하룻밤 주무시고 문(門) 밖에 이 구(句)를 불러내시니, 이 구(句) 불러내심은 사람이 알게 하고자하심이니, 만약 여겨 의론(議論)하여 산이 가리면 이 한 구(句)가 예전같이 땅에 떨어질새 이르시되, ‘예같이 흘러 떨어져 인간(人閒)에 향(向)하리라’ 하시니라】

- [남명집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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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不見】

琪注: 君之一字는 指決之辭니 於斯薦得이면 摠持門開하야 親見祖師本來面目하며 百千三昧와 無量妙義가 皆從此入(皆從此出)이리라.

所以善財參見衆藝童子하니 言我常唱此字母하야 入般若波羅密門이라하니 則知一字法門은 海畢書而不盡也(海墨書而不盡也)어니와 於此不明이면 設使辭同炙輠(設使辭同炙煉)하고 辯瀉懸河라도 翻被文字語言流浪하야 無有了時(無有了期)리라. 日來月往에 翰墨雲興하고 歲久時長에 編卷山積이라도 究懷永歎하고 罔弗長嗟(惘怫長嗟)하야 心地法門에 遠之遠矣라. 古德云, 學道에 先須有悟由이니 還如曾鬪快龍舟(還如爭鬪快龍舟)라 雖然舊閣閑田地라도 一度羸來方始休라 하니 以此而推면 須有發明悟入이라사 姑得이니라. 故云, 最初一句는 同道라야 方知니라.


【原文】 그대 보지 못했는가[君不見]

【琪注】 ‘군(君, 그대)’이라는 한 글자는 ‘가리켜 결정짓는 말[指決之辭, 지시대명사]’이니, 이것[君]을 천득(薦得)하면(깨달으면) 총지문(摠持門)이 열리어 조사(祖師)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친(親)히 보게 되며, 백천 가지 삼매[百千三昧]와 한량없는 오묘한 뜻[無量妙義]이 다 이를 좇아서 나오느니라.

이러한 까닭으로 선재(善財)가 중예동자(衆藝童子)를 친견(親見)하고 말하기를, “나는 항상 이 자모(字母)를 불러서 반야바라밀문(般若波羅蜜門)에 들어갔다”고 하였으니, 이 한 글자 법문[一字法門, ‘君’]은 바다로 죄다(먹물을 삼아) 글을 써도 다하지 못하려니와, 이것[君]을 밝히지 못하면 설사 문장[言辭]이 산적을 구워놓은 것처럼 맛있고[炙輠] 언변(言辯)이 강물을 거꾸로 쏟아놓은 것처럼 유창하다 하더라도 도리어 문자(文字)와 어언(語言)에 휩쓸려 요달(了達)할 시절이 없음을 알아야 하리라. 날이 가고 달이 감에 문장이 구름처럼 일어나고 세월이 흐를수록 책이 산더미처럼 쌓일지라도, 마침내 허전한 마음에 늘 탄식(歎息)하고 실의(失意)에 빠져 길이 슬퍼하리니, 마음의 법문[심지법문(心地法門)]에서는 멀고도 멀 뿐이라.

고덕(古德)이 이르시되, “도(道)를 배움에 먼저 반드시 깨닫게 되는 연유(緣由)가 있으니, 그것은 마치 빠름을 다투는 쾌룡주(快龍舟)와 같음이라. 비록 그렇기는 그러나 오래된 누각과 묵혀둔 밭이라하더라도 한차례 곤란함을 겪어야사 바야흐로 쉴 수가 있느니라.”라고 하였다. 이로써 미루어보면, 반드시 발명(發明)해서 깨달음에 들어야사 비로소 옳으니라. 고(故)로 이르시되, “최초일구(最初一句)는 도(道)와 같아야사 바야흐로 아느니라[同道方知].” 하였다.

- [증도가 언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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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유래세월심(養爾留來歲月深)
너를 길러온 지가 세월(歲月)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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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당처상담연(不離當處常湛然)
멱즉지군불가견(覓則知君不可見)

당처當處를 여의지 않고 담연湛然한 놈인데,
찾으며는 ‘그대’는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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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저(尋底)를 불견(不見)이여, 찾는 놈을 못 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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