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시詩、時

2021. 12. 5. 20:20짧은 글

<江 배 >

저녁 볕을 배불리 받고
거슬러 오는 적은 배는
왼江의 맑은 바람을
한돛에 가득히 실었다.
구슬픈 노젓는 소리는
봄하늘에 사라지는데
江가의 술집에서
어떤 사람이 손짓을 한다.

- 한용운, 조선일보 1936. 4. 3,
<江 배 > 全文



———

<合掌>

들이라. 단 두 몸이라. 밤빗츤 배여와라.
아, 이거봐, 우거진 나무 아래로 달 드러라.
우리는 말하며 거럿서라, 바람은 부는 대로.

燈불빗헤 거리는 해적여라, 稀微한 하느便에
고히 밝은 그림자 아득이고
퍽도 갓가힌, 풀밧테서 이슬이 번쩍여라.

밤은 막깁퍼, 四方은 고요한데,
이마즉, 말도 안하고, 더 안가고,
길까에 우둑허니. 눈 감고 마주섯서.

먼먼山. 山 뎔의 뎔鍾소래. 달빗츤 지새여라.

- 1925- 김소월


———

<합장>

들에서 단 두 사람이라. 밤 빛은 배여오고.

“아, 이거봐!”
우거진 나무 사이로 달이 들어오고.

우리는 말하며 걸었어라. 바람이 부는 대로.

등 불빛에 거리는 헤적이고. 희미한 하늘 편에
멀리엔 고히 밝은 달 그림자 아득하다.
퍽도 가까이엔 풀밭에서 이슬이 달빛을 머금어 번쩍여라.

밤은 막 깊어서 사방은 고요한데
얼마전부터 말도 안하고, 더 안 걷고,
길가에 우두커니. 눈 감고 마주섰어라.

먼 먼산. 산 절의 절 종소리…
달빛은 지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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