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7. 08:25ㆍ카테고리 없음
【우리의 면목面目】
인재선중선재수人在船中船在水요,
수무부재방선행水無不在放船行이다.
사람은 뱃 가운데에 타고있는데 그 배는 다시 물 속에 있더라.
배를 뛰워서 가는 곳마다 물이 없는 곳이 없어.
물이 있는 곳에는 배가 어디라도 다 갈 수가 있더라 그말이여.
우리의 자성自性은 이 사대四大,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로 뭉쳐진 이 몸띵이 속에 있는데 그 몸띠이는 삼라만상森羅萬象 두두물물頭頭物物 우주법계宇宙法界 속에 이 몸띵이가 담겨져 있는데, 그 몸띵이 속에는 볼라야 볼 수 없고 알라야 알 수 없는 우리의 한 물견이 그 속에 들어있더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의 마음자리는 눈으로 볼 수가 없지만 잠시도 끊임없이 일어났다 꺼졌다하는 버뇌망상煩惱妄想이 어디서 일어났냐 하면은 그 마음자리로 부터서 온갖 좋은 생각 나쁜 생각이 다 거기서 일어나고 슬픔도 거기서 일어나고 기쁨도 거기서 일어나는데,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천사량만사상千思量萬思想 일어나는 곳이 바로 그 마음자리다 그말이여.
그 마음자리는 볼 수가 없지마는 그 마음자리로부터 일어나는 천 가지 만 가지 버뇌망상 온갖 생각을 보며는 그 생각 일어나는 당처當處가 있을 것은 확실하다 그말이여.
물 있는데에 배가 있고 배가 있으면 그 안에 사람이 있어야 그 배를 동서남북 자유대로 그 배를 운전을 허는거와 같다.
물, 배를 찾는데 산에가서 찾어봐야 배가 없을 것이고, 사공을 찾는데 배 없는데 가서 찾을 수가 없어.
사공을 찾고자 하면 배 있는데를, 배를 찾어야 하고, 배를 찾을랴며는 물로 가야 하는거여.
마음자리를 찾을랴며는 우리의 버뇌망상을 여의고 그 마음자리를 찾아서는 영겁을 두고 찾아도 찾을 길이 없는것이여.
천리계산수지고千里溪山隨指顧하니,
일천풍월임봉영一川風月任逢迎이다.
천리 시내와 산, 천리 강산, 천리 강산에 손, 손가락 가리키는 곳을 따라서 보아라 그말이여.
그 내에 한 내, 시내, 한 강, 한 내에 바람이 불고 그 바람 부는 물결 위에는 하늘에 떠 있는 달이 거기에 찬란히 비추어 부서지고 있어.
강, 하늘에 달 하나가 떠있지마는 어디고 물 있는 데를 보며는 거기에는 달빛이 번쩌거리고 있는 것이여.
이것은 자연에다가 붙여서, 자연의 경계에다가 붙여서 우리의 면목을 드러내는 게송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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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이 돈이여】
참으로 공부가 옳게 되었다면 움직이는 가운데에, 생활하는 가운데에 시끄럽고 복잡한 가운데에서도 화두가 순일하게 되아서 의단이 독로허도록 이렇게 되아야 할 것입니다.
공부허는데 있어서는 ‘혼침이 오고 또 망상이 일어나고, 이 혼침과 망상 때문에 공부를 잘 못헌다. 그놈만 없으며는 공부가 참 잘될것 같고 마음껏 하겠는데 버뇌망상이 퍼 일어나고 화두가 잘 잡히지 아니해서 공부를 못허고, 또 조끔 조용할만 하면 또 졸음이 오고 그래서 안된다’그러는데, 이 버뇌망상이 일어난 것은 그 버뇌망상이 일어난다고해서 공부를 못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버뇌망상이 아까 처음에 말 한 바와 같이 버뇌망상이 일어나는 곳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버뇌망상이 일어남으로써 오히려 자기의 본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機會를 우리는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인이 말씀허시기를, 본래 내가 이 부처거덩.
중생이 참선을 해갖고 부처가 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 우리가 부처였던 것입니다.
본래 부처이기 때문에 에... 부처를 찾을 필요가 없어.
자꾸 부처를 찾으며는 물로 물을 씻을려고 하는거와 같고, 머리 위에다가 머리 두골, 두상 하나를 더 얹어놓은 거와 같다.
물, 물, 물기를 딲을랴면 마른 수건으로 마른 걸레로 닦어야 물기가 닦아지지 물로는 아무리 물을 닦아도 그 습기는 없어지지 아니한 거여. 그와 같이 본래 내가 부처인데 다시 또 거기서 부처를 찾으며는 있는 부처도 달아나게 된 거다 그말이여.
그래서 우리가, 내가 본래부터 내가 부처라고 하는 사실을 철저하게 믿어야 돼.
그러기 때문에 그 본래 내가 부처라고 허는 것을 철저히 믿는 사람은 부처를 찾는 법이 없어.
그러면 버뇌는 어떠냐.
버뇌가 바로 이 보리거덩.
버뇌가 바로 이 보리이기 때문에 그 버뇌를 버릴려고 할 것이 없어. 버뇌가 바로 우리의 깨달음인데 그 버뇌를 버릴려고 허면 깨달음이 달아나버린다 이거여.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는 곡식이 나오는데 곡식이 바로 돈이여. 곡식을 팔면 바로 그것이 돈이고 곡식을 살랴면 돈 주고 사야하고 돈을 맨들랴며는 곡식이 있어야 돈을 만질 수가 있는 것인데 ‘나는 돈이 필요허지 곡식은 소용없다’고 곡식을 버리며는 돈이 어디서 나올 것이냐 그말이여. 곡식을 잘 애끼고 잘 보관을 해야 언제라도 그것이 바로 돈이거던.
우리의 버뇌망상 그놈을 버릴랴고 애를 쓰고 그놈이 일어나며는 신경질을 내고 ‘하! 이 버뇌망상 때문에 공부를 못헌다’고 사람 사람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버뇌를 버릴랴고 허며는 안되는 거여. 버릴랴고 허며는 그 버릴랴고 허는 그 생각이 바로 새로운 버뇌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도 찾을랴고 허지말고 버뇌도 버릴랴고 허지 말아라. 그럴 줄 아는 사람은 공부를 비로소 헐, 허게 되는 것입니다.
다 우리가 참선하고 도를 닦는 것은 부처를 찾기 위해서 허는데 부처를 찾지 말아라, 버뇌 때문에 우리는 육도윤회를 허고 온갖 죄를 짓게 되는데 버뇌도 버리지 말어라. 그러면 부처도 찾지 말고 버뇌도 버리지 아니허면 그러면 어떻게 헐 것이여.
암 것도 않고 우두커니 목석처럼 그냥 마구잽이 먹고 싶은대로 먹고 허고싶은대로 허고 그냥 자고싶은대로 자고 그러란 말인가.
그게 아니여. 다못 부처도 찾지말고, 부처도 구할려고 하지말고 버뇌도 버릴려고 하지 말고서 오직 화두만을 들어라 그거거든.
이뭣고, 이뭣고...
버뇌는 일어나거나 말거나 그냥 놓아두고 화두만을 떠억... 속이 상하더라도 그 속상하는 생각을 억지로 참을랴고 할 것이 없어. 이 뭣고...
슬픈 일이 있을 때에도 슬픔을 억지로 참을랴고 허지말고 이 뭣고...
근심 걱정이 있어도 그 근심 걱정을 띄어 내 버릴랴고 하지말고 당장 바로 이 뭣고... 이렇게 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 나가야 버뇌도 다스려지고 참 부처도, 자기가 참 부처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최상승법입니다.
- 송담선사 법문 세등 5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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兄弟家 成十年二十年토록 撥草瞻風하되 不見佛性하야
往往에 皆謂被惛沈掉擧之所籠罩라하나니
殊不知只者惛沈掉擧四字 當體即是佛性이로다.
여러분들이 10년 20년이 되도록 풀섶을 제거하고 바람을 우러러보되 불성을 보지 못하야 흔히 모두 말하기를
“혼침과 도거의 씌움을 당했다”고 하나니,
다만 이 ‘혼침·도거’ 네 글자의 당체가 바로 불성인 줄 알지 못함이로다.
- 고봉화상 <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