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있는 놈】

2018. 9. 30. 07:51카테고리 없음

【듣고 있는 놈】

대관절 그 ‘이뭣고’가 무엇이냐.
지금 내가 말을 허고 있는 것을 여러분은 듣고 계십니다. 무엇이 듣고있습니까?

‘귀가 듣고있지.’ 귀가 듣고 있는것이 아닙니다. 귀를 통해서 ‘듣고있는 놈’이 따로 있습니다.
이 귀는 언제나 무방비상태로 열러져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지금 이 법당에 앉아 계시면서도 생각으로, '아우... 내가 캐비넷트 쇳대를 잠그지 않고 왔는데, 아 그거 큰일났다. 빨리 내가 밥도 안먹고 쫓아가봐야지 안되겠다.' 이러헌 생각을 하시면서 제 말씀을 듣고 계신 그동안 만은 제 말씀을 못 알아 듣고 계신 것입니다.
여그 앉아계시면서 귀는 계속 열어놓고 있으면서도 '아... 그때 내가 조계사에서 어떤 스님이 법문을 허실 때에 저런 말씀을 들었는데 그시님은 지금 어디로 가셨나. 그 시님이 그때, 그시님 그때 참 잘생겼고 법문도 잘하시는데 어디로 가셨나...'이러헌 생각을 한 일분 동안 만이라도 그러헌 생각을 하고계셨다면 그 생각 허시는 동안에는 저의 말씀을 완전히 까먹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귀가 듣고 있지 아니하고 귀를 통해서 듣고있는 놈이 따로 있다 하는것을 우리는 금방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그 귀를 통해서 듣고있는 놈 그놈이 무엇이냐?
'그게 마음이지 무엇이겠느냐.'
대번에 이 방에 앉어계신 분 한 분도 빼놓지 않고 '마음'이 듣고 있다고 허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그 '마음'이라고 허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우리는 그 마음이라고 허는것을 듣고서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도 그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가 잡아본 사람, 눈으로 본 사람 없습니다.
그 마음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귀로 그 소리를 들어본 사람도 없고, 그 마음이라 헌 놈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냄새를 맡어본 사람도 없습니다.
그 마음이라 헌 놈이 어떠한 모냥으로 되아 있는지 손으로 만져본 사람도 한 사람도 안 계실 것입니다.

다못 들은 풍월로 '마음이다' 하는것만 알고있을 뿐이지 그 ​모냥이 어떻게 생겼는지 빛깔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놈이 바로 나의 주인이요 그놈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났으며, 그놈 때문에 이세상을 또 버리고 어딘가 또 갈 수 밲에는 없는 것입니다.
그놈이 '나'입니다.
이 몸 띵이는 '그놈'이 담아져 있는 임시 하숙집에 지내지 못하고, 임시 잠꽌 줏어입은 부모한테 빌려서 입은 한 벌에 옷에 지내지 못합니다.
언젠가는 이 한 벌의 옷을 벗어 내 던져 버릴 수 밲에는 없는 것이고 이 하숙집, 이 집을 언젠가는 버려버리고 정처없이 떠날 수 밲에는 없는 우리의 신세인 것입니다.

- 송담선사 법문 8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