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謾書 그냥 쓰다

2018. 6. 20. 11:32카테고리 없음

【謾書

藏舟計拙事多違
坐到更深不掩扉
細數三千八百策
方知四十九年非

秪今穿耳人誰在
從古枯禪世所稀
鐘盡月沉天欲曙
始驚寒露濕蘿衣


【그냥 쓰다

골짜기 감춰둔 배 헤아림이 아둔해서 많은 일이 어긋나
앉아서 사립문 닫지 않고 밤이 깊도록
자세히 삼천 팔백의 계책을 세어보니
비로소 사십구년의 잘못을 알겠네.

지금에 귀 뚫은 사람 누가 있는가.
예로 좇아 고선枯禪은 세상에서 드무네.
종소리 다하고 달도 잠기어 하늘은 동이 트려하는데
비로소 찬 이슬에 깜짝놀라 깨어보니 풀옷이 축축히 젖어있구나.


- 『사명당대사집』 四溟堂大師集卷之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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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題信敬軸

曾事茅君三十年
丹砂虛服更茫然
問如何是安心法
若有所聞能盡傳


【신경의 시축에 제하다

일찍이 모군茅君을 섬긴지 삼십년
단사丹砂를 헛되이 먹어 더욱 더 망연하네.
묻노니 어떤것이 안심安心하는 법인고
들은 바가 있다면 다해도 전할 수가 있으리라.

『사명당대사집』 四溟堂大師集卷之四


* 들은 바가 있다면:
盡傳- 薪盡火傳。<장자> [양생주]의 “육신은 장작이 되어 타져 다하지만, 그 불생불멸의 생명의 불빛은 영원히 전해져 그것이 언제 다할지 알지 못한다.
指窮於爲薪。火傳也。不知其盡也。” (指窮: 육체가 다함)

言形雖化나 而性常存이 如薪盡而火存이요 有形相禪이 如薪火相傳하니 是則生生而不已오 化化而無窮이라 故如薪火之傳에 不知其盡也니라.
형체는 비록 변하나 본성은 항상 존재함이 마치 나무는 모두 불타도 불씨가 남아있는 것과 같다. 형체가 서로 이어감은 불이 계속 번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생생으로 그침이 없고 화화로 끝이 없기에 불이 번짐에 그 다함을 알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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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梅

自是氷姿雪下枝
暗香踈影月明時
可憐昔在楊州閣
驛使何勞種此涯


【매화를 보고서

스스로 얼어버린 자태의 눈 내린 가지에
은은한 향기와 성긴 그림자는 달 밝은 때로구나.
가련해라. 지난 날 양주楊州 관사에 있었더니
역驛으로 보내어 어찌 애써 이 물가에 심었는고.


『사명당대사집』 四溟堂大師集卷之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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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贈長興僧

古寺秋晴客又過
舊時行逕樹陰斜
上方臺殿空明月
只有川聲夜半多


【장흥의 승에게 주다

옛 절 맑은 가을 객이 또 지나가니
옛 때 다니던 길에 나무 그림자 비꼈어라.
위쪽 누대 전각엔 공연히 달은 밝고
오직 시냇물 소리만 밤 중에 많아라.

『사명당대사집』 四溟堂大師集卷之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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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林寺秋夕夜坐

東林月出白猿啼
丹桂淸霜夜色凄
獨倚香䑓鐘鼓靜
天風吹葉見禽栖


【동림사에서 추석날 밤에 앉아

동림東林에 달 떠오니 흰 잔나비 울고
붉은 계수는 맑은 서리에 밤 빛이 처량하다.
홀로 향대香䑓 기대어 종도 북도 고요한데
하늘 바람 잎을 불어 깃든 새를 보인다.

- 『사명당대사집』 四溟堂大師集卷之四



【別沈明府宿新安寺

客路迢迢千萬重
小山遺跡度深松
黃昏始到淸溪下
獨聽東林精舍鐘


【심 명부와 헤어지고 신안사에서 묵다

나그네 길 초초迢迢하여 천만겹인데
소산小山의 유적遺跡따라 깊은 솔숲 지난다.
황혼에야 비로소 청계淸溪 아래 이르러
동림정사東林精舍의 종소리 홀로 듣는다.

- 『사명당대사집』 四溟堂大師集卷之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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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珠刺史 진주의 자사에게 화답하다

悠悠漾漾度靑陽
怊悵羈遊天一方
千里短笻長逆旅
十年孤夢在江鄕
功違磨鐵累生債
學未打牛䨥鬂霜
賴有龐翁開我惑
淸心從此覺源長


유유悠悠히 양양漾漾하게 봄도 지나가는데
초창怊悵한 나그네 하늘 한 곳을 떠돈다.
천리의 짧은 지팡이로 여관살이 오래요
십년의 외로운 꿈으로 강 마을에 있다.
쇠 연마하는 공을 어겨 여러생에 빚이요
소 침을 배우지 못해 귀밑머리 서리만 내렸다.
다행히 방옹龐翁이 내 미혹 열어줌이 있어서
이로 좇아 맑은 마음 근원이 항상함을 깨닫는다.

- 『사명당대사집』 四溟堂大師集卷之三


* 龐翁: 방거사.
此是選佛場。心空及第歸。
여기 이곳이 선불장이라
마음 공하여 급제해 돌아가네.

明明百草頭。明明祖師意。
밝고 밝은 백풀 머리에
밝고 밝은 조사의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