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般若歌 반야의 노래

2017. 10. 12. 10:45카테고리 없음

【般若歌


有心求處元無迹 
不擬心時常歷歷
於中坐臥及經行 
不須擬心要辨的
閑則閑閑忙則忙 
困來伸脚飯來噇
不離日用常無事 
一道寒光無處藏

유심有心으로 구하는 곳엔 원래元來로 자취가 없고
견주는 마음이 아닌 때엔 그대로가 역역歷歷하네.
앉고 눕고 경행經行하는 그 가운데에
비교하는 마음으로 판단하려 말지니.
한가로우면 한가하고 바쁘면 그대로 바쁘며
피곤하면 다리를 뻗고 밥이 오면 맛있게 먹네.
일용日用하는 순간을 여의지 않으니 그대로 일이 없어
한가지 도道의 차운 빛 감춘 곳이 없네.

* 擬心: 擬議 의의. 일의 시비곡직是非曲直을 헤아려 그 가부를 의논議論하는 일.
“何謂病本 謂有攀緣 從有攀緣 則爲病本
何所攀緣 謂之三界 云何斷攀緣 以無所得
若無所得 則無攀緣 何謂無所得 謂離二見”

- [유마경] <문수사리문질품>

——

長靈一物在目前 
亦能同地亦同天
眼見耳聞無聲色 
展去廻來常寂然
一身圓含十方空 
一念能令十世融
四聖六凡都在裏 
塵沙刼海不離中

오래도록 신령한 한 물건 눈 앞에 있는데
땅과 같을 수도 있고 하늘과 같을 수도 있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나 빛깔과 소리가 없고
나아가고 되돌아 옴에 그대로가 적연寂然하네.
한 몸이 두루 머금어 시방十方이 공空하고
한 생각이 십세十世를 능히 무르녹게 할 수가 있네.
사성四聖과 육범六凡이 모두 이 속에 있으며
띠끌 모래와 같이 아득한 시간도 이 가운데를 여의지 않네.

——

甚深十二諸經律 
道儒百家諸子述
世與出世諸法門 
盡從這裏而演出
如彼大虛無不括 
亦如日月遍塵刹
莫問緇素與尊卑 
捴向彼中同死活

심히 깊은 십이부경十二部經의 모든 경율經律과
도가道家 유가儒家의 백가百家 제자諸子들의 저술과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의 모든 법문法門이
전부가 이 속을 좇아서 연출演出된다네.
저 큰 허공도 포괄하지 않음이 없고
또한 해와 달과 같아서 띠끌과 찰나에도(어디에나 언제나)두루해 있네.
검은 옷(僧) 흰 옷(俗), 높고 천함을 말하지 말지니
모두가 다 저 가운데를 향하여 죽고 살아남을 함께하네.

——

無相無名若大虛 
我師權號波羅蜜
摩訶般若波羅蜜 
了了見時無一物
山河大地等空華 
殊相劣形同水月
法法無根捴歸空 
獨有此空終不滅

모양 없고 이름 없음은 큰 허공(摩訶)과 같고
내 스승의 방편(權) 일컬어 '바라밀波羅蜜'이라 하네.
마하반야바라밀摩訶般若波羅蜜이여!
분명하게 보는 때(時)에 한 물건도 없네.
산하山河와 대지大地는 허공의 꽃과 가지런하고(다름 없고)
빼어난 모양과 못난 꼴은 물달(水月)에 한가지네.
법법法法이 뿌리가 없어 전부가 공空으로 돌아가는데
홀로 있는 이 공空은 끝내 멸滅하지 않네.

——

今於何處見眞機 
月落雲生山有衣
眼辦自肯人何限 
耳咡如聾數難知
得之不易守尤難 
動靜須敎體常安
虛空誰着一毫許 
自有氷輪万古寒

지금 어느 곳에서 참 기틀을 보나.
달 떨어지매 구름 피어나니 산은 옷이 넉넉하네.
눈으로 보고 스스로 수긍함은 사람이 어찌 한정이 있으며
귀가 입가에 있어도 귀머거리 같음은 그 수를 알기가 어렵네.
그것을 얻기도 쉽지 않으나 지키기는 더욱 어려우니
동動하고 정靜함에 모름지기 체體가 언제나 편안토록 해야 하네.
허공이 누가 한 터럭이라도 붙이는 것을 허락할까마는
스스로는 만고万古의 차가운 얼음바퀴(달)가 있네.

*耳咡如聾귀가 입가에 있어도 그 소리 듣지 못함이 귀머거리 같음:
"咫尺之間 不睹師顏"
지척咫尺 사이에서 스승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

祗因眼翳碍虛明 
妄見空花競崢嶸
但向眼中除幻翳 
空本無花廓爾淸
客夢破猿啼歇 
滿目淸風與明月
幾人買了還自賣 
無限風流從玆發

다만 눈의 혼탁으로 인해 허명虛明함에 장애가 되어
망녕되이 허공 꽃을 보고 서로 높음을 다투네.
다만 눈 가운데를 향해 혼탁함만 없애면
허공에는 본래 꽃이 없으니 그대는 확연해서 청정하네.
(이에)객은 꿈을 깨고 원숭이는 울음을 쉬어
눈에는 맑은 바람과 함께 밝은 달이 가득하리라.
몇 사람이나 샀다가 다시 스스로 팔았던가.
한 없는 풍류風流가 이를 좇아서 일어난다네.



- 함허 涵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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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암사 함허당득통화상 부도탑.
鳳巖寺 涵虛堂得通和尙 浮圖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