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0. 21:30ㆍ카테고리 없음
休息。
학문에 대한 동우(董遇)의 명성이 높아지자 그에게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을 선뜻 제자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배움을 청하자 그는,
“마땅히 먼저 백 번을 읽어야 한다.
책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
(必當先讀百遍, 讀書百遍其義自見)
며 사양했다.
그 사람이 “책 읽을 겨를이 없다”(苦渴無日)
며 다시 가르침을 청하자 동우는,
“세 가지 여가만 있으면 책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답했다. (當以三餘)
옆에서 듣던 사람이 삼여(三餘), 곧 '세 가지 여가(餘暇)'가 무엇인가를 묻자 그는,
“겨울은 한 해의 여가이고,
밤은 하루의 여가이고,
오랫동안 계속해 내리는 비는 한 때의 여가”
(冬者歲之餘,夜者日之餘,陰雨者時之餘也)
라고 대답했다.
-삼국지 위서 1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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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도 겨울같이 매섭고, 밤같이 어둡고, 비처럼 우울한 때가 삼여三餘, 세가 지 여가餘暇가 되겠다.
감정感情에도 한 해의, 혹은 하루의, 혹은 한 때의 여가餘暇들이 있다.
원하는 휴식休息이든 원치않던 휴식이든,
그때야 삶을 더 깊이 들여다 보고 다시 밝혀 볼 좋은 때가 되겠다.
그럴 때 마다 깊이 숨겨진 옛 책을 꺼내어 고인古人의 뜻을 스스로 물을 수 있다면, 우리는 대나무의 마디처럼 그 키를 하늘로 뻗어 올릴 수 있고, 나무의 나이테 처럼 그 폭을 넓혀 나갈 수 있다.
마디와 나이테를 높이고 넓힘은 무엇을 위함인가.
시원한 대 바람을 일으킬 수 있고, 뭇 새들이 긴 밤을 가지에서 쉬어갈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삶에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