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五臟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2017. 8. 27. 11:18카테고리 없음

​【오장五臟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의상倚床에 오수족午睡足이요
창외하일장窓外夏日長이니라.
소조小鳥는 첨단제簷端啼요
풍과노수지風過老樹枝니라.


백채승이라는 여기 노장老長 하나 있다가 한 3년 전에 죽었지. 거 젊은 강사로 이력도 잘 마치고, 재산도 많이 있는 사람이여.
그 합천 해인사 꼴착에 그저 오래오래 오래오래 살다가 그만 그럭저럭 근 30이 되도록까지 사판事判 중노릇허고 그 산빙노릇이나 허고 이러고 똑지냈다 그말여.
그러다가 어릴 때 같이 커 났으니깐, 내가 선방禪房에 나와서 공부 허다가 소식消息을 얻었단 말을 듣고 나를 참 만나, 여러 어릴 때 같이 커난 정도 있고 아 들어보니 아 저는 일대 강사를 다 마쳤고 나는 쟤-
우 사집四集도 거 뭐 서장書狀 좀 읽다 나왔는디, 뭔 말을 해보니 당할 수가 없다 그말이여.
뭔 언구言句 그 어려운 쎄도 대지 못허는 언구를 나는 이놈을 그만 그저 뒤집었다가 엎었다가 제 일구一句를 만들었다가 제 이구二句를 했다가 삼구三句를 설하다가 아! 이러면 뭐 꼼짝 못한다 그말이여.
아 이거 선禪이란 것이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차츰 차츰 믿어서 점점 점점 인자 얼른 얼른, 얼른은 믿지는 못하지마는 나를 믿어 들어와서 여그 와서 토굴 생활을 같이 허다가 참 아 그 중간에 그 불과 인자 그때가 나이 벌써 인자 몇, 근 60 몇 살 됐는디,
아 ‘너’, 평생 그만 그저 습관이 되어서 노장老長이라도 늘 '너'라고 허고 그래 지내 놓아서 말이 그렇게 나오는구만은,
"네가 강사인디 강사로서 그래도 그 글 잘 한다고 소문난 사람인데, 글로라도 어디 송頌을 하나 지어봐라.
여태까지 참선叅禪헌다고 그려도 눈감고 뜩 앉어 있었으니 늘 선방禪房에서 그러 그렇게 좀 지냈으니 한번 소식消息이 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한마디 지어봐라.
그랬더니 이 오도송悟道頌 요, 인자 제 딴에는 오도송이라고 잉! 제딴에는 인자 송이라고 지었다 그말이여.
그 송頌은 돼았거든!
아 그야 참 내 진 평생 글 가운데 압축壓軸이다. 잘했다.
잘 했다마는, 네가 봐 가지고 지었으면 그런 훌륭한 일이 없다마는, 평생 강사講師로 있다가 요리저리 선문禪門에 와서 지내다가,
"​​네 쎄끝으머리서 나와서 ​오장五臟에서 나온 것이 아니 아니다. " 내가 그랬지마는 아! 글은 돼았다 그말이여.
봐, 그 뭐 뭐 별다른 것이 있나 보란 말이여.



의상倚床에 오수족午睡足인디,
걸상에 걸어 앉어서 낮잠이 족足했다.
한숨 잤다 그말이여.

창외窓外에 하일지窓外夏日遲로구나.
창 밖에는 여름날이 더디다.
날이 더우니까 창 위에는 하일지夏日遲다,
여름날이 더디다.

소조小鳥는 첨단제簷端啼헌디,
적은 새는 처마끝에서 우는디, 새는 모도 그 나무 가쟁이 그저 집 집 집 끝에 그런데 모두 앉어서 지절굴거려 우는디,

풍과노수지風過老樹枝로구나,
바람은 늙은 가지에 지낸다. 바람은 스르르르 지내가는구나.
아! 그 소식消息이 제법이다 그 말이여.



견성見性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그 공부헌, 쟤우 그저 선방에 공부라도 허다가 그런 송구頌句라도 하나 짓고 갔다 그말이여.
인세인연人世因緣을 두어 가지고, 그 자석,
사흘만 있으면 또 가고 가고 그게 뵈기 싫어서 내가 아이고 네 운명 네 대로 지내라 할 수 없다 했지만은, 그러다가 갔다 그말이여.

-전강선사 법문 153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