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別念- 尋文逐句】

2017. 8. 11. 21:53카테고리 없음

【別念- 尋文逐句】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에 두 눈을 부릅뜨고 네 다리를 버티고 오직 그 쥐를 탁! 잡아서 입에다가 집어 물어야만 되는 것처럼, 그렇게 될 때 까지는, 비록 닭이나 개가, 개가 자기를 물기 위해서 옆에 있다 하더라도 그것도 돌아볼 겨를이 없고, 없듯이 참선하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분심憤心과 신심信心과 의단疑團이 독로獨露해서 팔풍경계八風境界가 눈앞에 벌어진다 하더라도 그걸 돌아볼 겨를이 없어야 해. 한 생각 삐끗 비끄러지면 쥐만 놓칠 뿐 아니라 고양이까지 달아나 버린다.

고양이가 쥐를 잡기 위해서 그걸 일심불란一心不亂히 그놈을 여수고 있다가 한 눈을 팔면 번개같이 쥐가 달아나 버리고, 우리 참선하는 사람이 주삼야삼晝三夜三에 화두話頭를 들고 그 잡두리를 해 나가다가 딴 생각, 집안 생각이 되었건 자식 생각이 되었건 무슨 사업에 대한 생각이 되었건 지나간 일에 대해서 생각이 났건, 그러한 세속적인 일 뿐만이 아니라 경전에 있는 말씀이 떠오르건, 조사어록에 있는 어떠한 말이 생각이 나건, 전부가 그게 다 별념別念이여. 딴 생각이란 말이여. 딴 생각을 내면은 화두만 놓쳐버릴 뿐만이 아니라 수행자의 생명도 거기서 달아나 버린다 그말이여.

왜 그러냐.
찰나간에 벌써 마구니의 권속眷屬 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벌써 그 사람은 수행자가 아니다 그말이여.
활구참선객이 아니다 그말이여.
활구참선객活句叅禪客이 아니고 수행자가 아닌 사람이 떠억 선방에 앉아서, 앉아 보았자 무슨 도道를 이룰 것이냐 그말이여. 벌써 마구니의 권속이 되어 갖고 있다.
- 껍데기는 멀쩡하게 수행인처럼 생겼지만 벌써 속은 마구니의 권속이 되어버리고 있다 그말이여. -

참선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 고인古人의 공안상公案上에 복탁卜度을 하지 말아라. 이리 따지고 저리 따지고 분석하고 비교하고 사량분별思量分別로 공안公案을 따지지 말라 이겁니다. 망령되이 거기다 해석도 붙이지 말아라. 해석을 붙여서 사량분별로 따져서 그럴싸한 어떠한 해답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깨달음과는 전혀 교섭交涉이 없는 것이다 그말이여. 깨달음과는 십만 팔천 리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말이여.

고인古人의 한 말씀 한 말씀은, 고인의 그 공안은 마치 큰 불덩어리와 같아서 가까이 하면은 화상을 입어.
그걸 만지다가는 손이 타버리고 가까이 하다간 몸땡이가 타버리고 그렇다 그말이여. 공안을 가지고 자기의 본참공안本叅公案에 대한 사량분별思量分을 쓰지 아니하고 오직 꽉 맥힌 의심으로만 관조해 나가야지, 그걸 사량분별로 분석하고 따지고 더듬어 들어가고, 이런 것이 모두 불을 가까이 하다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공안을 갖다가 복탁卜度, 사량복탁思量卜度을 하다가는 깨닫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벌써 사견邪見에 떨어져, 사견종자邪見種子가 되고 말어. 마구니 종자가 되고 말아버린다 그말이여.
어찌 만져서도 안되고 가까이 해서도 못쓰는데, 그 속에 빠져서 앉고 눕고 그 속에 살림살이를 하고 있을 수가 있겠느냐?

활구참선活句參禪을 하지 아니하고 사구참선死句參禪 의리선義理禪, 이런 사구참선이나 의리선을 가지고 그것이 참선인줄 알고 공안을 따지고 분석하고 하나씩 하나씩 이렇게 알아 들어가는 이러한 참선을 하는 것은 마치 불덩어리, 불덩, 불이 훨훨 타고 있는 불무더기 속에 들어앉아서 그 속에서 살림살이를 하고 있는 거와 같다 그말이여.
몸뚱이도 죽고 벌써 목숨까지 잃어버릴 것이 뻔하다 그말이여. 하물며 출가사문出家沙門이 글을 찾고 글귀를 쫓아서 기언기어奇言奇語하고 심문축구尋文逐句 - 여기 다 시를 짓는다, 무슨 소설을 짓는다, 이런 것들이 모두가 다 이 심문축구尋文逐句요, 기언기어奇言奇語가 되는 것이여 -
아무 이익 없을 뿐만 아니라 공부에 큰 장애가 되고 말 것이다. 진실한 마음으로 도를 닦고자 하는 사람은 이러한 짓을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한용운 스님 같은 분이 그 <임의 침묵>이란 그러한 시를 적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시詩를 통해서 감동을 주고, 또 많은 사람들이 불교를 소재로 해서 모두 다 그 소설을 짓고 해 가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발심發心을 시키고, 또 스님네 가운데에도 시도 짓고 수필도 쓰고 소설도 짓고 해서 그러한 방편으로써 불교를 포교하고 많은 사람들을 발심 시키는 그러한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여.
그러한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태어났고 또 그러한 원력願力을 가진 분은 또 그러한 방편方便으로 자기를.. 자기의 수행의 여가를 이용해서, - 수행에 무슨 여가餘暇가 있으리요마는, - 그러한 그 재질才質을 가지고 중생에게 자기 나름대로 방편에 도움을 주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여. 그러나 그런 분은 그런 분이고. 오늘 이 자리에 계戒를 받고 또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은 우선 훨훨 타 들어오는 이 무상無常의 불이 우리 몸띵이에 불이 붙어 가지고 있는데 언제 그러한 데 정신을 팔 겨를이 없다 그 말씀이여.

간절懇切한 마음으로 당장 이 자리 이 시각부터 한 생각 한 생각을 범연히 보내지 말고 “이뭣고?” 오직 ‘이뭣고?’ 한마디로써 우리의 살림을 삼고 생애를 삼고 살아가는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말이여. 이 한마디 놓침으로서 출가 그 본업本業을 망각하게 되는 것이니, 이 한마디가 밥을 먹을 때도 놓치지 말아야 하고, 옷을 입을 때도 이 한마디가 독로해야 하고, 똥 누고 일하고 앉고 서고 눕고 일체처一切處 일체시一切時 어묵동정간語默動靜間에 이 한마디로써 나침반을 삼고, 이 한마디로써 지팡이를 삼고 등불을 삼아서, 하루 하루를 여법如法하게 닦아나간다면 무슨 계를 파할 겨를이 어디가 있으며, 탐심을 낼 겨를이 어디가 있으며, 진심을 낼 겨를이 어디가 있으며, 어리석은 마음을 낼 겨를이 어디가 있느냐 그말이여.

- 송담선사 법문 359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