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17. 19:55ㆍ카테고리 없음
[대중(大衆)에게 보임]
示眾
피부가 뚫어지고 살이 썩고 짓무르며 근육이 끊어지고 뼈가 꺾어지도록 노력하며 걸림 없는 변재(辯才)를 갖추어 종횡(縱橫)으로 자재(自在)하게 말하더라도 향상일관(向上一關)에 대해서 말한다면 노형(老兄)들이 아직 깨치지 못했다고 하리니, 아무쪼록 허공(虛空)이 무너지고 대해(大海)가 마르며 아래위로 꿰뚫어 알아 안과 밖이 맑게 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때라도 눈 속의 티와 같다. 대중들이여! 말해 보라. 어떤 것이 집에 이르는 소식[句]인가?
진흙소가 쇠몽둥이를 맞으니 금강(金剛)이 터져 피를 흘린다.
[皮穿肉爛。筋斷骨折。具無礙辯。橫說豎說。若謂向上一關。敢保老兄未徹。直須虗空粉碎。大海枯竭。透頂透底。內外澄澈。正恁麼時。猶是眼中著屑。大眾且道。如何是到家底句。泥牛喫鐵棒。金剛迸出血。]
만일 이 일을 말하자면 마치 큰 불 무더기의 맹렬한 불길이 하늘까지 뻗쳐서 조금도 간단(間斷)이 없는데 세간(世間)의 온갖 물건을 무엇이나 던지기만 하면 한 조각의 눈[雪]이 닿자마자 곧 녹아버리는 것과 같나니 어찌 털끝만치인들 딴 생각이 용납(容納)되겠는가. 만일 이렇게 해나가면 기한 내에 성취하는 공(功)을 만에 하나도 잃지 않겠지만 만일 그렇게 못한다면 비록 오랜 세월을 경과하여도 고생만 할 뿐이리라.
[若論此事。如大火聚。烈𦦨亘天。曾無少間。世間所有之物。悉皆投至。猶如片雪點著便消。爭容毫末。若能恁麼提持。剋日之功。萬不失一。儻不然者。縱經塵劫。徒受勞矣。]
「바다 밑에 진흙소가 달을 물고 달리고
바위 앞의 돌 범은 새끼를 안고 졸도다.
무쇠 뱀은 금강의 눈을 뚫고 들어가고
곤륜(崑崙)이 코끼리를 타니 백로(鷺鷥)가 끌고 가도다.」
이 네 글귀 안에 능히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고 놓아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는 한 글귀가 있으니 그것을 찾아내면 일생의 공부하는 일을 마쳤다고 허락하리라.
[海底泥牛㘅月走。巖前石虎抱兒眠。鐵蛇鑽入金剛眼。崐崙騎象鷺鷥牽。此四句內。有一句能殺能活能縱能奪。若檢點得出。許汝一生參學事畢。]
만일 이 일을 말하자면 마치 어떤 집 처마 끝에 한 무더기의 쓰레기더미와 같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바람이 몰아쳐도 아무도 눈여겨보는 이가 없나니 무진보장(無盡寶藏)이 그 속에 쌓여 있는 줄을 도무지 모르고 있다. 만일 주어낸다면 백겁천생(百劫千生)에 취(取)해도 다함이 없고 수용(受用)해도 다함이 없을 것이니, 이 보장(寶藏)은 밖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대들의 한낱 믿음[一箇‘信’字]에서 나타나는 줄 알아야 한다. 만일 믿어진다면 결코 그르치지 않겠지만 믿어지지 않으면 오랜 세월을 지나더라도 될 수 없다. 여러분에게 청하노니 곧 이렇게 믿어서 빈궁(貧窮)한 걸인(乞人)됨을 면(免)하라.
말해보아라. 이 보장(寶藏)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한참 있다가 말하기를 범의 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찌 범의 새끼를 얻겠는가!
[若論此事。譬如人家屋簷頭一堆榼𢶍相似。從朝至暮。雨打風吹。直是無人覰著。殊不知有一所無盡寶藏。蘊在其中。若也拾得。百劫千生。取之無盡。用之無竭。須知此藏不從外來。皆從你諸人一箇信字上發生。若信得及。決不相誤。若信不及。縱經塵劫。亦無是處。普請諸人。便恁麼信去。免教做箇貧窮乞兒。且道此藏即今在甚處。良久云不入虎穴。爭得虎子。]
- [고봉화상선요] 통광스님 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