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발보리심(發菩提心)해라】

2021. 8. 15. 12:16카테고리 없음

【“너도—!”】


가끔 수행허는 수좌(首座)들이 와서, “아무리 정신(精神)을 채리고 정진(精進)을 좀 애써서 헐랴고 해도 간절(懇切)허지를 못합니다. 간절한 의심(疑心)이 나지를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간절한 의심이 나, 나게 되겠습니까?” 이러헌 말을 의논해 온 분이 적지 아니 있었습니다. “간절한 의심이 나야 허겄는데, 화두를 들며는 들을 때뿐이고 금방 끊어져버리고, 의심을 들어도 그냥 염화두(念話頭)로 ‘이 뭣고?’허면 ‘이 뭣고?’ 그것뿐이지, ‘이 뭣고?’헌 뒤에도 그 간절한 의단(疑團)이 이렇게 독로(獨露)를 해야겠는데 그 간절한 의심이 안나니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참 그 말을 듣고, 장군죽비(將軍竹篦)로 등어리를 몇 번을 쳐 대줘야 할는지, 뺨다구를 몇 대를 왼뺨 오른뺨을 쳐서 정신을 좀 채려주게 해야 할 것인지, 엎드려 바쳐를 해서 궁뎅이를 주장자(拄杖子)로 몇 대를 때려서 정신을 채리게 해야 할는지, 달음박질을 한 십리(十里)쯤 달음박질을 해보라고 헐 것인지, 참 그러헌 말을 문의(問議)를 해오면 자신으로서는 오직 답답하고 이렇게 흐리멍덩허니 허송세월(虛送歲月)허기가 너무너무 안 되아서 일부러 불원천리(不遠千里)허고 와서 의논을 허는 말이겠지만, 내가 듣기에는 안타깝기가 그지없는 말이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이 왜 안 나냐 그 말이여. 간절한 마음 하나만 나면 거기에서 신심(信心)도 돈발(頓發)하게 되고, 거기에서 분심(憤心)도 돈발하게 되고, 거기에서 의심(疑心)도 돈발허게 될 텐데, 그 간절한 마음이 왜 안 나냐 그 말이여. 무상(無常)한 줄도 알고 있고, 참선을 꼭 해야겄다는 마음도 있는데, 제절로 간절한 마음이 속에서 우러나야 헐 텐데, 무상한 줄도 알고 참선도 해야 하는 줄도 알아서 화두를 들라고 애는 쓰는데, 간절한 마음이 없으니 그것을 어떻게 해야 헐 것이냐?

고인(古人)네는 그래서 공동묘지(共同墓地)에 가서 -중국(中國)이나 인도(印度)에 공동묘지는 땅 속에다가 묻지를 않고, 시체를 그냥 노출시켜서 그것이 비바람에 살이 썩고 난 다음에는 뼈가 앙상허게 드러나서 뼈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대부분 그렇게 되아있는데- 그래서 처음부터서 송장, 생 송장 놔둔 것부터서 매일 그 옆에서 정진을 허는 것입니다. 그래가지고 그놈이 썩어서 해골이 드러나가지고 앙상하게 될 때까지 그놈을 계속 정진을 허는데, 그것을 ‘백골관(白骨觀)’이라 그러는데, 그러헌, 그렇게 수행을 해나가는 그러헌 그 수행승(修行僧)이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무상(無常)한 줄을 깨닫고, 그 이 무상한 그 시체(屍體)를 앞에다 놓고 정진을 허는데 어떻게 편안하게 잠을 자며, 일분일초도 방심(放心)을 헐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연전에, 그 도살창(屠殺場)에를 한번 관람(觀覽)을 간 일이 있습니다. 종정(宗正)을 지내신 고암(古庵) 대선사(大禪師)와 또 열반허신 조실(祖室)스님 두 큰스님을 모시고 제가 도살창에를 한번 간 일이 있었는데, 그 소를 갖다가 수백 마리가 늘어섰는데, 그 소를 끌고 들어가는데 그 소가 눈을 끔벅끔벅 눈을 감었다 떴다 하는데 그 눈에는 참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눈물이 줄줄 흐르면서 한 마리 한 마리씩 끌려 들어가는데, 끌려 들어가가지고 그 이 도끼로 뿔과 뿔 사이 그 뇌를 갖다가, 뒤통수를 갖다가 치니까 그냥 툭 쓰러지고 이 비명(悲鳴)을 지르면서 툭 쓰러지고 툭 쓰러지고 허는데, 그 쓰러진 소를 갖다가 껍데기를 비껴 가지고 살을 갖다가 도려내는데, 번개, 번개같이 그 살이 뼉다구로 부터서 분리(分離)되는 광경을 봤습니다.

그것을 보니 참, 저런 소들이 과거에 소 전신(前身)은 대부분 다 출가(出家)한 스님네들이 시주(施主) 것을 먹고 그것을 그 값아치를 못하고 도(道)를 철저히 닦아서 도를 이루지 못해서 그 빚을 갚기 위해서 소가 되아가지고 평생 동안 몸, 일을 해가지고 그 노동력으로서 보답(報答)을 하고, 똥을 누어 가지고서는 비료(肥料)로서 보답을 하고, 죽어 가지고서는 피도 살고기도 거기서 나온 지방도, 껍데기도, 그 또 껍데기 위에 붙은 털까지라도 소는 한 가지도 버릴 것이 없이 다 사람들을 위해서 그 빚으로서 그것을 제공허게 되아 있는 것입니다. 그 무거운 몇백 근 나가는 그 큰 몸뚱이가 뭘 먹고 사느냐 하면, 영양가가 풍부한 식물성 동물성을 많이 섭취허고 그렇게 살이 찌고 그 힘을 내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풀을 먹고서, 풀만 먹고서 그렇게 그 큰 몸띵이를 지탱을 하고 그 무서운 노동을 허고 그 살과 모든 것을 갖다, 전신(全身)을 갖다가 사람들을 위해서 제공을 허는 것입니다. 비싼 영양가 있는 것을 잔뜩 먹게 되면 그것도 수지(收支)가 안 맞는 일이기 때문에 풀만 먹고, 제일 헐값에, 헐값이요 아무데나 있는 그 풀을, 풀만 먹어야 자기는 먹는 것은 값이 적게 들고 제공허는 힘과 살고기는 비싸게 팔려야 빚을 빨리 갚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거든.

그래서 이 소를 보며는, 어디를 가다가 소만 보며는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부터서 스님네는 지내가다가 소를 보며는 옛날 도반(道伴)을 만난 것처럼, “어서 발보리심(發菩提心)해라. 발보리심해라.” 이렇게 지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발보리심해라’ 그러며는 소가 우두커니 그 스님을 쳐다보면서, “너도—!” 그렇다는군요. 참 이 말을 허고 있는 자신도 참 이 이 말이 여기에 모이신 스님네와 사부대중에게만 허는 게 아니라, 송담(松潭) 이 자신에게도 지금, 자신에게 허는 말이 좀 커지다 보니 여러분 귀에 들리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말을 듣고 이 해태심懈怠心을 부릴 사람은 한 사람도 없으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쨌든지 밥이 되거나 질거나, 반찬이 짜거나 싱겁거나, 소가 그 제일 헐한 풀만 먹고 그 무서운 힘을 쓰듯이, 어쨌든지 시주은혜(施主恩惠)가 적은 방향으로 먹고 그리고서 철저하게 무상한 마음을 발(發)해서, 분심(憤心) 신심(信心)을 발해서 대의단(大疑團)이 독로(獨露)해가지고 어쨌든지 금생(今生)에 이만큼 건강하고 이만한 분위기 속에서 최대한의 힘을 발(發)해가지고 도업성취(道業成就) 허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 송담선사 법문 세등 52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