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31. 14:04ㆍ카테고리 없음
【곡천선사谷泉禪師 열반구涅槃句】
대의심(大疑心). ‘어째서 무(無)라고 했느냐?’ ‘대관절 이 몸띵이 끌고 다니는 이놈이 무엇이냐?’ 이 생사(生死)문제에 대해서 의심이 없다고 하면 어찌 그것을 ‘출가인(出家人)’이라고 하며 어찌 ‘발심한 사람’이라고 하며 어찌 ‘수행인(修行人)’이라 헐 것이냐 그 말이여. 화두를 타기 이전에 이미 그 일대사(一大事)문제에 대해서 가슴 뿌듯이 의심이 있을 수밲에는 없는 것입니다. 불법(佛法)이 무엇인중도 모르는 사람도 ‘대관절 이 인생(人生)이 무엇이냐?’ ‘어디서 와가지고 어디로 가는 것이냐?’ 이러헌 문제에 대해서 동서고금(東西古今)에 쪼끔 생각 있는 사람은 다 그러헌 인생문제에 대해서 가슴 뻑뻑허니 그 의심(疑心)이 항시 떠나지를 않는 것입니다. 부처님을 비롯한 역대조사는 그 인생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摸索)핸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시삼마(是甚麽)’, ‘이 뭣고?’ 화두인 것입니다. 천칠백 공안(1700공안)이 바로 그 문제 해결허기 위한 하나의 수수께끼인 것입니다.
그 수수께끼를, 그 화두를 어떻게 들어가야 하느냐? 그 화두를 올바르게 들을 줄만 알면 세속(世俗)에 몸을 담아있건, 직장에 몸을 담아있건, 선원(禪院)에 몸을 담아있건, 또는 강원(講院)에 몸을 담아있건, 어데서 무엇을 하건 그 공부를 헐 수가 있는 것입니다. 지게를 지고 꿍꿍 일허면서도 이 공부는 헐 수가 있는 것입니다. 오직하면 중국(中國)에 곡천선사(谷泉禪師)라고 한 분은 이 공부를 정말 목숨 바쳐서 허기 위해서 일부러 도둑질을 해가지고 죄를 지어서 감옥에 잡혀들어갔습니다. 감옥에 들어가서 종신병... 종신형(終身刑)을 받았습니다. 날마다 지게에다가 흙을 퍼 나르는 토역(土役)을 맡았습니다. 지게를, 지게에다 흙을 퍼 담으면서 ‘이 무엇고?’ 그 지게를 짊어지고 저 멀리 갔다가 부리고, 부리고 한 거... 한 걸음 한 걸음 짊어지고 가면서 ‘이 뭣고?’ 흙을 갖다 부리면서 ‘이 뭣고?’ 부리고 오면서 ‘이 뭣고?’ 끠니 끝에가 되아서 밥 한 숟갈 주면 먹으면서 ‘이 뭣고?’ 똥 누면서 ‘이 뭣고?’ 땀을 흘리면서도 ‘이 뭣고?’ 단 일분일초도 헛되이 보내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분은 어떻게 깨달랐는지 깨달른 기연(機緣)에 대해서는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마는, 마지막 열반(涅槃)헐 때에 흙짐을 지고 가다가 떠억 부려서 작대기로 받챠놓고, 「불시상천당(不是上天堂)이면 필시입지옥(必是入地獄)이라. 유월육일 (六月六日) 곡천수죄족(谷泉受罪足)이라.」 하는 열반구(涅槃句)를 남겨놓고 앉은 채 고요히 열반(涅槃)에 들었습니다. 「불시상천당(不是上天堂)이면 필시입지옥(必是入地獄)이라. 내가 천당(天堂)에 올라가지 아니하면, 지끔 이 자리에서 숨이 딱 끊어진 뒤에 천당에 올라가지 아니하면, 나는 지옥(地獄)에 들어갈 것이다. 유월육일곡천수죄족(六月六日谷泉受罪足)이다. 유월육일에 곡천(谷泉)은 죄(罪) 받기를 다 마쳤다.」 이러헌 구(句)를 남겨놓고 고요히 열반에 들었습니다.
여러분, 곡천선사에 수행의 모습을 듣고서 무엇인가 느낀바가 있을 줄 생각합니다. 곡천선사는 필시(必是) 과거에 이미 확철대오한 선지식이 보림(保任)을 허기 위해서 그러헌 특수한 모습을 우리 후래(後來) 중생(衆生)들에게 보여주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이 곡천선사에 수행의 태도, 수행방법을 통해서 혹 여러분 가운데에, ‘에잇, 나도 무슨 누구를 살인죄(殺人罪)를 지어가지고라도 형무소(刑務所)에 들어가서 나도 한 번 그렇게 해야겄다.’ 그러헌 어리석고 조급한 생각을 내신 분은 없을 줄 생각합니다마는, 꼭 형무소 들어가야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도 그 말씀을 듣고 ‘에잇, 빌어먹을 것. 형무소에 들어가서 나도 이 세상에 안 태어난 셈 치고 그렇게 한 번 해보까?’ 그런 생각을 한 번 내봤는데, 조실스님께서 그러헌 눈치를 아시고 크게 꾸지람을 하셔서 그러헌 수행방법을 취(取)해지 안했습니다마는,
여러분들은, 여러분들도 역시 그러헌 방법을 취헐 것이 아니라, 그 곡천선사에 수행허는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나에게 맞는, 나에게 맞는 가장 지혜롭고 요긴(要緊)한 수행방법을 여러분은 계발(啓發)을 해야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꼭 그러헌 특수한 수단(手段)을 써야만 되는 것이 아니고, 대중선방에 들어가면 선방규칙(禪房規則)에 그저 수순(隨順)하면서 속으로 철저한 방법을 취(取)해야 하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그저 다른 스님네와 아무 표적(表迹)이 안 나게 하면서 속으로는 강철 같은 그러헌 철주(鐵柱), 기둥을 세워놓고, 그리고서 겉으로는 수수허게 그렇게 닦아나가는 그러헌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허는 것을 나는 깨닫게 되았습니다.
과거에 도인들은, 수행인들은 장좌불와(長坐不臥)를 허신다든지 또는 오후불식(午後不食)을 허신다든지 또는 밤새 무거운 돌멩이를 짊어지고 먼 길을 왕래(往來)험으로써 그 가운데 허는 분도 있고 또는 묵언(默言)을 허는 그러헌 분도 있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마는, 그 모든 방법 가운데에 가장 좋은 방법이 첫째는 대중(大衆)을 여의지 말아라. 둘째는 잠을 너무 안 재와주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다. 먹는 것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다. 말도 꼭 필요한 말은 간단하게 한마디 딱 해버리고 끊어버리는 거.
그래서 그러헌 묵언을 허되 덮어놓고 입을 딱 다물고 벙어리 흉내를 내는 것은 이익도 있지마는 손해도 있다고 허는 것을 나는 알았습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말은 간단하게 한마디로 딱 끊어버리고 그 대신 잡담(雜談)과 희희닥거리는 그러헌 것은 절대로 용납이 될 수가 없습니다. 필요한 말은 간단하게 한마디 딱 허고 끊어버리는 그러헌 묵언. 적당하게 필요한 잠은 재와주고, 필요한 만큼의 먹을 것은 맥여주고, 그리고 말도 필요한 말은 간단하게 한마디 허고서 탁 끊어버리는 그러헌 묵언. 이렇게 공부를 해나가면 절대로 부작용이 없는 가장 지혜로운 수행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 송담선사 법문 세등 2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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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今朝六月六, 谷泉受罪足. 不是上天堂, 便是入地獄.」 - [임간록林間錄]
「今朝六月六, 老全受罪足. 若不登天堂, 定是入地獄.」 - [휘진록揮塵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