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0. 17:00ㆍ카테고리 없음
又 細讀來書. 乃知, 四威儀中無時間斷, 不爲公冗所奪, 於急流中常自猛省, 殊不放逸, 道心愈久愈堅固, 深愜鄙懷.
온 편지 자세히 읽어보았습니다. 행주좌와行住坐卧 사위의四威儀 가운데에 끊어진 때가 없고, 공직의 일 가운데에서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며, 바삐 흘러가는 가운데에도 항상 스스로 맹렬히 반성하여 결코 방일放逸하지 아니하고, 도심道心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견고해진다 하시니, 저의 심중과 깊이 들어맞음을 알겠습니다.
然世間塵勞, 如火熾然, 何時是了? 正在鬧中, 不得忘却竹椅 蒲團上事, 平昔留心靜勝處, 正要鬧中用. 若鬧中不得力, 却似不曾在靜中做工夫一般.
그러나 세간의 진로塵勞는 치연熾然히 타오르는 불과 같으니, 어느 때에 이것을 마치겠습니까? 바로 시끄러움 속에 있으면서 대나무 의자와 포단蒲團(방석) 위의 일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니, 평상시 마음을 고요한 승처勝處에 두는 것은 바로 시끄러운 가운데에 쓰고자 함입니다. 만약 시끄러운 가운데 힘을 얻지 못하면, 도리어 일찍이 고요한 가운데 공부를 짓지 아니한 것과 마찬가집니다.
承有前緣駁雜今受此報之歎, 獨不敢聞命. 若動此念, 則障道矣. 古德 云 : “隨流認得性 無喜亦無憂.” 淨名云 : “譬如高原陸地不生蓮華, 卑濕 淤泥乃生此華.” 老胡示. “眞如不守自性, 隨緣成就一切事法.” 又云 : “隨緣赴感靡不周, 而常處此菩提座.” 豈欺人哉?
복잡하게 뒤섞인 앞선 인연을 이어받아 지금에 이러한 과보를 받는것이라 한탄하시나, 이 말씀만은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만약 이러한 생각이 동動하면 도道에 장애가 됩니다. 고덕古德이 이르시되, “류流(흐름)를 따라 성性을 알아 얻으면 기쁨도 없고 또한 근심도 없다.”하였고, 정명淨名(유마거사)이 이르시되, “비유하면 고원의 육지에는 연꽃이 살지 못하고, 낮고 습한 진흙에 이 꽃이 사는 것과 같다.” 하였으며, 노호老胡(석가)가 보이시되, “진여眞如는 자성自性을 지키지 아니하고 인연을 따라 일체 일의 법法을 성취한다.” 하였고, 또 이르시되, “인연을 따라 감응하여 두루하지 아니함이 없으되, 언제나 이 보리좌菩提座에 있도다.”라 하였으니, 어찌 사람을 속이는 말이겠습니까?
若以靜處爲是, 鬧處爲非, 則是壞世間相, 而求實相, 離生滅而求寂滅. 好靜惡鬧時正好著力, 驀然鬧裏撞翻靜時消息, 其力能勝竹椅蒲團上千萬億倍. 但相聽, 決不相誤.
만약 고요한 곳을 옳다 여기고 시끄러운 곳을 그르다 여기면, 이것은 세간상世間相을 부수어버리고서 실상實相을 구하는 것이고, 생멸生滅을 여의고서 적멸寂滅을 구하는 것입니다.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그때가 바로 힘 쓰기(著力)에 좋으니, 문득 시끄러운 속에서 부딪혀 뒤집히면 고요한 때 소식이라, 그 힘이 능히 대나무 의자와 포단 위 보다 천만억 배나 수승할 것입니다. 다못 제 말을 귀담아 들으십시오. 결정코 서로 그르치지 아니할 것입니다.
又承, 以老龐兩句, 爲行住坐臥之銘箴, 善不可加. 若正鬧時生厭惡, 則乃是自擾其心耳. 若動念時, 只以老龐兩句提撕. 便是熱時一服淸涼散也.
또 이어서, ‘방거사의 두 마디 언구言句로써 행주좌와行住坐臥의 명잠銘箴(경계하는 말씀)으로 삼는다’ 하시니,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만약 정正히 시끄러운 때에 싫어하는 마음을 내면, 이것은 곧 스스로 그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일 뿐입니다. 만일 생각이 동動하는 때에는, 다만 방거사의 그 두 마디 언구를 잡도리 하십시오. 곧 바로 열 날 때에 청량제를 먹어 열이 흩어진 것과 같을 것입니다.
公具決定信, 是大智慧人. 久做靜中工夫, 方敢說這般話, 於他人分上則不可. 若向業識茫茫增上慢人前如此說, 乃是添他惡業擔子. 禪門種種病痛, 已具前書, 不識, 曾子細理會否?
공公께서는 결정된 믿음을 갖추었으니 이 큰 지혜인智慧人입니다. 오랫동안 정중공부靜中工夫(고요한 가운데의 공부)를 지어왔기에 감히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지, 다른 사람 분상分上이라면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업식業識이 망망茫茫한 증상만인增上慢人을 향해서 이와같이 설한다면, 곧 그에게 악업惡業의 짐을 더 보태주는 것이 됩니다. 선문禪門의 갖가지 병통病痛은 이미 지난 번 편지에 말씀드렸는데, 자세히 이해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대혜보각선사어록] 제2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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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거사의 두 마디 언구言句(老龐兩句):
“不起一念, 還有過也無?” 云 : “須彌山.”
“一物不將來時如何?” 云 : “放下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