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0. 09:14ㆍ카테고리 없음
【바로 본래 한 일도 없어】
“공부를 열심히 해나가다 보면 이 몸띵이와 마음과 화두가 혼연(渾然)히 일체(一體)가 되아가지고 그럴 때에 어떻게 공부를 지어가야 하느냐?” 어떤 수좌(首座)가 그러헌 의심이 나서 물어온 사람이 있는데,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았다’고 허는 생각 가질 때 이미 하나가 아닌 것이고, 또 ‘화두가 하나가 되았다’고 헌 생각을 냈다면은 그 화두가 온전히 의단(疑團)이 독로(獨露)헌 것이 아닌데, 본인은 ‘몸과 마음과 화두가 하나가 되았을 때 어떻게 허느냐, 어떻게 공부를 허면 좋으냐’ 그런 질문은 인자 공, 어떻게 해서 그러헌 생각을 냈는가, 정말로 몸과 마음과 화두가 혼연히 일체가 되었다면 알 수 없는 의단만이 독로헐 뿐이여. 의단(疑團)이 독로(獨露) 했으면 그 알 수 없는 의단을 관(觀)해 나갈 뿐이지 ‘하나가 되았을 때 어떻게 허느냐’ 그런 생각을 왜 일으키느냐 그 말이여.
처음에는 화두를 들어도 금방 없어지고 딴 생각이 일어나고, 또 챙기면 또 잠깐 있다가 딴 생각이 침범해 버리고, 그저 번뇌와 망상과 뒤범벅이 되아가지고 되다가 안 되다가 되다가 안 되다가 이제 누구나 다 그러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중단허지 아니하고 한결같이 해나가면 결국은 화두가 의단이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되아서 그렇게 끊임없이 일어났던 망상도 일어나지 아니하고 오직 의단만이, 알수 없는 의단만이 독로해서 순수무잡(純粹無雜)해서 시간 가는 중도 모르고,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았다’ 는 그런 생각도 일어나지 아니하고, 앉으나 서나 밥을 먹을 때나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静)간에 순수무잡한 의단(疑團)만이 독로(獨露)헐 때까지 한결같이 공부를 해나가는 것뿐입니다.
망상(妄想)도 가라앉고 번뇌(煩惱)도 가라앉고 혼침(昏沈)도 없어지고 깨끗하고 편안하고 맑고 말로 표현 헐 수 없는 그런 조용하고 그런 경계가 온다 하더라도, ‘아! 인자 공부가 잘 되는구나.’ 그런 생각도 헐 필요가 없는 것이여. 그럴 때일 수록에 오히려 화두를 잘 관조(觀照)해 나가는 것뿐이어야 허는 것입니다. 공부가 잘 되아간다고 좋아허는 생각을 내면, 벌써 좋아허는 ‘환희(歡喜)의 마군(魔軍)이’가 들어붙은 거고, 그러다가 뚝 변해가지고 화두가 잘 안 들리고 영~ 가슴이 답답하고 몸이 괴롭고 모다 그런다 하더라도, 그런 경, 때가 온다 하더라도 또 번뇌심을 내거나 그래서도 안 된다 그 말이여. 번뇌심을 내며는 ‘번뇌의 마구니’가 그것이 벌써 들어붙는 것이다 그 말이여. 이 일대사(一大事) 문제를 해결하는 이 공부는, 잘 되아도 잘 되았다는 생각 내면 그것도 안 될 일, 잘 안 된다 하더라도 안 된다고 생각을 내면 벌써 곁길로 빠진 것이다 그 말이여
- 송담선사 법문 655번.
———————
직하본래무일사(直下本來無一事)헌데
위언무사조상기(謂言無事早相欺)로구나.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죽견인천성적적(竹筧引泉聲滴滴)한디
송창래월영지지(松窓來月影遲遲)로구나.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직하본래무일사(直下本來無一事)헌디
위언무사조상기(謂言無事早相欺)로다.
바로 본래 한 일도 없어. 화두가 타성일편(打成一片)해서 순수무잡(純粹無雜)해서 더 클라야, 의심(疑心)이 더 클라야 더 클 수가 없고 더 간절(懇切)헐라야 더 이상 간절헐 수 없고, 그래서 타성일편이 되아서 그 공안(公案)을 타파(打破)하면 자기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보게 되고 자기의 불성(佛性)을 보게 된다 그 말이여. 대장부(大丈夫) 일대사(一大事)를 마친 도인(道人)의 경계(境界)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고 더 이상 헐 것이 없다. 그 ‘한 일도 없다’ 그래도 벌써 ‘한 일도 없다’는 놈이 있기 때문에 벌써 스스로 속는 것이다 그거거든. 참으로 일이 없으며는 ‘일이 없다’는 생각도 없어야지, ‘아무 일도 없다’고 허는 생각을 가지면 그 일이 벌써 하나가 있는 것이다.
죽견인천성적적(竹筧引泉聲滴滴)헌데
대나, 대를 쪼개가지고 홈대를 만들아서 저 샘에서 그 물을 받아내는데, 산중(山中) 절에 가면 대나무로 홈대를 맨들아서 샘물을 끌어다가 먹는데, 그 대나무 홈대로 물을 받아서 그놈이 졸졸졸 흘러내려오는 소리가 새벽부터 하루 종일 밤중에 고요할 때며는 그 물소리가 다 들린다 그 말이여.
송창래월영지지(松窓來月影遲遲)여.
솔 창(窓)에 달빛이 비추는데 그 그늘이 더디고 더디어.
이건 산중에, 산사(山寺)에 적적(寂寂)하고 그 맑은 공기 속에서 생활하는 도인(道人)의 그 산사생활(山寺生活)을 읊은 게송(偈頌)입니다.
- 송담선사 법문 480번.
* 중봉명본 ‘送禪者歸鄕二首’ 중에서
直下本來無一事
謂言無事早相欺
輪廻不翅三千劫
履踐何拘十二時
竹筧引泉聲滴滴
松窓來月影遲遲
市朝見說黃金貴
誰買靑山種紫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