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덩이의 물고기】

2017. 7. 27. 06:17카테고리 없음

마치 우리의 처지가 무엇과 같냐 하면은,
여름에 물 웅뎅이가, 물 웅뎅이에 있는 물이 거의 다 바타져, 바타져서 쪼끔 남은데 이 여름에 가물고 비가 안올 때는 물 웅뎅이에 물이 차츰 차츰 차츰 말라 가지고는 거의 물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그 못 웅뎅이 속에 크고 작은 송사리 붕어 고기들이 '화닥 화닥 화닥 화닥 화닥 화닥 화닥', 물이 넉넉허면은 그 안에서 물 속에서 자유스럽게 헤엄을 치면서 물을 마시고 살텐데 그 물이 거의 다 떨어져 가고 없기 때문에 목은 마르고 서로 저희끼리 그 물 웅뎅이 밑바닥에서 '바글 바글 바글 바글 바글' '화닥 화닥 화닥' '팔딱 팔딱' 하고 뛰면서 아 그러다가 완전히 물이 말라질 때에는 그놈들이 '시들 시들 시들' 해가지고는 말라 비틀어 죽는 거여.

그 조그마한 웅뎅이에서 물이 바타져 갖고 그 고기들이 '팔딱 팔딱 팔딱' '화닥 화닥 화닥' '보글 보글' 끓고 있는 상태에 우리 인생이 그런 상태에 놓여져 있는 것이여.

몇 조금 안가면 -그날이라도 비가 쏟아지거나 그날이라도 물을 대주면은 그놈이 살아나겠지마는- 그날 하루만 불과 몇 시간 안있으면 그놈이 다 쭉 늘어져서 뻗으러지게 된다 그말이여.
우리의 인생의 처지가 꼭 그와 같은 처지라 그말이여.

- 송담선사 법문 세등 3번. (133번 웅덩이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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泉涸、魚相與處於陸、相呴以濕、相濡以沫、不如相忘於江湖。
연못 속의 샘물이 말라 물고기들이 작은 웅덩이에서 서로 한데 모여 누운 채 물기를 서로 뿜어주고 입에 물거품으로 서로를 적셔주어 다행히 살아있는 목숨을 유지하는 것은, 강과 호수에 있으면서 서로를 잊어버리고 강과 호수 마저 잊어버려 자유로움만 같지 못하니라.

- 장자 대종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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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日已過,命亦隨減,如少水魚,斯有何樂。
이 날도 이미 지났으니 목숨 역시 따라 줄고,
웅덩이 속 물고기 같으니 무슨 즐거움이 있으랴.

- 晩課만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