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지팡이, 신발】

2021. 2. 16. 08:34카테고리 없음

어떤 사람이 참 할 일이 없어서 우두커니 어느 산기슭에서 앉아서 시름없이 먼 산을 바라보고 있자니까, 두 마리 귀신이 나와가지고 상자 하나와 지팽이 하나와 신발 한 켜레를 놓고서 굉장히 싸운다 그 말이어요. ‘이것이 내 것이다.’ ‘아니다. 이것이 내 것이다.’ 하고 굉장히 싸와.

이놈이 이놈을 차지허면 저놈을 잡어댕기고, 저놈을 자... 이놈을 빼앗고 뺏기고 빼앗기고 뺏기고 빼앗기고 허기를 수없이 되풀이허면서 피투성이가 되아가지고 싸운다 그 말이여. 그래서 그 사람이,

“대관절 그 그까짓 상자 하나와 지팽이 하나와 신발 하나가 무엇이기에 그렇게 싸우느냐? 어디 나한테 그 설명을 좀 해봐라.” 그러니까,

“그럼 이 싸움을 잠시 멈추고, 이 상자는 무엇이든지 필요헌 것이 있으며는 이 상자는 뚜들기면서 나오라고 허면 나와. 금은보화(金銀寶貨)로부터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나오는 그런 복, 복덕상자(福德箱子)다.”

“그러면 그 지팽이는 무엇이냐?”

“이 지팽이는 어떠헌 적(賊)이라도 이 지팽이를 휘둘르, 휘들르며는 꼼짝을 못허고 다 항복(降伏)을 허고 다 도망간다.”

“그러면 그 신발은 무엇이냐?”

“이 신발을 신었다 하며는 천리(千里) 만리(萬里)도 가고 싶은데 확 갈 수가 있고 저 하늘나라도 날아 올라가면 날아갈 수가 있다. 그래서 자유자재(自由自在)허니 왕래(往來)를 헐 수가 있는 것이다.”

“아 그래? 그렇다면 그 말이 거짓말인가 참말인가 내가한번 시험을 해봐야겄다. 암만해도 내가 믿을 수가 없어. 그러니 내가 한번 실험해보고 확실히 그런가 안 헌가 시험을 해보고 좋으면 내가 둘이 똑같이 이것을 노나 줄 테니 어디 이리 좀 내라” 긍게.

“그래? 그래보라” 고.

그 사람이 신발을 떠억 신고, 그 상자를 떠억 겨드랑이에 끼고서, 지팽이를 떠억 짚고서, 딱 생각을 내니까 허공으로 휭~ 날아올라갔다 그 말이여. 그래가지고는 저 달나라도 가보고 별나... 금성(金星)도 가보고 몇 천만리 저 다른 나라로, 세계로 가버렸다 그 말이여. 귀신 두 놈들은 이제나 오까, 저제나 기달라도 안 온다 그 말이여. 그래서 그놈을 가지고 떠억 간 것이 도솔천내원궁으로 갔어. 가니까 거기에 미륵(彌勒)부처님이 떠억 계시는데, 대관절 이것이 무엇이관데 지가 이걸...

“어디서 왔는고?”

“저 사바세계(娑婆世界)에서 왔습니다. 그래서 여까지 뭣도 모르고 온 것이 여까지 왔는데... 왔다.”고 그러니까,

“아, 그러냐.”

“그 상자는 니가 원허는 대로 보물이 나온다고 생각을 허겠지?

“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 상자는 보물상자가 아니라 ‘보시상자(布施箱子)’다. 보시(布施)를 많이 험으로써 니가 원하는 대로 부자가 될 수가 있고 온갖 복(福)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지팽이는 무슨 지팽입니까?”

“그것은 ‘선정(禪定)의 지팽이’다. 선정, 참선을 험으로서 온갖 번뇌(煩惱)와 마군(魔軍)이를 항복(降伏) 받을 수가 있어. 그것이 법주장자(法拄杖子)다. 그놈을 댕길 때도 그놈을 떠억 짚고 가고, 참선을 헐 때도 터억 짚고서 참선을 허고, 그렇게 해서 온갖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이 뭣고?’를 해서 그래가지고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되아서 확철대오(廓徹大悟)를 허면 그 앞에는 팔만사천마군(八萬四千魔軍)이가 너한테 덤벼들 수가 없어. 그러니 그것이 법 지팽이여. 선장(禪杖)이여.

“그러면 여 신발은 무엇입니까?”

“그 신발은 ‘계행(戒行)의 신발’이다. 그 계행, 그 신발을 신고 해서는 안 핼 짓을... 해서는 안 될 짓을 안 하고, 가서는 안갈 곳을 안가고, 그럼으로써 계행(戒行)을 청정(淸淨)히 지킴으로 해서 니가 자유자재(自由自在)해여. 천당(天堂)에도 갈 수 있고, 극락세계(極樂世界)도 갈 수 있고, 온갖 어디든지 자유자재로 갈 수가 있어. 그래서 십선계(十善戒), 계행을 청정히 가지며는 천, 천당에 가고 가장 좋은, 천당에서도 제일 좋은 곳이 도솔천내원궁이여. 미륵부처님이 계신 곳이거든.

또 지팽이는, 그 지팽이는 바로 참선을, 활구참선(活句參禪)을 열심히 험으로써 번뇌(煩惱)에 마군이를 항복받어. 그 상자는, 탐심(貪心)을 가지고 한번 그 손에 돈이 들어 가며는 나올 줄을 모르고 그런 게 아니라, 재산이란 것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고 그런 것이니, 보시(布施)를 많이 해. 불사(佛事)에도 보시허고 가난한 사람에게도 보시하고 눈 못 본 사람에게도 보시를 하고, 병(病)들어서 신음헌 사람에게도 보시를 하고, 그렇게 허면 그것이 바로 해탈도(解脫道)를 증득(證得)을 하고 일체중생(一切衆生)을 갖다가 정법(正法)으로 인도하고 일... 해탈도(解脫道)로 인도(引導)하는 길이니라.

이 세 가지 ‘상자’와 ‘지팽이’와 ‘신발’ 그것을 좀 많이 만들어서 보시를 했으면 노사분규도 없어질 것이고, 각 집안에도 시어머니 며느리가 싸울 필요도 없고, 모든 사람이 다 효자가 될 것이고, 학생들도 저렇게 하늘에다 대고 주먹질을 안 허고, 하늘에다 대고 주먹질만 허면 비가 많이 와. 비가 많이 오거나 비가 안 와버리거나. 하늘에서 비를 주고, 주기도 하고 안주기도 허는디 거기다 대고 계속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주먹질을 허면, 그 비가 오며는 그냥 잔뜩 와서 깨끗이 씻어가라고 잔뜩 와가지고는 나쁜 죄만 씻어가면 좋겠는데 집까지 쓸어가고 사람까지 쓸어가고 곡식까지 다 버리게 된다 그 말이여. 안 오며는 적당허니 오고 안와야 헌데 아주 안 와버리면 수도가 다 말라버리고 호수가 다 말라 비틀어져버려. 농사도 다 폐농(廢農)을 헌다 그 말이여.


- 송담선사 법문 39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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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없는 사람이 두 귀신에게서 ‘보물이 나오는 상자’와 ‘모든 이를 항복받을 수 있는 지팡이’와 ‘자유자재로 왕래할 수 있는 신발’을 빼앗은 이야기.

“그 상자는 보물상자가 아니라 ‘보시상자(布施箱子)’다. 보시(布施)를 많이 함으로써 니가 원하는 대로 부자가 될 수가 있고 온갖 복(福)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지팡이는 ‘선정(禪定)의 지팡이’다. 참선을 함으로써 온갖 번뇌(煩惱)와 마군(魔軍)이를 항복(降伏) 받을 수가 있어. 그것이 법주장자(法拄杖子)다. 그놈을 댕길 때도 그놈을 떠억 짚고 가고, 참선을 할 때도 터억 짚고서 참선을 하고, 그렇게 해서 온갖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이 뭣고?’를 해서 그래가지고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돼서 확철대오(廓徹大悟)를 하면 그 앞에는 팔만사천마군(八萬四千魔軍)이가 너한테 덤벼들 수가 없어. 그러니 그것이 법 지팡이여. 선장(禪杖)이여.

“신발은 ‘계행(戒行)의 신발’이다. 그 신발을 신고 해서는 안 될 짓을 안 하고, 가서는 안갈 곳을 안가고, 그럼으로써 계행(戒行)을 청정(淸淨)히 지킴으로 해서 니가 자유자재(自由自在)해. 천당(天堂)에도 갈 수 있고, 극락세계(極樂世界)도 갈 수 있고, 온갖 어디든지 자유자재로 갈 수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