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存、있다]

2021. 1. 12. 09:17카테고리 없음

東山演祖, 有萬般存此道之說. 或者謂, 萬般即萬事也, 亦萬法也. 且世間事法, 未嘗不與出世之至道, 表裏混合也, 而言存之得無贅乎.
동산東山 연演 조사祖師께서는 ‘모든 것은 이 도道가 존存한다(있다)’라고 설하신 바가 있습니다. 혹자는 말하길, “만반萬般(모든 것)은 곧 만사萬事(모든 일)요 또한 만법萬法(모든 법)이다. 또 세간사世間事의 법法은 출세出世의(세간을 벗어난) 지극한 도道와 더불어 있지 아니함이 없어, 표리表裏로 혼합混合되어(섞이어 합치되어)있으니, ‘존存(있다)’이라는 말은 분명히 군더더기가 아닙니까?”

- ‘모든 것에 도가 있다’ 라 하기보다, ‘모든 것이 도다’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對曰, 子何言之易也. 彼言存者, 政欲其混合而無間也. 以其非所存則, 諸妄差別依之而起. 以日用言之, 萬般者, 如著衣是一般, 喫飯亦是一般.
대답하길, 그대는 어찌 그리도 쉽게 말합니까? 그 존存이라(‘있다’라) 말씀하신 것은, 그것이 혼합混合해서(섞이어 합치되어서) 간격이 없음을 가르치고자 하신 것입니다. 써 그것이 존存하는(있는) 것이 아니라면, 모든 망령된 차별심差別心이 그것을 의지해서 일어날 것입니다. 일용日用으로써 그것을 말하자면, ‘만반萬般(모든 것)’이라 하는 것은, ‘옷을 입는 것’이 이 일반(一般, 전체로 한모양)이요 ‘밥을 먹는 것’이 또한 이 일반(一般)인 것과 같습니다.


智者之於衣, 惟見其通身是道, 不見其絲縷為衣也. 智者之於飯, 惟知其滿口是道, 不見有顆粒為飯也. 以至種種營, 為無一物不與道, 相混合也.
지혜로운 자는 그 옷을 입음에 오직 그 전체의 몸이 이 도道인 것을 보고, 그 실오라기가 옷이 되었음을 보지 않습니다. 지혜로운 자는 밥을 먹음에 오직 그 입에 가득한 것이 이 도道라는 것을 알고, 쌀알갱이가 밥이 되어 있음을 보지 않습니다. 갖가지 경영하는 일들 까지라도 한 물건도 도道와 더불어 있지 아니함이 없어서, 서로 혼합混合되어(섞이어 합해) 있습니다.


其混合之旨既明則, 存之之意在乎中矣. 昧者反是, 其著衣時, 不惟不會道而, 復於衣上, 隨情逐妄作種種分別. 依分別則, 生死結縛無端, 而固執矣.
그 혼합混合의 뜻을 이미 발명發明하였다면, 존存의 그 뜻이 재在에 들어맞을 것입니다. 매昧한 자는 이와 반대여서, 그 옷입는 때가 오직 도道라는것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시 옷 위에서 정情(뜻)을 따라 망상妄想을 쫓으며 갖가지 분별分別을 짓습니다. 분별分別에 의지하면 생사生死의 결박結縛이 끝이 없어서 굳게 집착執著하게 됩니다.


然存之之理有二焉. 有混合而為存者, 有操守而為存者. 惟悟達之者, 雖曰混合, 亦不知為混合, 是真存者也. 在學地者, 以操守而為存也.
그리고 존存의 그 이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혼합混合’해서 존存이 되는 것이 있고, 조수操守해서(조심히 지킴으로해서) 존存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오직 깨달아 통달한 자는, 비록 혼합混合을 말하나 또한 혼합混合되었음을 알지 못하니, 이것이 참된 ‘존存(있음)’이라 하는 것입니다. ‘불도를 배우는 자는, 조수操守로써서(조심操心의 지킴으로 해서) 존存이 됩니다.


謂操守者, 純以正念, 念所學之道, 離凡聖絕憎愛, 孜孜焉. 不敢斯須忽忘也. 如執至寶, 如蹈春冰, 操之益堅, 履之益慎. 忽焉開悟回觀, 能存所存之念, 俱無定體. 雖終日熾然作用, 乃不擬存而存矣. 

이른바 조수操守라 하는 것은, 정념正念으로써 순일純一하게 하고, 배우는 바의 도道를 념念하여 범성凡聖(‘범부다’ ‘성인이다’하는 것)을 여의며 증애憎愛(미워하고 사랑함)을 끊어버려서, 부지런히 정성精誠을 다하는 것을 말합니다. 감히 잠깐이라도 모름지기 소홀히 하여 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마치 지극히 고귀한 보배를 잡은 것과 같고, 봄날 살얼음판을 밟는 것과 같아서, 잡는 데에는 더욱 견고히 하고 밟는 데에는 더욱 삼가합니다. 홀연히 깨달아 돌이켜 관조해보면, 능존能存(능히 존存하는 자)과 소존所存(존存하는 대상)의 념念이 모두가 정定해진(고정된) 체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종일 치연熾然히 작용作用해서, 도리어 존存(있음)을 헤아리지 아니해도 존存할(있을) 것입니다.


- 중봉명본 [동어서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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