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21. 13:55ㆍ카테고리 없음
시월(10월) 이십사일(24일), 관음재(觀音齋)를 맞이해서 조실(祖室)스님의 법문(法門)을 들었습니다.
어리석게 배우는 것과 지혜스럽게 배우는 것에 대해서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리석게 배우고 어리석게 사는 사람은 당장 한 걸음 삐끗허며는 떨어지는 곳이 삼악도(三惡道)ㅂ니다.
아무리 석숭(石崇)이와 같은 백만장자(百萬長者)라 할지라도, 일국(一國)에 천자(天子) 국왕(國王) 대신(大臣)의 높은 지위에 있다 할지라도, 눈 한번 감고 숨 한번 들어 마시지 못하면 그 사람 떨어질 곳은 무서운 아비지옥(阿鼻地獄)과 축생보(畜生報) 밖에는 없습니다.
지혜(智慧)스럽게 살고 지혜스럽게 배우는 것은 무엇이냐?
밖에서... 물질적이건 정신적이건 밖으로부터 구해들인 것은 그것이 어리석은 것이고, 내 안에서 내가 나를 찾아 깨닫는 것, 이것만이 오직 지혜스럽게 사는 것이요 지혜스럽게 닦는 것입니다.
여기에 모이신 사부대중(四部大衆) 여러분께서는, 이미 지혜스러운 길을 알고 믿었기 때문에 이 회상(會上)에, 오늘 이 법회(法會)에 참석(參席)허신 것이기 때문에 구구(區區)하게 말씀 드릴 것은 없습니다마는, 내가 나를 찾지 못하고 일평생을 밖에서 구허면서 밖에서 구해가지고 좀 잘 살아보겠다고 허매는 동안은 결국은 자기 자신은 모르고, 깨닫지 못하고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집니다.
내가 내 마음을 찾지 않고 찾을랴고 노력도 하지도 않고 마는 사람은, 비단 금생(今生)뿐만이 아니라 세세생생(世世生生)에 그 사람은 의지할 곳이 없고 외롭고 쓸쓸하고 비참하고 괴로운 것뿐입니다.
내가 나를 찾지 아니한 사람은 나의 집이 없고, 내가 나를 찾지 아니한 사람들이, 내가 나를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그 사람들은 결국은 집안도 잃게 되고, 그러헌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사람들은 결국은 나라를 잃게 됩니다. 나라를 잃고 사는 사람들은 인간, 인류, 자신마저도 놓치고, 결국은 인간 이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기계가 되는 것이고 인간이 축생이 되는 길 밲에는 없습니다.
지금 이 법회석(法會席)에서는 조국(祖國)을 잃고 이 세계에 발붙일 손바닥 만한 두 발을 디디고 설 땅이 없이, 천지간(天地間)에 외로운 백성(百姓)이 된 분이 참석을 했습니다.
그분은 몇 달 전만 해도 일국一國에 손꼽히는 인물이었고, 대정치인(大政治人)이었고,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일신(一身)에 받고, 이 세상에 그 이상 행복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러헌 복(福)과 권리(權利)와 명예(名譽)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나라를 빼앗기고, 빼앗기는 그 순간 자기가 누렸던 권리와 명예와 복, 행복은 하루아침에 추풍낙엽(秋風落葉)이 되았습니다.
이것은 나무(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도 오늘, 또는 내일 언제 삼팔선(3.8선)이 터져가지고 이 자유스러운 대한민국이 피바다가 될런지 그것은 아무도 보장을 못합니다.
내가 나를 찾지 아니하고 나날이 쓰고 보고 듣고 하면서 내가 나를 깨닫지 아니하고 지옥에 떨어진 것이나, 내 민족이 내 민족을, 내 나라를 지키지 아니하고... 함으로서 오랑캐에 짓밟히고 나라를 빼앗기고, 이 넓고 넓은 세계에 발 디딜 땅이 없이 외로운 신세(身世)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불법(佛法)은, 아까 조실스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사람으로 태어나면 나라에 충성(忠誠)해야하고, 부모에게 효도(孝道)해야 하고, 십선법(十善法)을 닦음으로써 겨우 사람의 구실을 헐 수가 있다 말씀 하셨습니다.
십선법十善法을 닦은 목적은 무엇이냐 하며는, 내가 나를 깨닫고 나아가서 남을 깨닫게 하는 데에 그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깨닫는다고 하는 것은,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 구구절절(句句節節)이 전부 그 한 일을 위해서 여러 가지로 말씀을 허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누구라도 닦을 수 있고 빈부귀천(貧富貴賤)과 유식무식(有識無識)과 남녀노소(男女老少)를 막론(莫論)하고 누구라도 닦을 수 있도록, 삼천년(三千年)을 내려오면서 닦고 세련되고 체계화 된 것이 아까 조실스님께서 한 말씀으로 말씀하신 참선법(參禪法)입니다.
“어...(어떤 것이) 조사(祖師)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판치생모(板齒生毛)니라, 판치에 털이 났느니라.”
이 한마디는 비록 간단하고 아무 맛이 없고 씹어볼라야 씹어볼 건데기가 없고 아무리 따져봤자 무슨 이치가 여기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옳게 지도(指導)를 받고 옳게 정진(精進)만 해 간다고 허며는, 결정코 내가 나를 깨닫게 되고 나아가서는 일체 중생을 제도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깨닫는 사람이 어찌 집안을 다스리지 못하며 어찌 나라를 지키지 못하겠습니까.
자유월남(自由越南)이 미국(美國)을 비롯한,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파병(派兵)까지 해서 많은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희생(犧牲)을 당하면서도 도우러 갔습니다마는, 무엇 때문에 하루아침에 공산 오랑캐로 인해서 쑥대밭이 되았던가.
그것은 사람들이 각기 제 마음을 제가 닦지 못하고, 제 욕심만, 제 사리사욕(私利私慾)만 챙기기 위해서 혈안이 되았고, 백성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지 못한 디에서 결국은 나라는 넘어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것은 이것을 나무(남의) 일로 생각하고 강 건너 불난 것으로 생각할 일이 아니라, 당장 우리 코앞에 닥친 중대한 문젭니다.
온 백성이 한 마음이 될라며는, 첫째 내가 내 마음을 비우는 도리 밲에는 없습니다.
밖으로 구해가지고 나만 잘 살라고 하는 그러헌 마음을 버리고, 첫째 내가 내 마음을 깨닫기 위해서 수행(修行)을 쌓고, 허욕(虛慾)을 버리고, 그러는 디에서 내가 내 마음을 비워서 깨끗이 만든 디에서 다른 사람들과 마음이 합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파랑 물과 빨간 물은 섞으며는 그것은 꺼먹 물이 되고 맙니다.
그림을 그려보신 분은 아시겠지마는, 녹색과 적색을 혼합을 시키면 검정물이 되고 맙니다.
흰 것과 흰 것을 합치면 마냥 흰 것이요, 빨간 것과 빨간 것을 합치면 마냥 빨간 것이요, 맑강 물과 맑강 물을 합치면 마냥 말갛지마는,
‘나는 퍼렇다’, ‘저 사람은 뻘겋다’, 각기 자기 색을 주장을 허고, 그래가지고 그 색들이 서로 부딪히게 되며는 거기에는 자기 빛깔도 아니요 저 사람 빛깔도 아닌 엉뚱한 추한 빛깔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지금 나라에서는 총력안보(總力安保)다 해가지고 굉장히 지금 온 나라가 그 총력안보 때문에 관청 정부 일반서민에 이르기까지, 종단(宗團)에 이르기까지 승군(僧軍)을 조직(組織)허고 이렇게 해서 중대한 그런 처지에 놓여있습니다마는, 이것이 입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 부처님을 믿고 부처님의 진리(眞理)를 믿는 우리들은, 조실스님이 지도해 주신 활구참선(活句參禪)에 의해서 내가 나를 깨닫기 위해서 진정 실다웁게 정진허는 데에서 저절로 총력안보(總力安保)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내가 내 마음을 닦기 위해서 자꾸 화두(話頭)를 드는 데에서 탐심(貪心)과 진심(瞋心)과 어리석은 마음이 없어지는데, 어찌 남을 해롭게 허며 국가를 망허게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건 입으로 떠들어가지고는 절대로 총력안보는 달성이 되지 않습니다.
입으로 떠들기 보다는, ‘어째서 판치생모(板齒生毛)라고 했는고?’
이 불법을 믿지 않는 사람한테 이 말을 허면 미쳤다고 헐는지 모릅니다.
무기를 많이 장만을 허고, 훈련을 많이 받고, 나라에다돈을 많이 헌금을 해서 어쨌든지 무력증강을 해야지, 어떻게 가만히 앉어서 ‘판치생모가 무엇이... 어째서 판치생모라 했는고?’ 그거 해가지고 나라가 자주독립이 된다 허면 도저히 이론상 비약적인 이론이 되아서 납득이 안 갈런지 모르지마는, 이 자리에 모이신 사부대중은 과연 그렇다고 납득이 가실 줄 압니다.
아까 조실스님께서 말씀허신 바와 같이, 이 참선이라 허는 것은 오래 앉아서, 앉었는 시간이 오래 오래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하루 종일 오래 앉았다고만 해서 그 사람이 참선을 잘한 것도 아니고, 앉었거나 누웠거나 섰거나 무슨 일을 허던지 간에,
‘어째서 판치생모(板齒生毛)라고 했는고?’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일체 그동안에 보고 듣고 한 경전에 있는 어떠헌 교리적으로 이것을 따지고 비교하고 더듬어보고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동안에 보고 듣고 헌 것은 다 고대로 놓아두고, 다맛 알 수 없는 생각,
‘어째서 판치생모(板齒生毛)라고 했는고?’
고 한 생각 알 수 없는 한 생각으로 나가므로써 결단코 금생(今生)에 깨달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알 수 없이 나가야, 콱 맥힌... 맥혀야 그것이 공부가 되아가는 것이지, 이리저리 따져서 쪼끔씩 알아 들어가는 것이 있고 무엇이 보이는 것이 있고 나타난 것이 있다고 허며는 그 사람은 그때부터서 어문(엉뚱한) 길로, 어문 길로 빠지는 것입니다.
처음에 빠질 때는 멀커락(머리카락) 차(差)입니다. 멀커락(머리카락) 차이지마는, 고로 시간이 지내감에 따라서 수 백리 수 천리로 떨어지게 됩니다.
여기서 서울을 가는데 북쪽으로 가야할 것을 북쪽에서 일도만 틀려도 저 몇 백리 밖에 가서는 몇 십리 차이가 나게 됩니다.
하물며 반대쪽으로 가는 사람은 말도 헐 것이 없지마는, 같은 방향이라도 멀커락(머리카락) 하나 사이만 두어도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몇 백리 밖으로 가서는 수십 리 차이가 나게 됩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길도 그렇거든, 생각으로 하는 공부는 시... 그 번갯불보다도 더 깜빡할 사이에 지옥(地獄)에도 떨어질 수가 있고 축생(畜生)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이 무서운 것입니다.
육도윤회(六道輪廻)가 꼭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큰, 살생(殺生)을 허고 살... 살인을 허고 강도질을 해야만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지옥에 가는 것은 틀림이 없지마는, 우리가 한 생각 삐끗허면 벌써 지옥에도 떨어질 수가 있고 한 생각에 축생도 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가만히 앉은 채 몇십 년 전에 자기를 어떤 사람이 그 돈을 사기 해묵은 일을 생각해 낸다던지, 자기 아들을 돌멩이로 때려서 마빡을 터뜨렸다던지, 몇 십 년 전 얘기가 볼쏙 생각이 나자 불현듯 가슴에서 뭉클허면서 그 사람을 때려죽일 생각을 낸다던지 그 사람 미운 생각 내면 그 앉은 그 자리에서 벌써 축생(畜生)이 되는 것이고 독사(毒蛇)가 되는 것입니다.
윤회(輪廻)라고 허는 것은 ‘이 몸띵이 죽은 뒤에 지옥에 간다’ 그렇게만 생각헐 일이 아닙니다. 참으로 무서운 지옥은, 이 몸띵이 가지고 있으면서 떨어지는 지옥이 그것이 더 무서운 것입니다.
몸띵이 가지고 있으면서 그 생각을 아무렇게나 이 생각 저 생각 이 생각 저 생각 허는 것이 벌써 천당(天堂)에도 갔다 지옥(地獄)에도 갔다 독사 뱃속으로도 들어갔다 소도 되았다 말도 되았다가...
이 윤회(輪廻)를 무서워 헐 줄 알아야 합니다. 정법(正法)을 배우는 학자(學者)는.
어떻게 해야 이 몸띵이 가지고 있으면서 허는 그 육도윤회(六道輪廻)를 면(免)하느냐 하는 것은, 알 수 없는 생각으로 화두(話頭)를 거각(擧却)하는 길이 있을 뿐입니다.
알 수 없는 생각으로 화두를 들고 또 들고 헐 때마다 과거에 무량억겁(無量億劫)으로 내려오면서 지은 그 무서운 죄업(罪業)이 거기에서 무너지는 녹아지는 것이고, 앞으로 한 없이 윤회허면서 삼악도(三惡道)에서 고(苦)를 받을 그 길을 앉은 자리에서 끊어나가는거여.
세상에 이러헌 위대하고 거룩하고 요긴하고 간절한 최상승법(最上乘法)을 우리는 이 자리에 앉어서 들었습니다.
듣고 행하지 아니헌 사람은 그... 그러헌 어리석은 사람이 없습니다.
좋은... 꼭 여러 해를 두고 병고(病苦)에 시달린 사람이 명의(名醫)로부터서 좋은 약(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먹지를 않고 그 약을, 그 값비싼 약을 함부로 내 버린다던지 천천히 먹을랴고 아무대로... 아무렇게나 내동댕치 쳐준다던지 허면 그러헌 어리석은 일이 있습니까?
나라를 잃고 발 디딜 곳이 없이 이 나라 가도 받아주지 않고 저 나라 가도 받아주지 않고... 그러헌 신세나, 내가 내 마음을 깨닫지 못해가지고 세세생생에 육도윤회 헌 것이나, 쓸쓸하고 허전한 것은 매양 마찬... 마찬가집니다.
차라리 나라 빼앗긴 것은 언젠가 다시 또 독립운동(獨立運動)을 허고 시절인연(時節因緣)이 도래(到來)하며는 나라는 다시 찿으... 찾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이 몸띵이 받았을 때 내가 내... 나를 깨닫는 공부를 하지 아니하고 이 몸뚱이 한 번 놓쳐버리면 다시는 사람 몸 받기 어렵습니다.
이 공부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밖에 있는 것을 구해야 말이지, 내가 지금 얘기 허는 놈, 얘기를 듣고 계시는 그놈!
항시 앉으나 서나 눈을 뜨나 감으나 노상 그놈을 가지고 살면서 그놈 챙기기는 것이지 하나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무슨 힘이 든 것도 아니고, 아픈 사람은 그 아프면서 ‘아이고, 아이고~’ 허면서 거기에서 ‘어째서 판치생모(板齒生毛)라 했는고?’ 그것 챙기면 그것이 바로 공부요, 꼭 죽비(竹篦)치고 벽(壁)을 향해서 앉어야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조끔도 ‘나는 말세에 태어났으니까’, ‘나는 여자니까’, ‘나는 나이가 많으니까’, ‘아유~ 아들 딸 모다 그 키워서 결혼을 시켜야 할 이러헌 일들이 많으니까’ 이렇게 생각을 할 일이 아닙니다.
고대로!
생활(生活)허면서, 밥 먹으면서, 일 하면서, 바느질 하면서, 김장 담그면서, 생각 생각이 일어나는 그 생각 돌이켜서 ‘어째서 판치생모라 했는고?’
아! 그러면 거기에서 무량억겁(無量億劫) 죄(罪)가 녹아지면서 윤회(輪廻)를 끊고 영원히 행복 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거여. 그러헌 미묘(微妙)한 방법(方法).
다시는 의심 허지 마시고, 오직 ‘어째서 판치생모(板齒生毛)라 했는고?’
그렇게 간단하고 요긴하고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그러헌 묘법(妙法).
이 자리에 앉은 그 자리에 부터서 들고, 나가서 진지 잡수시면서 허시고, 또 댁으로 돌아가시면서 허고, 가서도 허고, 그걸 자꾸 챙기면 되는 겁니다.
처음에는 잘 안되지마는 또 챙기고 챙기고 허면 나중에는 길이 들어서...
닭을 길러본 분은 아시겠습니다만, 장에서 닭을 사오며는 처음에는 모시를 주어도 잘 오지를 않고 주인을 보아도 자꾸 도망갈랴고 그러지마는, 자꾸 때맞추어서 모이를 주어... 주어버릇 하며는 나중에는 그분이 나타나기만 하면 우루루루루 저절로 모여들고, 벽장에서 모시를 내서 주어버릇하면 벽장문만 열면 또 자기 모시 줄라고 허는 줄 알고 우루루루루 모여듭니다.
이 ‘어째서 판치생모(板齒生毛)라고 했는고?’ 헌 이 화두(話頭)도, 처음에는 맛이 없고 잘 되지를 않고 금방 입으로는, 혀 속으로는, 입 속으로는 ‘어째서 판치생모라 했는고?’ 헌 그 동안에도 번갯불 치듯 딴 생각이 들어오고, 들어왔다 금방 나가는 게 아니라 그놈이 들어와서 제법 재미스럽게 살림을 허다가, 십분씩 이십분씩 살림을 허다가 화두는 어디로 가부리고 없고 괜히 골이 났다 풀어졌다 그러다 깜짝 놀래서 또 챙기고 이렇게 되지마는,
그래도 자꾸 허면 나중에는 퍼뜩 뭘 보기만 해도 화두가 제절로 들어지고, 밖에서 개 짖는 소리만 나도 나는 화두가 들린단 말이여.
차 가는 소리만 들어도 나는 화두가 들리고, 남편이 들어와도 나는 화두가 들리고, 애들이 ‘엄마!’ 해도 나는 화두가 들리고 이렇게 된다 그 말이여.
밥 먹으나 옷 입으나 똥을 누나 걸어가나 심지어 잠잘 때에도 잠... 그 화두를 터억 들면서, 알 수 없는 화두를 들면서 잠이 들며는 꿈속에서도 그 화두가 들어지게까지 된다 그 말이에요.
그렇게 까지 되기 위해서는 간절(懇切)한 마음으로 들고 또 들고 허고 또 들고 허는 디에서 결국은 헐랴고 안 해도 저절로 들어진 때가 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주 팥 심은데 팥 나고 콩 심은데 콩 나는 거와 같애서, 이것은 생각해보시면 아실 일입니다.
‘암만해도 아 공부가 안 된다’고.
안된다고 생각날 때 화두한번 더 든 것이 그것이 지혜스런 사람입니다.
안된다고 짜증을 내면 그... 뭣 헐 겁니까? 그런다고 들어집니까?
졸음이 오면... 졸음이 와도 잠을 깨고, 정 고단하면 한 숨 자고 일어나서 해도 되고, 잘 때가 아니며는 세수 허고라도 또 허고, 그...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갈 나무 없는 것이고, 자꾸 헐라고 대든 놈 한테는 지가 별 수가 없습니다. 들고 또 들고 허는 데에서는 천하 없는 무서운 번뇌망상(煩惱妄想)도 지가 이 정법(正法) 앞에는 별 수가 없는 것이여.
이 ‘참선(방參禪房)에 신만 한번 벗어 놔도 그 공덕(功德)으로 육도, 삼악도(三惡道)를 면(免)헌다. 염라대왕이 그 앞에 합장을 헌다’ 고 옛날 도인스님네 말씀허셨습니다.
그럴 수밲에 없는 것이, 최상승법(最上乘法) 화두(話頭) 한 번 드는 것이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 한 번 읽은 공덕보다도 더 수승(殊勝)헌 것이다 이 말이여.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 읽는 것은, ‘여기서 서울을 갈라며는 어디로 해서 무엇을 타고 어디 어디를 거쳐서 어디로 간다.’ 그런 말씀이 써졌는데, 이 ‘어째서 판치생모(板齒生毛)라 했는고?’ 그 화두 한번 드는 것은, 당장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거든 이것이.
서울을 향해서 당장 한걸음 출발 허는 것이고 걸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화두 한번 드는 것이 팔만대장경 한 번 읽은 공덕보다도 더 수승허다고 허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조실스님 법문과 또 이 자리에 참석하신 외국 손님, 모다 그렇... 꼭 이 자리에 그분이 참석허지 않고서는 안 될 만한 과거(過去)에 인연(因緣)이 있어서 또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만나게 된 것입니다.
나라 잃은 백성이, 내가 내 주인공(主人公) 잃어버리고 육도윤회(六道輪廻)를 무량겁(無量劫)으로 해매고 있는 신세(身世)나 똑- 같습니다.
우리는 그분을 위해서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디리야 겠고, 이것을 계기로 해서 우리의 조국을 지키고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나 자신을 깨닫는 활구참선(活句參禪)을 해야겄습니다.
우리는 이분들의 머지않은 장래에 반다시 조국을 찾어서 자주독립(自主獨立)을 허고 영원한 행복이 깃들기를 바래는 뜻으로 박수를 쳐드립시다.
(대중 박수)
송담선사 법문 5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