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의 경책】

2020. 9. 19. 11:36카테고리 없음

옛날에 어떤 납자衲子가 산중山中에 토굴을 뭇고 공부를 허고 있는데, 하루는 나물 캐는 부인婦人이 해 저물게(저물녘에) 들어왔습니다.
-언젠가 말씀을 드린 기억도 있습니다마는-
부인이... 나물 캐는 부인이 와서 하루쯤만 자고 가자고, 자고 가자고 그래서 그걸 안 받을 수도 없고, 깊은 이 산중이라서,
-나물을 캐러 온 게 아니라 나무를 허로 왔다고 그럽니다-
나무를 하러 왔다가 그래서 그 춥기는 하고 날은 저물고 그래서... 도저히... 더군다나 부인을 갖다가 한 방에서 자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그냥 밖으로 거절헐 수도 없고...

“그러면 여기서 오늘 하룻밤 새고 그리고 내일 날이 새거든 돌아가라”고.

그래 인자 부인을 앉혀놓고 잘 수가 없어서 그 스님은 떠억 앉은 채 그날 저녁을 앉은 채,
‘잘 되았다 부인 덕분에 오늘 하룻저녁 용맹정진勇猛精進을 헐 수밖에는 없다.’ 이래가지고 떠억 그 정진을 허는데, 아! 부인 보고는,

“아 고달픈데 그리 좀 빗기라고(누우라고)” 그래도,

“시님이 안 주무시는데 어찌 어떻게 내가 자겠습니까?
나도 그냥 앉어서 자믄... 밤을 새겠습니다.”

이래 떠억 앉어서 정진精進허는데,
아 그 이튿날 새벽부터서 눈깨비가 내리더니 한 치 두 치 쌔여(쌓여)가지고 석자 넉자 아! 삽시간에 아! 눈이 질(‘길’의 옛말, 3미터)을 넘게 눈이 퍼붓었다 그 말이여.
-참 깊은 산중은 눈이 일찍 내리고 또 그 이듬에 늦게 또 그 까지 눈이 내리고 눈이 녹지를 않는 것입니다.-
아 그 눈이 그렇게 긴 하게 와가지고 아 부인이 그 이튿날 가기로 했는디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 그 부인이,
“아 스님, 그 앉어서 무슨 공부를 앉어서...
대관 오래 앉어 있으면 그것이 공붑니까?”

“아니요. 앉어서 속으로 생각 허는 것이 따로 있다”고.

“그러면 나도 좀 가르켜 주십시오.
이렇게 눈이 와서 나도 가지도 못하고 그러니 공부를 하면 어떻게 좋으냐?” 고 이리저리 묻더니... 물어서,

“이 참선參禪을 허면 생사해탈生死解脫을 하고, 그래가지고 큰 도인道人이 되며는 세세생생世世生生에 참 생사生師에 윤회輪廻를 벗어난다.”
그렇다고 그 시님이 아는 대로 잘 일러... 일러주고, ‘이 뭣고?’ 그렇게 생각하라고 가리켜 주니까,

“그러면 기왕이면 노는 입에 염불헌다고, 나도 시님 따라서 같이 허겠습니다. 근데 그러께... 가만히 어젯저녁에 보니까, 스님이 앉아서 밤낮 끄벅끄벅 조는데, 기왕이면 그게... 조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아니고, 안 졸고 성성惺惺하게 해야 헌다고 헐 진대는, 그러면 시님이 졸면 내가 죽비竹篦로 스님 머리빡을 때리고... 또 시님이 졸면 내가 때리고, 내가 졸면 시님이 나를 때려서 잠을 깨우게 해... 그렇게 약속을 허고 공부를 헙시다.”

아! 그것, 같잖어게 보살菩薩이 죽비로 때린 것을 맞은 것도 챙피허고, 이거 안헐 수도 없고 헐 수도 없고 그래서,
“그러면 한번 해 보자”고.

근데 처음에... 그래서 그 스님은 정신을 바짝 채려 가지고 ‘어쨋튼지 이 보살菩薩한테 안 맞아야겄다.’ 이리 생각하고 죽비를 가운데다 떠억 놓아 놓고는 마주 않아서 참선을 허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이 보살이 잘 조는지 꺼떡허먼 탁! 쳐 버리면 그냥 번쩍 눈을 뜨고 또 허고 허고, 몇 일 날은 보살이 아주 그냥 맡어 놓고 죽비를 맞더니,

한 일주일이 지내기 시작하면서 보살菩薩이 잘 잠을 안자고... 안자는데, 이 스님은 긴장이 좀 풀렸던지 아! 영 졸다가 한 대 터지면 번쩍 눈을 뜨고, 불과 십분(10분)도 안 되면 또 졸다가 얻어맞고 해서, 한 철 내 어떻게 뚜드러 맞았던지 이마빡에 아주 혹이... 혹이 아주 수십 개가 솟아 나가지고, 아니 인자는 뭐 챙피헌 것도 뭣도 없고, 그렇게 허다가 한 달이 지내고 두 달이 지내고 석 달이 지내고, 그 산중은 늦게까지 눈이 녹질 안해서 넉 달 동안을 뚜드러 맞으면서 정진을 했는데, 마지막에 가서 그 보살菩薩이 법문法門을 허는데, 그 법문 한 마디에 눈을 번쩍 떠서 확철대오廓徹大悟를 했다 그 말이여.

허고서 일어서서 그 보살菩薩한테 절을 허고서 말을 헐라고 허니까, 얼굴을 들어보니까 보살이 간 곳이 없어졌다 이것입니다.
그 보살이, 문수보살文殊菩薩이 그 스님이 이 그 계행戒行이 청정淸淨하고 생사生死를 바치고 공부를 헐랴고 허는 것을 갖다가 기특허게 생각하시고, 문수보살이 떠억 나무하러 온 아주머니로 변장을... 화현化現으로 나타나가지고 와서 그 한 해 겨울을 그렇게 경책警策을 하고 법문을 해 주셨다 그 말이여.

금년 여름에 우리 세등선원에서 사십 여명이 모여서 정진을 허는데, 모두가 전국 각 사찰에서 대신심大信心을 낸 발심發心을 한 잡자衲子들이 아주 이를 악물고 정진精進을 허기 위해서 이렇게 모였습니다.
지난겨울 철, 또 그 지난 여름철, 철철이 세등선원이 창설創設이 된 이후로 철을 거듭헐수록 모다 발심한 비구니比丘尼 수좌首座님네들이 모여서 밤을 패가면서 이렇게 정진들을 허고 있어서, 참 이 세등선원을 창설한 원장스님 세등스님은 몸은 이렇게 너무 과로 허다가 고혈압으로 쓰러져서 몸은 불편하지만, 다 이렇게 전국에서 좋은 수행인들이 모여서 이렇게 공부를 허고 있는 것을, 그것을 하나의 유일한 기쁨으로 생각하고 이렇게 외호外護를 잘 해주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승이 출가해가지고 삼십 여년 동안 경험을 비추어서 생각해 보면, 어느 선방禪房 어느 회상會上을 가도 반드시 그 회상에는 그 대중에... 대중大衆을 소란케도 헌다든지 신경을 쓰게 헌다든지 그래가지고 꼭 그 말썽을 부리는 괴객(괴각)乖角이 하나 둘 씩은 꼭 있다 이 말씀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만 오면 그 사람이 뵈기 싫어서 방부房付를 안 들이고 가부리는(가버리는) 사람이 있고, ‘그 괴객乖角이 어느 선방에 간다’ 허며는, ‘아이구, 나 거기 안 간다’고 그래가지고 안 와 버리고 다른 데로 가버리는 사람도 있고, 때로는 그 괴객乖角 바람에 중간에 도망간 사람이 있고, 중간에 전 대중이 보따리를 싸 짊어지고 선방禪房을 아주 문을 닫아 버리는 그런 디도(곳도) 있다... 있었다 이 말씀입니다.

우리 세등선원에 대행히, ‘아까 그 나무 하러온 아주머니와 같은 그러헌 보살화현菩薩化現이 혹或 이 철에 우리 선원에도 와서... 와서 계셨으면’ 내 속으로 그걸 지금 간절히 지금 축원祝願을 허고 있는데, 어디가 ‘문수보살文殊菩薩’이라고 어디 무슨 도민증道民證 같은 것을 가지고 있던지 신분증身分證이 있으면 대번에 그 사무실에도 알텐디, 그런 것이 없고 그냥 아주 그 전혀 표가 없이 오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단 말이여. 그 스님이 아까 산중에서, 토굴에서 공부허던 스님이 발심해서 공부헐랴고 허는 마음을 내지 안했다면, 하나의 평범平凡한 나무하러오는 아주머니에 지내지 안했을 것이고, 또 그러헌 보살화현이 오실... 와 주실 까닭도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 이 세등선원에 다행히 이 대중이 그렇게 정진을 허기 위해서 이를 갈아붙이고 죽을 사자를 갖다가 이마빡에 써 붙이고 가행정진 용맹정진 헌 대 발심한 납자가 계신다면, 반드시 그러헌 보살화현이 우리 대중 가운데에 숨어서 지금 계시지 않을란가, 반드시 그런 분이 와 주실 것이다 하는 것을 나는 믿고 있습니다.

그 보살화현菩薩化現으로 와가지고, 꼭 그 아까 그 나물 캐러온 아주머니... 나무하러 온 아주머니처럼 꼭 그러헌 형태로만 허신 것이 아니라, 듣기 싫은 소리를 얼마든지 해서 대중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것이고, 괴객乖角을 부려가지고 대중의 신경을 곤두서게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계속 어떤 시비是非를 일으켜 가지고 옆에 사람하고 싸움을 걸을 수도 있는 것이고, 자기가 이 대중에 규칙을 잘 지키지 아니하고 밤낮 대중을 갖다가 소란하게 헐 수도 있는 것이고, 그거야 형태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다못 대중 각자가 발심發心을 허고 분심憤心을 돈발頓發해 가지고 정말 가행정진加行精進 용맹정진勇猛精進을 헐 그러헌... 그러헌 사람에게는 그러헌 괴객乖角이 고대로 문수文殊 보현普賢과 같은 그런 보살화현菩薩化現이 되아 줄 것이고, 발심을 못한 사람에게는 하나의 공부 대중을 소란케 허는 하나의 마군魔軍이로 밲에는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똑같은 보살화현을 발심 헌 사람은 보살화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발심 허지 못한 사람은 보살화현도 마군魔軍이의 종자種子로 밲에는 보이지 아니할 것입니다. 우리 대중들은 모두가 철저히 발심을 해가지고 그래가지고 여기에 공부 하러 온 분들이기 때문에 반드시 대중 가운데에 보살화현을 발견하게 되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 송담선사 법문 세등 27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