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3. 09:13ㆍ카테고리 없음
【거울 속 얼굴】
안중동자眼中瞳子가 목전인目前人이로다.
눈 가운데 동자가, 눈앞에 사람이, 사람에 눈동자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동자가 들어 있는데 그 동자가 누구냐 하면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이니라. 눈앞에 있는 사람의 영상이 그려진거여.
수저금오水底金烏가 천상일天上日이라.
저 물밑에 금까마귀는 하늘 위에 해드라.
물 속에 비친 금까마귀, 하늘에 있는 태양의 별명이 ‘금까마귀, 금오金烏’라 그러고, 달의 별명은 ‘옥토끼’라 그러는데, ‘물 속에 있는 금까마귀’가 다른게 아니라 저 하늘에 떠있는 해가 거기에 비춘 것이다.
일곡양곡무인회一曲兩曲無人會헌디,
한 곡조 타고 두 곡조를 타도 아무도 그 곡조를 알아듣는 사람이 없어.
우과야당雨過夜塘에 추수심秋水深이라.
비 지난 밤 연못에는 가을 물만 깊었더라.
........
【화두를 놓치기가 어려운 것】
(경리간형불애아鏡裏看形不礙我하고)
거울 속에 모습을 보고 나에 걸리지 말아라, 나를 의심허지를 말어라.
거울 속에 비친 그 사람이 누구냐 그말이여.
자기의 얼굴이 아니고 그것이 무엇인가.
미목분명비별인眉目分明非別人이며,
눈썹 생긴 것 허며 눈동자하며 얼굴 모습이 분명해서 딴사람이 아니드라.
(경리견수형鏡裏見誰形이면)
거울 속에 얼굴은 그것이 누구의 얼굴이겠냐?
(곡중문자성谷中聞自聲이니라)
저 산골짜기에 들어가서 소리를 지르면, ‘아무개야’하고 소리를 지르면, 산울림이 또 ‘아무개야’ 하고 똑같이 흉내를 내고, ‘네끼놈’하고 욕을 허면, 산울림도 ‘네끼놈’하고 욕을 헌다 그말여.
그 소리가 누구에 소리여!
거울 속에 비친 그 얼굴만이 자기의 얼굴이고 산골짜기에 들어가서 고함을 치면 그 되돌아 오는 소리가 제 소리일뿐만이 아니라, 일체처일체시一切處一切時에 견문각지見聞覺知허는, 보고 · 듣고 · 깨달아 아는 것이 일월성진日月星辰과 산천초목山川草木과 삼라만상森羅萬象과 두두물물頭頭物物이 그것이 다 그게 누구의 모습이며, 누구의 소식이냐 그말이여.
어째서 자기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왜 남인줄 알고 따로 찾을 것이냐 이말이여.
화두話頭를 놓친다고? 의심疑心이 안난다고?
화두를 들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바로 말하면 화두를 놓치기가 어려운 거여.
눈을 떠도 거기에 있고, 눈을 감아도 거기에 있고, 귀를 막아도 거기에 있고, 귀를 열어도 거기에 있고, 손닿는 것, 발닿는 것, 천상천하天上天下, 동서남북東西南北, 사방四方 사유상하四維上下, 일체처일체시一切處一切時가...
어찌 화두를 어떻게 해서 놓쳐.
금년 삼동에 화두를 놓칠래야 놓칠 수 없고, 안 볼라야 안 볼 수 없도록, 이렇게 공부를 다구쳐 나가기를 간절히 부탁을 합니다.
이렇게 다구쳐 나가는데 거기에 무슨 시비是非가 있으며, 니가 잘하고 내가 잘하고 뭘 그럴 일이 있으며, 언제 한화잡담閑話雜談할 겨를이 있어.
대중이 살아가자니 규칙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시간 맞춰 목탁치고, 시간 맞춰 죽비는 치지만은, 분심憤心과 신심信心과 의단疑團이 독로헌 분상에는 목탁을 치거나, 죽비를, 방선 죽비를 치거나, 입선 죽비를 치거나, 종을 치거나 상관이 없는거여.
다못 대중을 따라서 규칙을 지킬 뿐이지 방선을 허거나 입선을 허거나 무슨 상관이 있어.
다못 알 수 없는 의단疑團이 눈앞에 있을 뿐이지.
밥이 되면 된 대로 한 숟갈 먹고, 밥이 질면 진 대로 한 숟갈 먹고, 반찬이 짜면 짠 대로 한 숟갈 먹고, 싱거우면 싱거운대로, 죽이면 죽, 밥이면 밥, 국수면 국수, 만두면 만두. 해주는 대로 먹고.
석 달이 하루 같이 이렇게 공부를 해서 내년 정월에 해제가 될 때 정말 도에 힘을 얻어서 번쩍거리는 눈동자로 한 사람도 낙오자가 없이 도의 힘이 팔만사지 백체와 오장육부와 팔만사천 모공에서 도道의 향기香氣가 풍기도록 알뜰히 정진을 허기를 재삼 당부를 하고 말을 맺고자 합니다.
- 송담선사 법문 세등 3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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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들음에 미혹치 아니함이 법왕과 서로 만나는 곳】
【說誼】
目前諸法 鏡裏看形
鏡裏看形不礙我 眉目分明非別人
非別人 此是相見法王處
所以道 鏡裏見誰形 谷中聞自聲
見聞而不惑 何處匪通程
눈앞에 모든 법은 거울속에 보이는 형상이다.
거울속에 보이는 형상이 나에게 방해롭지 아니하니
미목眉目이 분명分明하여 다른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아님이여! 이것이 법왕과 서로 만나는 곳이다.
그런까닭에 ‘거울속에 보임이 누구의 형상이며, 골짜기 가운데에 자기의 소리를 듣는구나. 보고 들음에 미혹하지 아니하면 어느곳이 통하지 아니하는 길인가.’라고 말한 것이다.
- 『금강반야바라밀경오가해설의』
金剛般若波羅蜜經 五家解說誼卷上
Spiegel im spiegel: 거울속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