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6. 21:59ㆍ카테고리 없음
[쌍골죽雙骨竹、병든 대나무 ]
쌍골죽雙骨竹은 병든 대나무로서, 수 만 그루 중 하나 나오기 힘든 대나무이다.
병든 대나무인 쌍골죽은 양옆으로 두 골이 나있는데, 보통 대나무는 속의 구멍이 넓고 곧게 자라는 반면, 쌍골죽은 속의 구멍이 좁고 단단하게 차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잘 크지 못하고 S자로 휘어져서 자란다.
그런 쌍골죽을 발견해서 그것을 열에 가열하고 또 식히며 곧게 펴기를 수없이 반복하는데 이 삼년 여의 긴 시간이 걸리지만, 그 작업을 마친 쌍골죽은 보통대나무보다 훨씬 청아하고 깊고 여문 소리를 낼 줄 안다.
사람의 가슴에 해당하는 청공자리에 갈대의 속살을 붙이면 숨결의 떨림으로 인해 사람의 우는 소리와 같은 슬픈 음색을 낼수도 있고 또한 장쾌한 소리를 낼 수도 있다.
병든 대나무에서 깊고 청아한 소리를 불어내듯,
사람의 늙음과 병듦의 아픔 속에서, 감정의 여러 음표속에서, 비로소 삶을 깊고 온전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를 돌이키는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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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악대금正樂大笒의 구조]
내게는 정악대금正樂大笒 하나가 있는데, 이 악기는 하늘의 빈 소리와 땅의 가득한 형색이 한 곳(一)에서 만나 자란 하나의 생명이다.
이 대금大笒은 그 구멍이 모두 열 한개로 이루어졌다.
(사람이 뚫은 열개의 작은 구멍과, 대나무 전체의 속을 관통하는 본래의 큰 구멍 하나를 합쳐서 열 한개이다.)
전체적 구조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대금 중간 즈음에 있는 지공指孔은, 여섯개의 구멍으로이루어져 음의 높낮이와 장단을 맞추는데, 사람의 눈구멍 둘, 귀구멍 둘, 콧구멍 둘이 이에 속한다. (안眼. 이耳. 비鼻의 6구멍)
다음으로, 좌측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구멍인 취구吹口는, 하나의 큰 구멍으로써 숨과 뜻을 불어 내는 최초의 자리이며, 사람의 입이 여기에 속한다. (설舌의 1구멍)
그리고 대금의 몸체인 대나무 중심을 관통하는 가장 크고 긴 이 구멍은, 소리를 온전히 담아 내고 또 흘려 보내는 곳으로, 사람의 몸이 이에 속한다. (신身)
다음으로 좌측에서 두 번째에 위치한 청공淸孔은, 하나의 보이지 않는 숨겨진 구멍으로써, 그곳에 갈대의 속살을 덮어 슬프고도 또 장쾌한 감정의 울림을 만들어 내는데, 사람의 가슴이 이에 속한다. (의意, 보통은 청가리개로 그 감정이 다치지 않도록 덮어 가리운다.)
마지막으로 맨 아래에 붙어 있는 두개의 구멍 칠성공七星孔은, 음정을 조율하는 자리로써, 사람의 엉덩이 아래에 두 구멍이 몸의 생리를 조절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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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법]
'좌변취 우변박'左邊吹 右邊拍
왼편에선 입으로 불고, 오른편에선 손으로 두드려 구멍을 막고 또 열어낸다.
왼편은 움직임이 없는 한 곳에서 바람과 감정을 불어 대고, 오른쪽은 바쁘게 여기 저기를 옮겨 다니며 그 지나가는 바람을 막고 또 열어서 온갖 음의 높낮이와 장단으로 함께 어울어 희로애락을 연주한다.
입으로 바람을 불 때에는, 취구吹口에서 입술이 너무 안으로 치우치거나 밖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하며, 바람이 갈라지는 그 중간을 잘 얻어야(得其中) 제 음마다의 온전한 소리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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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불어대는 자는 누구인가?]
이렇게,
두 손으로는 여러 구멍을 옮겨 다니며 두드리고, 한 뜻과 숨으로 천차만별의 소리를 불어대며 또 동시同時에 그 소리를 듣게 되는, 이 한 물건은 무엇일까?
'노자기수야怒者其誰邪'
이렇게 뜻을 불어내는 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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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야문적舟中夜聞笛,
하처숙어옹 何處宿漁翁
일출무인견日出無人見,
조제화자홍鳥啼花自紅。
배를 타고 밤 젓대 소리를 들었다.
어느 곳에서 어옹이 젓대를 부는고
날이 척- 새니 어옹漁翁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데
새는 모두 울고 꽃은 벌거니 피었구나.
- 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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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一手擡一手 左邊吹右邊拍. 無絃彈出無生樂
不屬宮商律調新 知音知後徒名邈
한 손은 들고 한 손은 내리고, 왼쪽에서 퉁소 불고 오른쪽에서 구멍 두드린다.
줄 없는 거문고로 남이 없는 무생의 노래를 퉁겨내고, 궁상宮商(宮商角徵羽 五音)에 속하지 않고도 율조律調가 새롭다.
지음知音이 안 후로 헛되이 이름만 아득할 뿐이다.
- 야부도천(금강경 오가해)
* 夫吹萬不同、而使其自已也、咸其自取、怒者其誰邪!
“一氣가 우주만유 생명들의 천차만별 현상으로 불어내어, 저마다 개별적 자아를 이루게 하며, 모두 자기가 자아自我를 취하여 붙들어 쥐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一氣를 불어내는 자는 이 누구이겠느냐?”
- 장자 2편 제물론齊物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