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2020. 2. 21. 19:16카테고리 없음

【산】


적하위망적하진摘何爲妄摘何眞고,
진망유래眞妄由來로 총부진總不眞이라.
무엇을 가리켜서 망령妄靈되다고 하고, 무엇을 가리켜서 참이라 할 것인가?
‘망령妄靈되다’ 헌것은 가짜란 말이고, ‘참’이라하는 것은 진짜란 말인데, 무엇이 가짜고 무엇이 진짜라고 딱 지적을 헐 수가 있단 말이냐.

​진망유래眞妄由來로 총부진總不眞이다.
‘가짜니 진짜니 헌 것들이 원래로 모두가 다 참이 아니다’ 그말은 ‘모두가 다 가짜다’ 그말인데,

​하비엽하추용결霞飛葉下秋容潔 허는데,
안개가 날으고 잎이 떨어지는 가을 경치가 조촐하다 그말이여. 청정하다 그말이여.

​의구청산대면진依舊靑山對面眞이로구나.
예나 다름없이 오직 청산靑山만이, 푸른 산 만이 떠억 눈앞에 참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구나.





우리나라에 불교佛敎가 들어온 지 천육백년이 되았는데, 신라新羅 구산九山 이래로 참선법叅禪法이 대단히 성황을 허다가 이조李朝에 와서 참선법은 차츰 쇠약하고, 경經을 공부허는 강사講師, 경을 공부허는데에 치중하는 데에 많이 융성을 했단 말이여.

그러다가 백여년 전에 덕숭산德崇山에 경허鏡虛선사라고 허는 큰 도인이 나오셔서, 원래 경허스님도 동학사東鶴寺에서 소년시절에 부터서 대 강사講師로 이름이 드날리던 그런 대 강사가 어떠헌 인연으로 생사生死의 두려움에 대한 무상발심無常發心을 해가지고 제자들을 다 흩어버리고 경책을 놓아버리고 동학사 실상선원實相禪院에 들어가서 페침망찬廢寢忘餐, 밥먹을 것도 잊어버리고, 잠자는 것도 잊어버리고 용맹정진勇猛精進을 해가지고 확철대오廓撤大悟를 해가지고서 대선사大禪師가 되셨어.

그래 가지고 침체沈滯한 한국 선종禪宗을 중흥中興을 허셨다 그말이여.
그 이래로 그밑에 혜월慧月스님, 만공滿空스님, 용성龍城스님과 같은 그러헌 휼륭한 제자들을 배출輩出허시고 그 밑에 또 여러 선지식이 나와서 오늘날 우리나라에 참선법叅禪法, 최상승법最上乘法이 나날이 융성隆盛을 해서 도처到處에 비구 비구니의 선방禪房이 생기고 많은 선객들이 참선叅禪을 열심히 허고 있고, 뿐만 아니라 일반 청신사 청신녀 들도 참선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정진精進허신 분이 나날이 불어나고 있습니다.
그 한국 선종을 중흥하신 경허선사鏡虛禪師의 게송입니다.


무엇을 가리켜서 망령妄靈되다 하고 무엇을 지적을 해가지고 참이라고 헐 수가 있느냐.
‘진짜다 가짜다 헌 것들이 모두가 다 가짜니라’ 그말이여.


오늘날 정치다 경제다 교육이다 일체가 다 이 뒤죽박죽이 되아서, 그런것에 관심을 가지고 보며는 너무나 가슴 아프고 울화통이 치밀을 정도로 우리나라에 모든 상황이 복잡하고 혼돈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 가운데 오신 여러 청신사 청신녀들도 직접 간접으로 그런디에 관련이 되고 자나 깨나 모다 걱정을 하신분이 많으시리라고 생각이 됩니다마는, 그러헌 가운데에서 우리가 이 경허선사 이러헌 게송을 한번 따-악 읊고 음미를 해 볼만한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이 되는 것입니다.

사회문제느 가정문제나 거기다 생각을 두고 걱정을 허면 밤이나 낮이나 한량이 없는거고, 그런 걱정이 되는 생각을 탁! 한생각을 돌이켜서 ‘이 몸띵이 끌고 다니는 나의 주인공主人公’ 을 떠억 찾는 공부를 한다면, 바로 그 속에서 시원한 냉수 한 그릇을 마신거와 같을 것이다 그말이여.

사업은 사업이고, 장사는 장사고, 정치는 정치고, 그 속에서 한 생각을 돌이켜서 나를 찾는 공부를 해야만 숨통이 터질 것이고,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빠져나갈 길이 열릴 것이다 그말이여.

세상이 아무리 시끄럽고 복잡허고 답답하다 하더라도 터억 -그래서 사람들이 바다도 찾고 산도 찾게 되라라고 생각이 됩니다마는- 안개가 날으고 단풍잎이 지는 가을, 신선하고 상쾌한 가을경치, 그 청정淸淨한 그속에 예나 다름 없는 것은 오직 청산靑山 뿐이다 그말이여.

청산靑山을 멀리 바라보아도 좋고, 산에 가서 계곡溪谷을 타고 산에 올라가도 좋고, 이 경허鏡虛스님께서 읊으신 이 ‘산山’이라고 허는 것은, 세속世俗, ‘세속과 세속의 복잡함을 피해서 산, 등산登山을 헌다’ 헌 것은 그러헌 우리가 피상적皮相的인 얘기가 아니라, ​‘사회의 복잡한 그 속에서 그 한 생각을 돌이켜서 나를 찾는 그곳’ 을 비유해서 ​청산靑山이라 이렇게 말씀을 허셨으리라고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백년百年 전前이나 천년千年 전前이나 청산靑山은 변함이 없거덩.
부처님 정법正法시대나 지금 삼천년이 지낸 말법末法시대나, ‘이 몸띵이 끌고 다니는 나의 주인공主人公’ 은 천만 억겁千萬億劫이 지내도 그것은 변함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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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원공명단원산不願功名但願山하고
산중채락기다년山中採藥幾年間고.
심심송라연하리深深松籟烟霞裏에
일곡지가만경한一曲芝歌萬境閑이로구나.


(​불원공명단원산不願功名但願山)
부처님으로부터 역대 조사와 많은 선지식과 출가 수행자들, 그리고 발심發心한 청신사 청신녀들이 달팽이 뿔과 같은 그러헌 허망한 세속世俗의 오욕락, 명예, 권리, 재산... 그런 것들을 다 버려버리고 다 이 도문道門으로 산중山中을 다 원願허고 찾아왔다 그말이여.

​산중채락기다년山中採藥幾年間고,
산중山中에서 약藥을 캐기 몇해 간이나 되었던가.
산중에서 도道 닦는 것을 약캐는데 비유해서 읊은 것입니다.

​심심송라연하리深深松籟烟霞裏에
깊고 깊은 솔바람 불고 안개가 끼는 그 곳에서,

​일곡지가만경한一曲芝歌萬境閑이다.
한 곡 지초芝草 캐는 노래에 일만경계一萬境界가 한가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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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칠성회 시월 초하루부터 칠일까지 봉행허게 되는, 칠월칠성회 기도회 입재날입니다.

많은 신도들이 이 기도에 동참同參을 해서 이렇게 도량道場 가득히 신남 신녀가 동참을 허셨는데, 기도는 대략 재수대통이라든지 사업번창이라든지, 자녀들의 학생, 고등학교 대학 좋은 학교에 합격허는 것을 원한다든지, 자녀들의 혼사문제, 좋은 배필을 만나 행복허게 사는 그러헌 소원이라든지, 집안에 병고 액난 그런 우환이 있는 그러헌 분은 그런 것이 빨리 쾌차허기를 바랜다든지, 관재구설에 얽매어서 심적 고통을 받는 데선 그런 것이 빨리 소멸되기를 바란다든지, 가정이 불우한 집은 가정이 화평허기를 바래고, 부부간 문제 부모 자식간의 문제, 이 사바세계란 곳은 모든 사람이 거의가 다 이러헌 여러 가지 문제중에 한두 가지 두 세 가지 있어 남 알게 모르게 그런 고통을 다 지니고 살게 되아있는 것입니다.

태산을 하나 넘으면 깊은 골차구니가 있고, 골차구니를 지나보면 또 태산이 나오고, 배를 타고 물을 건널 때에 날씨가 좋은날도 있고 바람이 부는 날도 있고 비가 오는 날도 있듯이, 인생살이가 모다 그러헌 것인데, 그러헌 속에서 자기의 힘으로 아무리 해결을 헐랴고 해도 뜻과같이 해결이 안돼. 더러는 되기도 하고 안돼는 일이 더 많아.

그러니까 인연 따라서 이런 종교도 믿고 저런 종교도 믿고 해서 그런 종교의 힘, 신앙의 힘으로 그런 애로와 고통 속에서 그 헤어나기를 바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나, 더군다나 요새처럼 정치가 혼미하고 경제가 난항에 부딪히고, 교육문제 가정문제 사회문제, 각종 대소 중소기업 사업 그런 것들이 하나도 재대로 되아가지 아니하고 모두가 다 엉망 진창이 되아가고 있어.

이럴 때에 누가 편안하게 다리 뻗고 마음 놓고 살수가 있느냐 그말이여. 그래서 이렇게 기도에 동참하고 일주일 동안이라도 열심히 기도를 해서 그러헌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래는 그 뜻은 대단히 좋은 일이고 마땅히 그렇게 할 일이나, 그것이 해결 된다고 해서 영원히 또 아무일도 없으라는 법도 없고, 영원히 행복幸福하라는 법이 없어.

사바세계娑婆世界의 섭리攝理라고 허는 것이 원래元來 그런 것이기 때문에, 그러헌 속에서 넘어지지 아니하고 그러헌 속에서 자기自己 중심中心을 잡어 가면서 올바르게 살아가고 극복을 해 나가야 그것이 참 사람다운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의 가피력加被力, 성현聖賢의 가피력을 바래서 열심히 기도를 해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산승山僧이 이 자리에 올라온 것은, 열심히 기도하는 여러분에게 한 말씀 당부헐 일이 있어서 왔다 그말이여.
그것은 무엇이냐?

그러한 기도祈禱만 가지고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아니한다 그말이여. 그러기 때문에 기도를 통해서 무량겁으로부터 오면서 지은 알게 모르게 지은 크고 작은 업장業障을 기도를 통해서 소멸하고, 성현의 위신력威神力을 입어서 소원所願을 성취허는 기도를 열심히 허지만, 이 기도가 끝나, 일주일이 지나고 그 다음에 무엇을 허느냐 그말이여.

기도만 가지고 해결되지 못한 일대사一大事 문제, 금생今生 뿐만이 아니라 세세생생世世生生에 행복幸福허게 사는 길, 영원히 생사해탈生死解脫하는 길, 그길을 내가 여러분에게 꼭 당부를 헐랴고 여기에 올라왔다 이겁니다.

불법佛法.
불법佛法이라 하는 것은, ‘내가 나의 주인공主人公을 찾는 것’ 이 불법佛法이여.

찾는 법이, 부처님께서는 중생衆生의 근기根機 따라서 여러 가지 법法을 설說하셨지마는, 좋은 일, 착한 일을 해서 허는, 허도록 가리키시기도 하고, 경經을 읽고 외우고 그 경에 있는대로 실천을 허도록 그렇게 가리키시기도 하고, 또 간단하게 관세음보살이나 아미타불을 불러서 자기의 마음을 흩으러지지 않게 해서 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의 자비慈悲 원력願力의 힘을 빌어가지고 목적을 달성하도록 그러헌 방편方便도 설하셨습니다.

그러나 사십 구년동안 설하신 모든 방편, 법문을 똘똘 뭉치고 그 위에다가 한 번 더 올려놓는 방법이 참선법이다 그말이여.

참선법叅禪法은 최상근기最上根機만 하는 것이지 하근기下根機는 해봤자 되지도 않고, 더군다나 이 말세末世에는 그런거 해봤자 되지도 않는다. 그렇게 얘기를 하고서 참선을 비방誹謗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참선법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여.

우리는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항상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발로 걸어다니고 손으로 무엇을 만지고 입으로 무엇을 먹고,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항상 우리는 작동作動을 허고 있는데, 그 작용作用을 허는 그 근본根本이 우리의 마음자린데, 그 마음자리를 천년 전이나 삼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 천만년 억만년이 지내도 그 우리의 본성本性자리는 그건 변함이 없는 거여.

성현聖賢이나 우리 범부凡夫나 다 똑같은 거고, 그것을 찾는 것이 참선법인데, 그것은 정법시대나 말법시대나, 상근기나 하근기나, 잘나고 못나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그 자리에 있어서는 모두가 다 평등平等한 것이다 그말이여.

그걸 찾는 방법은 하나도 복잡하지 않아.
눈으로 무엇을 보거나 귀로 무엇을 듣거나, 마음에 무슨 생각이 떠오르거나 성이 나거나, 슬프거나 언제든지 바로 그곳에서 ‘이뭣고?’ ‘이놈이 무엇인가?’ 하고 이렇게 돌이켜 그놈을 찾는거야. 생각이 일어나는데 생각이 일어난 그 당처當處를 찾는 것이 이것이 참선법叅禪法이다 그말이여.

부처님께서 설하신 사십구년동안 설하신 모든 경전經典을 잘 그 본뜻을 알고보면 초점이 전부 거기에 맞춰져 갖고 있는 것이다 그말이여.
근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설說하시기는 했으나, 근본根本 뿌리는 우리의 ‘마음자리’ 를, 거기다 초점을 맞추고 설하신 것이여.

그러니 비록 오늘날 부처님께서 열반涅槃을 하신지 삼천년이 되았지마는, 오늘까지도 부처님께서 설하신 그 최상승법은 하나도 변함이 없이 우주 법계에 꽈악 차있다 그말이여.

경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뜬 해 달도 바로 그곳을 표현한 것이며, 흐르는 강물소리도 바로 그 면목을 설하고 있는 것이며, 꽃이 피고 잎이 지고 단풍이 지고 눈이 내리는 속에도 바로 그 최상승법은 그러헌 방법을 통해서도 부처님께서는 설하시고 계시다 그말이여.

정법正法을 믿지 않는사람, 정법이 무엇인가를 모르는 사람은, 해는 해고 달은 달이고, 물이 흐르면 흐르는 것이고, 바람 불면 바람부는 소리다. 그것을 보고서는 온갖 자기 나름대로 이런 생각도 하고 저런 생각 어릴적 생각도 하고, 시인은 시를 짓고, 낱낱이 자기 나름대로 덧붙여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허지마는, 참선 공부헌 사람은 바로 거기에 부처님이, 비로자나부처님의 모습이 그속에 들어있고,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이 바로 그 속에 있다는 것을 믿고서 그러헌 것을 눈으로 접하고 귀로 접할 때에 ‘이뭣고’를 허는 것이다 그말이여.

슬픈 일을 당해도 ‘이뭣고’ 기쁜일을 당해도 ‘이뭣고’, ‘이뭣고’ 한마디가 관세음보살 아미타불, 또는 옴마니반메훔 육백만번 부른 공덕이 있다 그말이여.

관세음보살 부른 것도 대단히 좋은 것이고, 아미타불을 부르는 것도 대단히 좋은 일이고, 옴마니반메훔을 부른 것도 대단히 좋은 일이고, <금강경>을 읽는 것도 대단히 좋은 일이고, 업장도 소멸되고 소원도 이루지마는, 그런 것을 육백만번 헌 만큼 좋은 것은 이뭣고 한마디다 그말이여. 그러니 모르면 몰랐지만, 알고서 안헌다면 그사람을 어찌 신도信徒라고 헐 것이며, 어찌 불자佛子라고 헐 것이냐 그말이여.

‘이뭣고’, ‘이뭣고’ ‘이뭣고’ 허다가, ‘지금 이뭣고 허는 이놈이 무엇인가?’ 이렇게도 되잡아서 한번씩 생각해보라 이거거든.

다 같이, ‘이뭣고?’, ‘이뭣고?’
여러분은 금방 앉아서 관세음 보살을 육백만번을 두 번 했으니까, 천 이백만번을 허신 겁니다. 여러분이 육백만번이나 천이백만번 헐라면 일년 내내 해야할 것입니다마는, 이뭣고 한번 허면 육백만번, 열 번 허면 육천만번, 이러니 이뭣고 공덕이 얼마나 장한가를 여러분들은 알 수가 있다 그말이여.

어떻게 해서 육백만번이냐? 나는 과거에 선지식들이 그런 말씀을 허셨는데, 내가 그 선지식善知識을 믿기 때문에 그 선지식의 말씀을 여러분에게 전해드린 것이다 그말이여.
그 선지식이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허실 리가 있느냐 그말이여.
부처님과 조사는 방편方便을 쓰실 지언정 거짓말을 허신 분들이 아니거든.


- 송담선사 법문 복전암 40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