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君、‘그대’와 더불어 】

2020. 2. 6. 10:19카테고리 없음

【 與君、‘그대’와 더불어 】

시비해리횡신입是非海裏橫身入하고
표호군중자재행豹虎群中自在行이니라.
막파시비내변아莫把是非來辨我하라.
평생천착불상관平生穿鑿不相關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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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동보우동행與君同步又同行하고
기좌상장세월장起坐相將歲月長이로구나.
갈음기손상대면渴飮飢飡常對面이라
불수회수갱사량不須回首更思量이니라.

 

여군동보우동행與君同步又同行이라.
그대와 더불어 함께 거닐고 또 함께 수행을 허며

기좌상장세월장起坐相將歲月長이다.
일어섰다 앉었다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을 같이 해 왔던가?

갈음기손상대면渴飮飢飡常對面,
목마르믄 물마시고 배고프면 밥먹고 아침 저녁으로 항상 얼굴을 맞대, 맞대면서, 맞대고 있으니,

불수회수갱사량不須回首更思量이다.
모름지기 머리를 돌이켜서 다시 사량허지 말지어다.

 

여기서 ‘그대와 더불어’라고 헌 그대를, ‘그대’는 과연 누구를 말한 것이냐?

우리가 부모로부터 태어나면서, 태어날 때 그 ‘그대’ 라고 허는 것을 우리는 같이 ‘그대’와 더불어 태어났고, 그 ‘그대’와 더불어 자랐고, ‘그대’와 더불어 젖을 먹고 밥을 먹으면서 자라고 배우고 그래 가지고 오늘날까지 연세가 많은 분은 팔십세 구십세, 육십세 칠십세, 삼십세 사십세 우리는 자기 나이에 상관 없이 우리 눈으로 그를 볼 수도 없고 손으로 잡을 수도 없지마는 우리와 더불어 오늘날까지 살아왔습니다.

그것이 금생에 태어나기 이전에 몇십생 몇 천생 몇 만생을 사람되았다...
육도를 윤회를 허면서 오늘날까지 같이 왔지만, 같이 그렇게 몇 억 만겁을 살아왔지만 우리는 그를 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같이 잠자고 같이 밥먹고 같이 일하고 같이 생활을 하면서 그를 우리는 모르고 사니, 정말 생각하면 슬프고 한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같이 살면서도 그것이 누군 중도 모르고, 그것을 찾을라고 하지도 않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 현재 육십 오억이란 인구 중에 몇 사람이, 몇 분의 일이나, 그걸 찾을라고 헌 생각을 가진 사람이 몇분이나 일이나 되겠습니까?

그걸 찾기 위해서 우리는 불법을 믿고, 법문을 듣고, 또 화두를 타고 수행을 허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무리 부모가 우리를 사랑하신다 해도 대신 깨닫게 해줄 수 없고, 부처님과 조사도 깨닫는 길은 가르쳐 주실 수 있지마는 대신 깨달라 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오늘 조실스님의 법문 끝에 화두에 대한 말씀을 허셨지마는, ‘이 뭣고?’
조실스님의 법문 가운데는 무자, ‘무자’ 화두를 일러주셨고, 또 ‘판치생모’에 대해서 언급을 허셨지마는, 순전히 몇 억겁을 우리와 같이 살아온 우리의 ‘진짜 나’라고 헐까 ‘나의 주인공’이라고 할까, 그것을 모르고서는 아무리 인물이 좋고 학식이 높고 훌륭한 온갖 기술을 가지고 있고 큰 장사의 힘을 가졌다 하도라도, 정말 참다운 인생이라고 헐 수가 없습니다.

내가 나를 모르고서 다른 것 많이 알아봤자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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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올라와서 읊은,
시비해리횡신입是非海裏橫身入,
옳고, 온 세상은 시비의 바닷 속입니다.
니가 옳고 내가 옳다, 니 당이 옳고 내 당이 옳고, 전부 니 나라 내 나라, 작게는 개인 개인, 형제간, 전부가 시비에 얽힌 시비의 바닷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데, 그 시비 바닷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

표호군중자재행豹虎群中自在行이다.
표범, 범과 호랑이가 우글대는 그 속에서 정신 못채리면 누구한테 맞아죽을른지도 모르고 누구땜에 해를 입을런지도 모릅니다.
설사 나는 나를, 남을 해롭게 할 마음이 없어도 다른 사람한테 언제 사업을 허거나 정치를 허거나 밤낮 모든 시비와 표범 속에서 자기를 지키지 아니허면 아니될 그런 세상인데,

그 속에서 몸을 비껴 가면서 뚫고 나가야 허고, 그런 속에서 그런 데에 휩쓸리거나 피해를 입지 않고 자재허게 행해야 하는 것인데, 그럴랴며는 정말 정법을 믿고 참선을 해야, 그 속에서 우리는 이 사바세계에서 참 나를 찾고 무량겁을 두고 윤회해 나가는 윤회의 그 속에서 해탈허는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시비 속에서 살면서 시비에 말려들어가지 아니헐 줄 아는 것이, 그것이 피헌다고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피해도 시비에, 시비가 귀로 들어오고 눈으로 들어오고 부딪히게 됩니다.

거기에서 우리가 살아나갈 길은, 심호흡을 허면서 속이 상할라고 하더라도 터억 숨을 들어 쉬어 들어마셨다가
내쉬면서 ‘이 뭣고?’
‘어째서’, 화, 무짜 화두를 헌 분은, ‘어째서 무라 했는고?’ 화두를 듦으로 해서 그 시비에 말려들어가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은 생을 정법을 믿고 활구참선으로 해서 자기를 다스려 나가고 시비 속에서 말려 들어가지 않고 왠수를 맞지 않고, 어떠헌 왠수를 만나더라도 왠수에 얽혀서 내가 그 왠수 손에 맞아 죽어도 안되는 거고, 안 죽기 위해서 상대방을 내가 뚜드러 패고 죽여도 안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정법을 믿고 활구참선을 험으로 해서 만이 가능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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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금생今生에 약불종사어若不從斯語허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하리라.
나무아미타불.

금생에 만약 이렇게 간곡히 여러분께 부탁을 드린 이말씀을 믿고 열심히 수행을 허지 아니하면, 후생에 한이 만단이나 될 것이다.

 

- 송담선사 법문 722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