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返覆元來是這漢- 通仰山老和尚疑嗣書]

2019. 7. 21. 11:04카테고리 없음

【通仰山老和尚疑嗣書】
앙산 노화상께 사법 의심함을 풀어 주는 글.


昔年敗闕。親曾剖露師前。今日重疑。不免從頭拈出。
某甲十五歲出家。十六為僧。十八習教。二十更衣。入
淨慈。立三年死限。學禪請益。斷橋和尚。令參箇生從
何來。死從何去。意分兩路。心不歸一。

지난 날의 허물을 제가 일찍이 스님 앞에서 자세하게 드러냈었는데 오늘 거듭 의심하시니 처음부터 드러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15세에 출가하여 16세에 중이 되었고 18세에 불경을 배워 20세에 옷을 바꿔 입고 정자사淨慈寺에 들어가 3년 동안 죽음을 한정하고 참선을 배우려 하여 단교 화상에게 물었더니 “태어날 적엔 어디서 왔으며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生從何來 死從何去)” 하는 화두를 참구하라 하셨지만, 생각이 두 갈래로 갈라져 마음이 한결같이 되지 않았습니다.


又不曾得他說做工夫處分曉。看看擔閣。一年有餘。每日只如箇迷路人相似。
那時因被三年限逼。正在煩惱中。忽見台州淨兄。說雪巖和尚當問你做工夫。何不去一轉。
於是欣然懷香。詣北磵塔頭請益。方問訊插香。被一頓
痛拳打出。即關却門。一路垂淚。回至僧堂。

또 그 스님께서 공부짓는 곳(做工夫處)을 말씀해주셨으나 분명히 깨닫지 못해서 그럭저럭 일 년이 넘도록 세월을 허송하여 매일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과 같았습니다.
그때에 3년의 기한이 임박하였으므로 바야흐로 번뇌 가운데에 있었는데 뜻밖에 태주 정형을 만나보니 말하기를, “설암 화상이 늘 그대의 공부에 대하여 물으시는데 왜 한번 가서 묻지 않느냐?” 하기에 기쁨에 넘쳐 당장 향을 가지고 북간탑北磵塔에 가서 법을 물으려고 향을 사르자마자 한 차례 주먹으로 쳐서 쫓아내고 곧 문을 닫아버리시매 눈물을 흘리면서 승당僧堂으로 돌아갔습니다.


次日粥罷。復上始得親近。即問巳前做處。某甲一一供吐。當下便得勦除日前所積之病。却令看箇無字。
從頭開發做工夫一遍。如暗得燈。如懸得救。自此方解用工處。

그 다음날 아침 공양을 마치고 다시 올라가 비로소 가까이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곧 그전의 공부하던 과정을 물으시기에 제가 낱낱이 말씀드리니 당장에 이전의 쌓이었던 병통을 없애주시고 조주의 무자無字 화두를 참구하라고 하셨습니다.
처음부터 시작하여 공부를 한번 하여 보니 마치 어둠에서 등불을 얻은 듯하였고 거꾸로 매달리는 고통에서 구제를 받은 듯하였습니다. 이로부터 비로소 공부짓는 곳을 알게되었습니다.


又令日日上來一轉。要見用工次第。如人行路。日日
要見工程。不可今日也恁麼。明日也恁麼。
每日纔見入來。便問今日工夫如何。因見說得有緒。後竟不問做處。一入門便問。阿誰與你拖者死屍來。聲未絕。便以痛拳打出。

또 말씀하시기를 “날마다 올라와 한 번씩 물으라. 공부하는 차례를 알아야 하는 것이 마치 길 가는 행인이 날마다의 노정을 알아야 하는 것과 같으니 오늘도 그럭저럭 내일도 그럭저럭해서는 안 된다.” 하셨습니다.
매일 들어 오는 것을 보자마자 곧 물으시기를 “오늘 공부는 어떠한고?” 하여 말하는 것이 단서가 있는 것을 보게 되면 그 뒤에는 공부하는 것은 묻지 않고 들어갈 때마다 문득 물으시기를 “누가 이 송장을 끌고 왔는고!(阿誰與你拖者死屍來)” 하시고 그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곧 주먹으로 냅다 때려 쫓아냈습니다.


每日但只恁麼問。恁麼打。正被逼拶。有些涯際。
值老和尚赴南明請。臨行囑云。我去入院了。
却令人來取你。後竟絕消息。即與常州澤兄。結伴同
往。至王家橋俗親處。整頓行裝。不期俗親。念某甲等
年幼。又不曾涉途。行李度牒。總被收却。時二月初。

매일 다못 그렇게만 물으시고 그렇게 때리시니, 그렇게 다그쳐 물음으로써 조금 진취가 있었습니다.
노화상老和尚께서 남명사南明請寺의 청請을 받고 떠나시면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가서 원院에 들어가면 사람을 시켜 너를 데려 오게 하겠다.” 하셨으나 그 뒤에 끝내 아무런 소식도 없기에 상주택형常州澤兄과 벗하여 같이 가려고 왕가교王家橋 부모님 계시는 곳에 이르러 행장을 정돈하려 하니 뜻밖에 부모님께서 저희들의 나이 어린 것을 염려하시고 또 먼길을 가보지 않았다 하여 행장과 도첩을 모두 빼앗으며 만류하니 때는 2월 초였습니다.


諸方掛搭皆不可討。不免挑包上徑山。二月半歸堂。
忽於次月十六夜。夢中忽憶斷橋和尚堂中所舉。萬法歸一。一歸何處話。自此疑情頓發。打成一片。直得東
西不辨。寢食俱忘。至第六日辰巳間。在廊下行。見眾
僧堂內出。不覺輥於隊中。至三塔閣上諷經。擡頭忽
覩五祖演和尚真贊。末後兩句云。
百年三萬六千朝。返覆元來是這漢。
日前被老和尚所問。拖死屍句子。
驀然打破。直得魂飛膽喪。絕後再甦。
何啻如放下百二十斤擔子。
乃是辛酉三月廿二。少林忌日也。其年恰廿四歲。

제방諸方에 방부들이는 것이 끝났으므로 모두 찾아갈 수 없게 되어 행장을 꾸려 가지고 경산徑山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어 2월 보름경에 선당에 돌아갔습니다.
어느덧 다음 달 16일 밤이었습니다.
꿈속에서 홀연히 단교화상이 방장실에서 일러 주신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니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고?(萬法歸一 一歸何處)” 하는 화두가 문득 생각 났습니다.
이로부터 의심이 몰록 일어나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되어서 동과 서를 잊었으며 잠자는 것도 밥먹는 것도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그러한 지 6 일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진시辰時에서 사시巳時 사이에 행랑 아래서 거닐다가 대중스님들이 승당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나도 몰래 대열에 섞여 삼탑각에 올라갔습니다.
경을 외우면서 머리를 들어 문득 오조 법연 화상의 진찬의 끝 두 글귀에 “백년 삼만 육천 일을 반복하는 것이 원래로 이놈이다.(百年三萬六千朝 返覆元來是這漢)” 한 것을 보자 전에 스님께서 다그쳐 물으시던 ‘송장 끌고 다니는 놈(拖死屍句子)’이라는 화두를 확연히 깨달으니 곧 혼이 나가고 담이 없어진 듯하고 죽었다가 다시 소생한 듯하였습니다.
어찌 120근의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것과 같을 뿐이었겠습니까?
그때가 바로 신유년辛酉年 3월 22일 달마 대사 기일이었고 제 나이 24세가 되었습니다.


滿三年限。便欲造南明求決。那堪逼夏。諸鄉人亦不容。直至解夏。方到南明。納一場敗闕。
室中雖則累蒙煅煉。明得公案。亦不受人瞞。及乎開口。心下又覺得渾了。於日用中尚不得自由。如欠人債相
似。正欲在彼終身侍奉。不料同行澤兄。有他山之行。
遽違座下。

3년의 기한을 채우고서 문득 남명사南明寺에 가서 스님께 인가를 구하려 하였으나 여름 결제가 임박하여 갈 수가 없었습니다.
여름철 해제를 하고 나서 비로소 남명사에 가서 스님께 한바탕 허물을 여쭈었습니다.
방장실에서 여러 가지로 단련 해주심을 받아 공안을 분명하게 밝혀내었고, 남에게 속임을 받지 않았으나 그러나 어쩐지 말할 적마다 마음속에 무엇인가 흐릿하여 일용日用중에 오히려 자유롭지 못한 것이 마치 남에게 빚을 진 것과 같았습니다.
정히 그곳에 있으면서 종신토록 시봉하고자 하였으나 생각지도 않게 동행한 택형과 다른 산으로 가게 되어 급히 자리에서 떠나게 되었다.


至乙丑年。老和尚在道場。作掛牌時。又得依附隨侍。
赴天寧中間。因被詰問。
日間浩浩時。還作得主麼。答云。作得主。
又問。睡夢中作得主麼。答云。作得主。
又問。正睡著時。無夢無想。無見無聞。主在甚麼處。
到者裏。直得無言可對。無理可伸。

을축년에 이르러 노화상께서 남명 도량에서 방부를 받을 때 또 의지하게 되어 스님을 따라 천녕으로 가는 도중에 스님께서 힐책하여 물으셨습니다.
“날마다 복잡浩浩할 때에도 주재가 되느냐?” 하시기에
“주재가 됩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또
“꿈 속에서도 주재가 되느냐?” 하시기에 역시
“주재가 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다시
“정히 잠이 푹 들어 꿈도 생각도 없고 보는 것도 없을 적에는 너의 주인공이 어느곳에 있느냐?”
하시거늘, 여기에 이르러서는 꽉 막혀 대답할 말이 없고 어떤 이론도 펴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和尚却囑云。從今日去。也不要你學佛學法。也不要你窮古窮今。伹只飢來喫飯。困來打眠。纔眠覺來。却抖擻精神。我者一覺。主人公畢竟在甚處安身立命。
雖信得及遵守此語。柰資質遲鈍。轉見難明。
遂有龍鬚之行。即自誓云。[扌+ 弃]一生做箇癡獃漢。定要見者一著子明白。

화상께서 곧바로 말씀하시되 “오늘부터는 네가 부처를 배우려고도 말고 법을 배우려고도 말며 옛것을 궁구하고 지금것을 궁구하지도 말라.
그저 배고프면 밥먹고 곤하거든 잠자고 잠이 막 깨거든 정신을 가다듬어 나의 한결같이 깨닫는 주인공(一覺主人公)이 필경 어느 곳에서 안신입명安身立命하는가? 를 생각하라.”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믿고 따르려고 하였지만 본바탕이 우둔하여 밝혀 내기가 점점 어렵기만 하니 어찌하리이까.
용수로 떠나려 하면서 곧 스스로 맹서하기를 “일생을 버리고 한낱 바보 천치가 될지언정 결정코 이 일착자를 아주 분명케 하고야 말겠다.” 라고 했습니다.


經及五年。一日寓庵宿。睡覺正疑此事。忽同宿道友推枕
子墮地作聲。驀然打破疑團。如在網羅中跳出。
追憶日前所疑。佛祖誵訛公案。古今差別因緣。恰如泗州
見大聖。遠客還故鄉。元來只是舊時人。不改舊時行
履處。
自此安邦定國。天下太平。一念無為。十方坐斷。
如上所供。並是詣實。伏望尊慈。特垂詳覽。

5년이 지난 다음이었습니다. 하루는 어떤 암자에서 쉬고 있는 가운데 자다가 잠이 깨어 이 일(此事)을 의심하고 있었는데, 문득 같이 자던 도반이 목침을 밀어 땅에 떨어뜨리는 소리에 활연히 의심 덩어리(疑團)를 타파하고 나니 마치 그물 속에 갇혔다가 뛰어 나옴과 같았습니다.
그전에 의심했던 부처님과 조사들의 가지가지 공안과 옛과 이제의 차별법문들을 생각해보니, 마치 사주泗州에서 큰 성인을 뵈온 듯하고 멀리 떠났던 길손이 고향에 돌아온 듯하여 원래 옛적 그 사람이고 옛날 행리처를 바꾼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로부터 나라가 안정되고 천하가 태평해져서 한 생각도 함이 없게 되어 시방세계를 앉은 자리에서 끊었습니다.
위와 같이 말씀드린 것은 모두 사실대로입니다.
존귀하시고 자비하신 화상께 엎드려 바라옵나니, 부디 상세하게 보아주시옵소서.


- 고봉화상高峰和尙 <선요禪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