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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平凡】

이 뭣고? 2018. 11. 22. 19:10

【평범平凡】

風雨黃葉落
亂枝霜雪寒
秋天暮不覺
靑山白雲外


풍우황엽락風雨黃葉落헌디,
바람이 불고 비가 온 뒤에 누런 이파리가 떨어지는데,

난지상설한亂枝霜雪寒이로구나.
이리저리 얽혀서 어지러운 가지에는 서리와 눈이 차웁더라.

추천모불각秋天暮不覺헌디 청산백운외靑山白雲外여.
가을 하늘은 모르는 결에 저물어가는데,

(靑山白雲外)
청산은 백운 밖에 있구나.

———

아름다운 우리나라 금수강산이 한참 단풍이 불타듯 아름답던 때가 엊그젠데 어느덧 소설 대설이 닥쳤습니다.
아름답던 단풍은 다 지고 앙상한 가지만 찬 바람 속에 울부짖고 있는 때가 돌아왔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평생을 이 강산에 살면서 그러헌 상황을 보고 지내지만, 모르는 사람은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이 오면 단풍이 지고 겨울이 오며는 눈이 내리고 다못 으레히 계절 따라서 그러헌 것으로 알고 봄에 등산 가고 가을에도 단풍놀이 가고 그저 그러헌 정도로 지나치고 말게 됩니다.

그러나 이 평범한, 계절 따라서 산천에 모든 경계가 변화한 그 아무렇지도 않는 평범한 그런 상황이, 우리가 몽매지간에도 잊지 못하고 그 도리를 알기 위해서 목숨 바쳐서 도를 닦고있는 그사람에게 있어서 조끔도 숨김없이 여지없이 그 도리를 자연이 설파하고 있는 사실을 누가 알겠습니까.

- 송담선사 법문 251번.


———————


춘래의구초자청春來依舊草自靑허고
추지임타황엽락秋至任他黃葉落이로구나.
내년갱유신조재來年更有新條在허니
뇌란춘풍졸미휴惱亂春風卒未休로구나.

춘래의구초자청春來依舊草自靑,
봄이 오면 예나 다름없이 풀이 스스로 푸르르고, 봄이오면 새싹이 돋아나서 파릇 파릇허니 그러고,

추지임타황엽락秋至任他黃葉落이라.
가을이 이르면 저절로 단풍이 져서 노란 이파리가 땅에 떨어져.
봄이오면 푸른 잎이, 푸른 풀이 돋아나고, 가을이 오면 단풍이져서 잎이 땅에 떨어지고, 너무나 평범한 말이고 자연 현상에 지내지 못한대 왜 그것을 하필 법상에 올라와서 그 게송을 읊었을까.

아침이되면 해가 동쪽에서 뜨고 오후는, 저녁이 돌아오면 그 해는 서산으로 지고, 하나도 이상할 것도 없고 너무나 평범하고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어째서 그것을 법상에 올라와서 게송을 읊었을까.

평범한 자연현상에 지내지 못하지만 이것이 바로 말로써 설할 수 없는 가장 미묘하고 깊은 진리를 조끔도 숨김이 없이 남음없이 표현허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청정법신 비로자나불께서, 비로자나 부처님께서 말없이, 말없이 설하신 최고의 법문인 것입니다.

아무리 어리석은 중생이라 하더라도 봄이오며는 푸른 풀이 돋아나고 가을이 오면 단풍이 진다고 허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눈으로 보면 알 것이고 생각해보면 알 것입니다.

일자 무식한 사람도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봄이 오면 푸른 풀이 돋아나고 가을이 오면 노란 이파리가 떨어지는 그 속에서 위 없는 진리를 말로써 설할 수 없는 최고의 진리 법인줄을 바로 볼 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진리는 어떠한 특정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다 태어날 때 부터서 제절러 갖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제절로 갖추어져 있는 그 진리를 깨닫지를 못하고 그것을 자유자재로 쓰지를 못해서 그렇지 다 갖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

- 송담선사 법문 복전암 6번.


(내년갱유신조재來年更有新條在허니
뇌란춘풍졸미휴惱亂春風卒未休로구나.)
내년에 또 새 가지 돋아나 있을지라도,
귀찮게 뒤흔드는 봄바람에 마침내 쉬지 못하리.


———————



*向上一路、千聖不傳。雖然如此、姑且指個去踞。
曰、最初的是最末的、最淺的就是最高深的、諸惡莫作、衆善奉行。
위로 향하는 한 길은 어떤 성인도 전하지 않는다.
비록 이와 같다 하더라도 잠시 가는 길을 가르쳐 준다.
말하되,
‘최초의 것이 최후의 것이며, 가장 얕은 것이 최고 깊은 것이니, 모든 악을 행하지 말고 온갖 선을 받들어 행하라.’

- 영운법어靈雲法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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