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뜬 놈, 눈 감은 놈】
【그대로 없는 것인디, 왜 그대로 있나!】
수시장생사이자須是將生死二字다.
모름지기 죽고 사는 생사이자生死二字를 가져라. 내가 살아왔다마는 이 몸을 받았다마는 죽을 일이 큰일이다. 다 생각해 보아. 그 놈의 죽을, 죽을 일이 닥쳐오는디 언젠가? 젊었다고 안 죽나? 아! 죽음이 그 놈이 젊은 사람이니께 너는 오래 살어라. 그것 있는가 그것이?
나 원 젊은 거 인자 나온 거 그런거 더 쉽게 죽드구만. 노인 잘 안 죽어.
수행을 막대빈모반修行莫待鬢毛斑하라.
고(호)리신분개소년蒿裡新墳皆少年이니라.
수행修行 막대빈모반莫待鬢毛斑, 빈모반鬢毛斑이다.늙기를 더군다나 기대리냐? 머리털 허예서 늙기를 기대리냐?
늙어서 도道 닦겄다고?
‘아이고! 나는 인자 금년今年까장, 내년來年까장만 하고 내년來年까장만 하면 내 작은 놈 그 놈 장가들이고, 또 손자 그 놈 여우고 그럼 다 된께 그 때 가 참선혀.’
아이고! 참 어리석다. 얼마나 어리석은 소린가? 그러면 뭐 내년來年까장 허다가 그 동안에 목숨, 그 동안에 낸장 곧 잠깐 동안에 수유須臾 동안에 그만 ‘아이고!’허다가 뒤질 줄 모르고 고까장 ‘언제 허겠다’ 요러고 앉었어?
아이고! 어리석다 중생衆生이 이렇게 어리석어.
망후望後헌 법이 없다. 어리석은 사람이 ‘그 뒤에 언제 언제’ 허지, 참말로 지혜 있는 사람은 그런 법이 없어.
금생今生에, 금생사今生事를 금생今生에 해야지,‘내생來生에나 허겄다’,
‘나는, 나는 금생에는 못 헐 거고 내생에나 해야겠다.’
내생에 넨장칠 뭐 무간지옥에 들어 가 지옥고 받음서 혀? 아이고! 참 좋다. 그 놈의 소리.
미루지 말어라. 미룰 수가 없다.
참 아닌 게 아니다.
생사이자生死二字, 참 그 놈 죽고 사는 이 놈 큰일이다.
왜 요따우 것이 있어 가지고는 본래 없는 것인디, 어디가 있어 그 놈이.
본래本來, 본래 어디 생사生死가 있나?
그대로 없는 것인디, 왜 그대로 있나!
———
【눈 뜬 놈이 떠 보면 세계가 훤허니 광명천지인디,
눈 감은 놈이 껌껌허네.】
척! 눈 뜬 놈이 떠 보면 세계가 훤-허니 광명천지光明天地인디 눈 감은 놈이 껌-껌허네, 같이.
깨달아 버리면 천하天下에 훤한 광명光明덩어리 뿐이요, 그 가운데에 뭐 뭔 조용동시照用同時뿐이요, 해탈, 그만 생사 없는 해탈세계解脫世界뿐인디,
아! 이놈의 눈을, 눈을 감아 놓으니 깜깜헌디, 그 깜깜했으면 그 뿐이련만 어째 깜깜허기 따문에 한 걸음만 내디뎌도 모두 걸리고 한 걸음만 잘 못 디뎌도 구렁탱이고 쳐백히면 그만 그 놈의 디가 그만 어는 놈의 똥 똥독 똥독인지 오줌 단지인지, 아! 그 놈의 디가 무슨 독사가 있는지 구렝이 구렝이가 있는지 알 수 없네.
미迷해서 껌껌해서 알 수 없는 놈은 어두운 밤중에 길가는 것 같애서 그 놈의 가는 놈의 세계에 걸음 걸음이 어느 놈의 악취惡趣에 가 빠질란지 참 알 수 없네 이거.
아! 이런 미迷 왈曰 이렇다 그 말이여.
깨닫지 못허고 미迷해서 그대로 있거늘, 천 가지 죄업罪業 만 가지 응 악惡 세계가 그 대로 앞에 있네. 깨닫지 못했기 따문에.
깨달은 분상에야 모두 무애無碍인디 뭐 걸리는 놈도 그 놈도 그만 보리대도菩提大道요, 중생의 그만 그 환화衆生幻化도 개시묘법皆是妙法이요, 뭐 창자를 뀌어도 고 놈이 묘법妙法이요, 모가지를 썰어도 그 놈이 제일구第一句요. 아! 이것 없는 것 아니다. 있기야 있다. 다 그대로 갖춰 있는디 뭐.
무간지옥 들어가서 “아이고! 대고大苦!” 허고 날마다 운다. 누가 울어? 부처님 비방한 조달調達이가.
그저 부처님을 그냥 처음 저 일지一地에서 부텀 이지二地 삼지三地로 십지十地까장 도 닦는디 꼭 같이 났네.
같이 나와 가지고는 부처님은 그 정법正法을 그렇게 믿어가지고 항상 도만 닦아 나가시는데, 아! 이놈의 조달이는 그저 부처님 도 닦는 놈만 미와서 기어니 꼬집아 빠개 없애뻐릴라고 그저 갖은 도만 닦을라 하면 못닦게 그 마구니 노릇을 허는디 그 얼매나.
똑 나와도 똑 형제간兄弟間으로 나와.
형제간兄弟間으로 이렇게 나와 가지고는 그 그만 부처님을 도 못닦게 하고 도 못닦게 하고 나중에는 심지어 눈깔을 다 비벼 파 뻐리고 그 참!
그래 십생十生을 떡 부처님은 그 가운데 도를 닦았네.
그렇게 마구니 노릇허고 도를 못 닦게 헌 거기에서 발심發心은 점점 증대돼아 더 커져.
못닦게 헐 수록에 도심道心이 더 나고, ‘아이고! 어서 닦어야겄다.’ 눈깔을 파 가지고 바다에 넣어 버릴수록에 눈깔을 잃어버려 가지고도 거그서 더.
그 ‘이렇게 험악헌 놈의 세상에서 내가 도를 닦지 못하고 도를 성취허지 못허면 이러한 일이 겁겁생생劫劫生生에 뿐일 턴디 내가 어떻게 안 닦을 수가 있나?’ 허고 더 발심發心허고 더 닦을라고 허고, 그 원수 갚을라는 마음은 요만큼도 없고 점점 도심만 더 증발增發하고 더 증발하고.
아 그러니깐 그 생 그 생을 여의고 또 가서 좋은 복취福趣에 나 가지고 받아 나오면 또 그렇게 따라와 가지고 또 못닦게 하고 십생十生을 그랬네.
십생만에는 부처님은 성불成佛을 해 버렸으니.
툭! 다 깨달아 가지고는 또 보림保任 다... 그깥 한 생 깨달으면 그만인가? 도를 그만 금생今生에 이 몸 가지고 턱 깨 버리면 고만인가? 너무 그렇게 용이심容易心을 두지 말어. 거기도 용이심 두는 법이 아녀.
척! 깨달랐다. 깨달아 놓은 뒤에도 또 한참 오후지사悟後之事가 있다. 오후悟後의 사事가 있어. 깨달은 뒤에 일이 있어. 참 커.
- 조실스님 법문 627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