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우물속에 눈을 퍼 넣듯 하라.]
만약 참선叅禪을 해서 빠른 시일 내에 결정코 견성성불見性成佛을 하고자 할진 대는,
- 오늘 해제를 허고서 걸망을 지고 어디를 가시건 간에 가시는 발걸음 한걸음 한걸음 걷는 것이 그게 바로 선방禪房입니다.
결제동안에는 죽비를 치고 정진을 허고 해제허면 여그저그 걸망을 지고 다니니까 참선을 등한히 해도 되냐하면 그게 아닙니다.
참으로 살아있는 공부, 왕래하고 여러가지 복잡한 생활 속에서 가다듬고 정진하는 그 참선이야말로 힘이있고 살아있는 공부라 할것입니다.-
공부를 헐진 대는 어떻게 해야하느냐하면,
마치 저 깊은 우물 속에다가 눈을 져다가 자꾸 부어가지고 그 우물을 메울랴고 허듯 해라.
우물에다가 눈을 한 짐 져다가 붓고 또 한 짐 져다가 붓고 수십 짐을 저다 부어도, 물에 들어가면 눈이 녹아 버리고 녹아버리고 해가지고 암만 수 백 짐을 져다 부어도 우물이 차오르지를 않는다 그 말이여.
눈을 긁어서 뭉쳐서 져다가 붓고 또 져다가 붓고 그러기를 몇 백 짐을 허는데 그러다보니 땀이 나고 그렇지만 춥고 더웁고 허는 것도 상관없이 계속해서 져다 부어.
하루 종일 져다 붓고 해가저도 져다 붓고 밤새도록 밤잠을 안자고 져다 붓고, 동쪽에서 지어다 붓고 서쪽에서도 져다 붓고 그저 이리 져다 붓고 저리 져다 붓고 속이 상해도 져다 붓고 기분이 좋아도 져다 붓고 그저 배가 불러도 져다 붓고 배가 고파도 져다 붓고, 이래 해가지고 일 년이 넘어가고 이태가 넘어가고 백세 천세가 되어가지고 몸을 바꽈가면서 져다 부어.
마지막 까지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단 한 시간도 등한이 지낸 일이 없이 자나 깨나 그저 눈을 어쨌든지 많이 져다가 부어서 기어코 그 우물을 갖다가 눈으로서 가뜩 메울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져다 부으면, 붓다가 보면,
어느 땐가는 그 눈이, 자기가 눈을 퍼다 붓는다고 허는 생각도 없고 우물 속에 눈이 올라왔나 안 올라왔나 하는 것에도 그런 생각도 없고, 이제 지쳤다고 허는 생각도 없고, 그만 헐려는 생각도 없고 그저 인제 완전히 거의 아주 열중을 하다하다 못해가지고 무심無心에 들어가 버린다 그 말이여.
쪼끔 몇 짐 져다 붓고 ‘인제 좀 찼나?’ 또 들여다보고, 쪼끔 져다 붓고 ‘인자는 쪼끔 더 올라왔나’이런 것이 아니라 나중에는 올라오고 안 오고가 문제가 없어.
그저 죽을 똥 살 똥 눈이 무겁고 가벼운 것도 따지지 말고 차고 안 찬 것도 따지지 말고 계속 저다 붓는다 그 말이여.
이러헌 정도에 열성을 가지고 참선을 해야만 된다 그 말이여.
- 겨우 첫 철에 와서 남 흉내좀 내고 앉어서 해보면 처음에는 망상이 냅대 일어나더니 나중에 망상이 쪼끔 잠잠허니까 그 또 잠이 퍼오고 잠이 좀 깰만하면 망상이 일어나고, 그렇게 쪼끔 해보고서 ‘아이고 암만 참선을 해도 안됩니다. 저는 인연이 없는갑습니다. 옛날에 관세음보살, 아미타불 부를 때는 잠도 잘 안오고 참 좋더니, 참선이 좋다고해서 해 보니까 맨 잠만 퍼오고 망상만 더 일어나고 아무 재미가 없습니다’ 이러거든?
그렇게 한철 두철, 그나마도 위법망구爲法忘軀적으로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에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되아서 순일무잡純一無雜하게 한두철 해보고서 그렇게 안된다고 피렴심, 피렴심疲厭心을 내고 자기는 인연이 없느니 근기가 약하느니 이래가지고 스스로 자포자기自暴自棄를 헐 마음을 낸다면 어떻게 그런 사람이 도업道業을 성취할 수가 있겠느냐 그말이여.-
그 깊은 우물에다가 눈 몇 짐 퍼다 붓고서 눈이 차오르지 않는다고.
그 허부러 헌 눈 퍼다 부어봤자 물에 닿자마자 금방 녹아버리고 녹아 버리고 허니 그것이 무슨 놈의 차오를 것이냐 그 말이여.
깊은 우물에 눈 퍼다 붓듯이
해가 넘고 백천만겁이 지내도
차고 안차고 헌것도 따지지 말고
계속 퍼다 부을 만한 그러한 끈기를 가지고 해 나간다면 어찌 안 될 것이냐 그 말이여.
마침내는 그 지어다 붓는 놈이나 우물이나 눈이나가 전부가 다 하나가 되어서 홀연히 어떠한 개제를 만나며는 툭 터져 가지고 결국은 확철대오를 허게 되는 것이다 그 말이여.
이 공부는 자기가 자기를 찾아서 자기를 깨닫는 법이기 때문에 ‘어떠헌 방법으로 어떻게 하느냐’ 그것이 문제지 기어코 되고야만 만다고 하는 것을 확신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을 비롯한 역대 조사가 다 보증을 서셨고 다 맹세를 하셨습니다.
기어코 되는 것이라고 보증을 허셨습니다.
내 자신이, 내가 나를 찾는 것인데 그것이 안 될 리가 없는 것입니다.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물건은 손만 집어넣으면 거기에 있는 것이고, 항아리 속에 자라를 넣어놓은 거와 같애서 그 자라란 놈이 아무리 뻐리적 거려보았자 밤에 가 봐도 그 항아리 속에 들어가 있고 낮에 가 봐도 그 항아리 속에 들어있듯이 내게 있는 것을 나를 찾는 것입니다.
오히려 찾지 아니할려고, 보지 아니할려고 허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일지언정 찾을려고 하면 바로 언제나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 송담선사 법문 24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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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示眾】
若論剋期取證。如人擔雪填井。
不憚寒暑。不分晝夜。橫也擔豎也擔。是也擔非也擔。擔來擔去。縱使經年越歲。以至萬劫千生。於其中間。信得及。踏得穩。把得定。作得主。曾無一念厭離心。曾無一念懈怠心。曾無一念狐疑心。曾無一念求滿心。
果能有恁麼時節。果能具恁麼氣槩。到者裏。管取人法雙忘。心識俱泯。形如槁木朽株。志若嬰兒赤子。驀然擔子卒地斷嚗地折。
- [高峰原妙禪師禪要]
【대중에게 보인다】
만약 기한 내에 증득하여 이루고자 할진대는, 사람이 눈을 져다 부어서 우물을 메우려고 하듯 해야한다.
춥고 더움도 꺼리지 않고 낮과 밤을 가리지도 않으며, 가로로도 져다 붇고 세로로도 져다 부으며,
옳음에도 지어붓고 그름에도 지어부으며,
부어 오고 부어 가매 설사 해가 가고 일 평생이 지나가며, 만겁萬劫 천생千生에 이르기까지라도 지어부으면,
그 가운데에 신信을 얻어 이르고 편안함을 얻어 밟으며 정定함을 잡아 얻고 주인됨을 지어 얻으니,
일찌기 한 생각도 싫어하여 여읠려는 마음이 없으며, 일찌기 한 생각도 게으른 마음이 없으며,
일찌기 한 생각도 여우같이 의심하는 마음이 없고, 일찌기 한 생각도 다 차기를 구하는 마음이 없다.
만약 이러한 시절時節이 있을 수만 있으며,
만약 이러한 기개氣槩를 갖출수만 있다면,
이 속에 이르러서는 반드시 사람과 법을 쌍으로 잊어서 심心과 식識이 함께 망忘해버릴 것이다.
형상은 마른 나무와 썩은 그루터기 같으며 뜻은 어린 아이나 갓난아기 같아서 갑자기 져다 붓는 것이 졸지단폭지절卒地斷嚗地折하리라.
- [고봉원묘선사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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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반巖盤 밑의 우물 물】
화두는 문헌상에 오른 화두가 1700공안 이라하고 그런데, 문헌에 오르지 않은 화두는 수없이 많은 것이고 그런데, 자기가 책에서 보듣지 자기 나름대로 화두를 정해 갖고 하나를, 한 문제를 갖다가 참고 하고 그런 분도 있습니다마는, 그러기보다는 자기가 믿는 선지식한테 화두를 정식으로 딱! 타가지고 그 화두를 잘되건 안되건 그 화두 하나만을 가지고 해나가야 하는데, 잘 안된다고 화두를 자꾸 바꾸고 여그 이 스님한테 탔는데 안되니까 저 스님한테가서 또 타고 그것도 잘 안되니까 저 다른 스님한테 타고해서 화두를 2개 3개 해가고 하는데, 화두를 바꿔, 바꿔 가지고 해보니까 그전에 들었던 화두가 들린다 그말이여. 그러니 차라리 이제는 그 전에 것을 허리라 해가지고 두 서너 개를 가지고 양 손에 뭐 떡을 들고 이놈도 한번 비어먹고 저너도 한번 비어먹고 허듯이 화두를 두서너개를 가지고 이놈도 조금 가지고 해보다 저놈갖고 해보다 이래가지고서는 참 그 공부는 잘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우물을 파는데 쪼끔 파보다가 안되니까 저 가서 또 끌쩍 끌쩍. 거그도 한 몇자 파보다 안되니까 저가서 긁적 긁적, 몇 구뎅이를 파고 돌아 댕이는 것처럼, 그 사람은 좋은 우물을 파기가, 파는것 틀린것입니다.
한질파서 안되면 두질, 두질 파서 안되면 석질, 석질파서 안되면 다섯질, 다섯질 파서 안되면 열질 스무질해서 바위가 나올, 암반巖盤이 나올때 까지 파들어 가서, 그 암반巖盤을 뚫음으로해서 암반巖盤 밑에서 장마철이나 가뭄에 상관 없이 한결같이 일년 내 나오는 그런 좋은 우물을, 물을 먹게 되는 것입니다.
금방 깔짝깔짝 해가지고 나온 우물은, 그것은 건수乾水라 해가지고 암 짝에도 못쓰는것입니다.
장마철에는 막 풍풍풍 솟으다가 쪼끔 비가 안오면은 말라버리는 그런 우물은 좋은 우물이라 헐수가 없어요.
처음부터서 화두가 잘 될 수가 없는 것이고, 처음에는 안되지마는 안 될 수록에 그 화두를 가지고 참- 공력을 들여서 되도록, 자 그래서 이 법문을 꼭 들어야 하고 가끔가끔 법문을 들어야만 이 공부를 올바르게 헐수가 있는것입니다.
- 송담선사 법문 435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