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의 노래孤兒行]
[고아의 노래孤兒行]
고아가 걸음 머뭇거리며
고개 숙인 채 숨을 죽이고
감히 소리도 내지 못하네.
숙부는 대청 위에 앉아 있고
숙모는 험악한 얼굴, 서슬 퍼렇다네.
숙부는 죽은 형님 생각치 않고
숙모는 죽은 동서상관치 않는구나.
기억하지 못하네. 야윈형수위독할 때
베개머리에서 머리 조아리며
어린 고아 부탁하던 일.
서 있던 고아 불러 무릎 꿇게 하고
침상 앞에 엎드려 절 시키던 일을.
눈물 훔치며 '예예' 하면서
고아 잘 보살피겠다고 대답한 일들을.
응석동이는 대청 위에 앉아 있고
고아는 대청 밑을 바삐 달리네.
응석동이는 쌀밥에 고기반찬 먹는데
고아는 조심조심 음식 그릇을 나르며
혹시 넘어져 욕먹고 매맞을세라 두려워하네.
아침이면 나가서 물을 긷고
저녁이면 꼴 베어 말을 먹이네.
꼴베다 손가락을 베어서
피가 철철 흘러도
고아는 감히 아프단 말 못하네.
숙부는 돌보기는커녕
그저 죽은 형과 형수에게
이런 무능한 놈 낳았다고 욕을 해대네.
응석동이는 자줏빛 갖옷을 입었는데
고아는 마냥 헤진 옷만 입는다네.
응석동이 말 타고 나가는데
고아는 문짝에 기대어 서서
고개 들어 멍하니 바라보다가
눈물을 감추고 돌아오네.
낮에는 부엌에서 밥을 먹고
밤에는 땔나무 헛간에 눕네.
쌀쌀맞고 사나운 종들은
먹다버린 뼈다귀 던져
고아더러 주워 먹게 하더니
먹다 남긴 국물이나 넘겨주네.
다 먹고 나면 설거지 시키고
종들은 나무 아래 바람 쏘이네.
늙은 종 도리 없어 눈물만 마구 쏟으며
노복들이 분수 모르고 살만 붙어가지고
감히 어린 주인을 능멸하면서
천한 몸 높은 체 한다고 욕을 해대네.
숙부와 숙모도 그 소리 듣고 알건마는
방문 걸어 닫고 소리 소리 없이 앉아
숨도 쉬지 않은 채
한사코 불쌍한 저 고아 돌보지 않네.
늙은 종 종이명전 챙겨서
고아의 부모 찾아가 통곡하며
무덤가 나무에 머리를 찧고
무덤에 눈물만 뚝뚝 흘리네.
막 태어나 핏덩이였을 적에는
비단 포대기에 곱게 싸였었으나
지금은 온갖 고통에 들볶이다니.
쓸쓸히 무덤가 나무는
석양빛에 누렇게 야위었고
서풍에 밤비마저 내리누나.
- [정판교집] 시초詩鈔
* 조실스님의 어린시절과 많이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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孤兒躑躅行,
低頭屏息,
不敢揚聲:
阿叔坐堂上,
叔母臉厲秋錚錚
阿叔不念兄,
叔母不念嫂.
不記瘦嫂病危篤,
枕上叩頭,
孤兒幼小;
立喚孤兒跪,
床前拜倒.
拭淚諾諾,
孤兒是保
嬌兒坐堂上,
孤兒走堂下;
嬌兒食粱肉,
持孤兒兢兢捧盤盂,
恐傾跌, 受笞罵.
朝出汲水,
暮莝芻養馬.
莝芻傷指,
血流瀉瀉.
孤兒不敢言痛,
阿叔不顧視
但詈死去兄嫂,
生此無能者.
嬌兒著紫裘,
孤兒著破衣;
嬌兒騎馬出,
孤兒倚門扇․
舉頭望望,
掩淚來歸.
晝食廚下,
夜臥薪草房.
豪奴麗僕,
食餘棄骨,
孤兒拾齧
竝遺賸羹湯.
食罷濯盤浴釜,
諸奴樹下臥涼.
老僕不分涕泣,
罵諸奴骨輕肉重,
乃敢凌幼主,
高賤軀
阿叔阿姆聞知,
閉房悄坐,
氣不得蘇,
終然不念煢煢孤
奴僕攜紙錢,
出哭孤兒父母,
頭觸墳樹,
淚滴墳土.
當初一塊肉,
羅綺包裹
今日受煎苦.
墓樹蕭蕭,
夕陽黃瘦,
西風夜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