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서산대사西山大師가 유정惟政에게 보임]

이 뭣고? 2023. 4. 19. 18:01


千里之驥、豈假鞭影、曠野春風、想必如流、然古人云、見道易而守道難也、師居常勉護毗尼法、勿相違解行、勿說他人過、勿議朝廷事、勿看外書、勿視邪色、勿聽甘言也、衾枕之所畏、况外人乎、勿近謟笑也、 塵人之所病、况道人乎、勿以聰慧貢我、勿以文字慢人、至道無人也、眞理無我也、須須常守己事、常省己過、以質直爲體、以慈忍爲用、以青山白雲爲栖息處、以水月松風爲知心友也則、庶幾乎道人也。

- 淸虛堂集



천리를 달리는 기마(驥馬)가 어찌 채찍의 그림자를 기다리며、광야(曠野)의 봄바람은 생각하면 반드시 흐르는 물과 같을 것이다.

그런데 옛사람은 말하기를 「도(道)를 보기는 쉬우나 도(道)를 지키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그대는 항상 비니법(毗尼法)을 힘써 지켜 해(解)와 행(行)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고、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며、조정(朝廷)의 일을 이야기하지 말며、외서(外書)를 보지 말며, 삿된 색(色)을 보지 말며、달콤한 말을 듣지 말아라. 이불과 베개가 있는 곳도 두려워해야 할 것이어늘、하물며 바깥 사람이 있는 곳이겠는가. 아첨하는 웃음을 가까이 하지 말라。 속인(俗人)도 꺼려 하거늘 하물며 도인이야 그래서 되겠는가.

총명(聰明)과 지혜로 나를 높이 말고, 문자(文字)를 가려 남을 업신여기지 말라。지극한 도(道)에는 남(人)이 없고、참된 이치에는 나(我)가 없느니라.

부디 항상 나의 본분(本分)을 지키고、항상 나의 허물을 살피되 질박함과 곧음(質直)으로 체(體)를 삼고 자비와 인내로 용(用)을 삼으며, 푸른 산(青山) 흰 구름(白雲)으로 깃들어 쉴 곳[栖息處]을 삼고, 물 달(水月)과 솔 바람(松風)으로 마음을 아는 벗[知心友]을 삼아라.”

그러면 거의 도인(道人)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