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어머니는 해 지는 문에 기대어 있도다]
이 뭣고?
2023. 1. 8. 16:52
○ 多年을 枉作風塵客호니, 去日衣衫이 半不存하도다. 咫尺故園에 歸未得하니 慈親이 空倚日斜門하얏다.
여러 해를 굽히며 풍진객風塵客이 되니, 떠나던 날의 옷이 절반도 남아 있지 아니하도다.
지척咫尺인 옛 정원에 돌아감을 얻지 못하니, 자애로운 어머니가 해 비스듬히 넘어가는 문門에 속절없이 기대어 있도다.
【‘가던 날’이라 함은, 집을 여의고 가는 것이라. ‘의삼衣杉’은 옛에 이르되, 자애로운 어머니가 손으로 짜서 엮던 노니는 아들의 몸 위에 옷이로다. 갈 적에 빽빽이 함은 ‘더디게 오지 않을까 여기다' 함이니, 이 본래本來의 옷이며 어미가 낳은 베적삼이라. ‘반半도 남아 있지 아니하다’ 함은, 타향他鄕에 떠돌아다니 다니며 오랫동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새, 본래本來의 옷이 다 해어진 것이라. ‘지척咫尺인 정원’이라 함은, ‘발아래가 이 고향집이라’ 한 것이라. 넷째 구句는 그 아들이 돌아오지 아니하니 자친慈親이(어머니가) 속절없이 문門에 기대어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
- [남명천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