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있는 것을 지가 찾는 것이라】
바른 방법으로 그리고 열심히 공부를 허면, 제게 있는 것을 지가 찾는 것이라 안 깨닫고 못 베겨. 바닷 속에 들어가서 보물을 찾는다든지, 산중에 산을 파고 들어가가지고 무슨 금을 캔다든지 허는 것은 그것은 꼭 있는다고 보장헐 수가 없지만은, 부르면 대답 헐 줄 알고, 욕하면 썽낼 줄 알고, 배고프면 밥 먹을 줄 알고, 눈을 통해서 모든 것을 볼 줄 알고, 귀를 통해서 모든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아, 이 소소영영(昭昭靈靈)한 놈. 눈으로 볼 수는 없어. 아무리 알려고 해고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소소영영헌 놈이 있거던. 그 놈을 찾는 것이여. ‘이뭣고?’ 뭣을 볼 때 ‘이뭣고?’ 귀로 무슨 소리를 들을 때 ‘이뭣고?’ 속이 상할 때 ‘이뭣고?’ 슬플 때 ‘이뭣고?’ 외로울 때 ‘이뭣고?’ 이 몸띵이 끌고 다니는 이 소소영영한 이놈. ‘지끔 「이뭣고?」 허고 있는 이놈이 뭣고?’ 이렇게 다구쳐 들어가.
처음에는 보다가 그놈이 ‘이뭣고?’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가 들리고 그놈 듣다가 팔리고, 무엇이 눈에 딱 들어오면 그놈 때문에 망각하고, 앉어서 허다가 ‘이?’ 했는데 일어서다가 놓쳐버리고. 그러나 자꾸 놓친다고 성화대지 말고 놓친 줄 알면 ‘이뭣고?’ 챙기면 고만이여. 자꾸 망상이 일어나서 못헌다고 허지말고 망상이 일어난 줄 알면 즉각(即刻) 그 망상(妄想)을 버릴랴고 할 필요도 없이 고대로 놔둔 채 ‘이뭣고?’ 이렇게 허는 거여. 처음에는 잊어버리고 놓칠 때가 많지만은 자꾸 챙기고 또 챙기고 허다보면 나중에는 챙길랴고 안해도 제절로 챙겨진 때가 반드시 온다 그 말이여. 돼지나 닭이나 소나, 그놈을 길들일 때 처음에는 잘 길들이지 않고 자꾸 도망갈라고 하고 그러지만, 몇 번 허면 나중엔 간단하게 그냥 제 발로 걸어 들어오거든.
머리를 깎고 중이 된 사람은 무엇을 위해서 중이 되았냐 그 말이여.
잘 먹고 잘 입고 호강할라고 들어왔어?
명예을 위해서 들어왔어?
권리를 위해서 들어왔어?
부자가 될랴고 들어왔어?
무엇을 위해서 들왔겠느냐 그 말이여.
오직 이 생사(生死)문제를 해결허기 위해서 들어왔지 않냐 그 말이여.
부처님께서도 왕궁(王宮)의 부귀(富貴)를 버리신 것이 그것이고, 역대조사(歷代祖師)가 출가해, 출세(出世)허신 것도 바로 이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을 위해서 출가(出家)허신 거고, 우리도 일대사문제를 위해서 이렇게 출가를 해 이렇게 강원에도 왔고 선방에도 온 것이다 그 말이여. 그렇다면은 기왕 우리가 인생으로 태어나서 오욕락을 버리고, 부모형제를 버리고, 정든 고향을 버리고, 청춘을 버리고 들왔다면은 정말 부처님처럼, 역대조사처럼, 경허스님처럼 한바탕 해봐야 허지 않겠나 그 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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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수시용심진(修行須是用心眞)하소
심약진시도이친(心若眞時道易親)이니라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미오이도단재아(迷悟二途端在我)하니
시비이자막수인(是非二字莫隨人)이니라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수행(修行)을 수시용심진(須是用心眞)하라.
수행을 허는 디에는 무엇이 제일 중요허냐하면은, 모름지기 그 마음 씀을 참되게 하라. 마음하나 참되고 간절해버리면 백가지가 다 그 속에 다 갖춰져 있어.
심약진시도이친(心若眞時道易親)이니라.
마음 하나, 마음 하나 만약 참되아 버리면은 도(道)는 바로 쉽게 친(親)허게 된다. 바로 도(道)는 거기에 있는 거여.
미오이도(迷悟二途)가 단재아(端在我)여.
‘미(迷)허냐, 또는 깨닫느냐’는 그 두 갈래 길이 있어. 그 단서(端緖)가 오직 내한테 있는 거여. ‘내가 한 생각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서 무량겁 생사의 고해(苦海), 그 ‘미(迷)한 길로 떨어져나가느냐, 확철대오 해서 생사해탈로 나가냐’ 하는 것은 나에 한 생각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있는 거여. 찰나찰나. 그러니,
시비이자(是非二字)를 막수인(莫隨人)하라.
‘니가 옳고, 내가 옳고’, ‘니가 잘하고, 내가 잘헌다.’ 그 시비(是非) 두 자를 사람에 따라가지 마라.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국민이 이러쿵저러쿵 그것 시비에 챔견(參見)하고 ‘저 사람이 잘 못하고, 내가 옳다’고 그것 주장허다가 시비(是非)의 풍파(風波) 속에 빠져들어가고 생사(生死)의 수레빠꾸 속에 말려들어 가는 거여. 쪼끔 니가 더 잘하고 내가 더 잘하면 뭐하는 것이며, 내가 잘했다고 우겨대서 자존심을 세운들 그걸 어디다 쓸 것이냐 그 말이여.
첫째 도 닦는 사람은 시비심(是非心)이 딱 끊어져 버려야 허는 거여. 바보가 되아 버려야 되고, 그래서 경허스님의 그 제자이신 만공선사(滿空禪師)께서 허신말씀이, “참으로 참되게 공부 헐 사람은 썩은 나무둥치가 되라.” 산중(山中)에 나무 등걸도 썩지 아니헌 그런 나무... 요새는 뭐 원료가 많이 바뀌어져서 산에 와서 나무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지만은 옛날에는 전부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가 땠는데, 나무둥치, 나무 좋은 나무 베어다 때고 다음에 인제 나무둥치 뿌럭지도 패다 캐다가 뽀개서 땠는데, ‘썩은 나무둥치가 되라.’ 썩은 나무둥치 버글버글하니까 나무꾼이 안 캐. 캐갔자 불단도 없고 버석버석허니 아무짝에도 못쓰니까, 썩은 나무둥치가 되아, 되아버려야 한다. 아무 쓸모없는 인간이 되아야 한다 그 말이여.
사람이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고 모다 그러면 쓸모가 있으면은 이러 저리 자꾸 ‘이것도해라, 저것도해라’ 아무것도 할 중 모르는 그런 쓸모없는 인간, 썩은 나무둥치 같이 되아야 그래야 온전히 자기 시간을 가질 수가 있어. 이게 잘못 들으면은 제 잇속만 챙기느라고 그렇게 순 이기주의(利己主義)가 되아가지고 욕심 욕심 그런 인간이 되라고 그런 쪽으로 잘못 생각하면 안 되겠지만, 경허스님이 정말 분심 발심을 해가지고 이 실상암에 들어와가지고 석 달 동안 지낼 때에 폐침망찬하고 오직 ‘여사미거(驢事未去) 마사도래(馬事到來)’ 화두만을 헐 때에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이 되아버려. 그렇게 되아야 도(道)를 이루는 거여. 그렇게 되면은 석 달(3개월)에도 되고 일 년(1년)에도 되고 늦어도 삼 년(3년)에 되는 거여. 그러지를 못허기 때문에 안 되는 거여.
- 송담선사 법문 복전암 23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