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것을 가지고 살림살이를 삼어?】
진리(眞理)는 우러러 봐도 끝이 없고 고개를 숙이고 봐도 한 없이 깊어서, 높고 높고 깊고 깊고 넓고 넓은 것이 도(道)인 것입니다. 진리인 것입니다.
우리가 수행을 해서 ‘한 소식(消息)을 했다’ 해가지고 그까짓 것을 가지고 살림살이를 삼어?
..... 우리가 계행(戒行)을 좀 지킨다고 해서 ‘내가 계행을 지킨다. 내가 청정한 계행을 지킨다.’ 한 그까짓 계상(戒相)을 가져?
한 철 두 철 해서 조금 뭐 공견(空見), 공(空)에 이치를 조금 짐작을 했다고 해서 그까짓 것을 가지고 ‘내가 깨달음을 얻었노라.’ 하고 그러한 각견(覺見)을 가져?
자기가 무슨 수단(手段)이 좋아서 무슨 불사(佛事)를 좀 했다고 해서 ‘내가 이런 불사를 했네.’ 하고 그런 아상(我相)을 가져?
뭐 말재주가 있어서 말을 잘하고 포교(布敎)를 하고 말을 잘한다고 해서 ‘내가 천하에 나같이 설법(說法)을 잘하는 사람이 없다.’는 그까짓 그런 상(相)을 가져?
자기가 인물이 좀 잘났다고 해서 인물 못난 사람을 업신여겨?
경(經)을 좀 봐서 글을 잘한다고 해서 ‘나는 경을 잘한다’고 ‘대강사(大講師)다’ 그까짓 상(相)을 가져?
염불(念佛)을 잘한다고 해서 ‘염불 잘한다’는, 목소리가 좋다는 상(相)을 가져?
진리는 허공(虛空)과 같이 높고 끝이 없는 것이고 대지(大地)와 같이 넓고 바다와 같이 깊어서 끝이 없는 것이거늘, 오히려 허공보다도 더 한이 없이 높고 바다보다도... 바다는 아무리 깊어도 지가 끝이 있는 것이고 허공이 끝이 없다고 해도 진리에다가는 비(比)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한 끝없는 ‧ 갓 없는 ‧ 위없는 진리를 목적한 사람이 어찌 조그마한 것을 얻었다고 해서 그것에 족(足)할 수가 있겠느냐? 어떠한 얻은 바가 있어 ‘내가 이러한 것을 얻었다.’ 하는 그런 생각을 가지면 도(道)는 거기서 주저앉게 되는 것입니다. 아만심(我慢心), 자존심(自尊心), ‘내로라’ 하는 생각을 가지면 인간이 벌써 거기서 그릇이 굳어버려서 장래성이 없는 것입니다.
* 그저 부끄러움 없는 마음으로, 청정한 마음으로 그저 목숨 바쳐서 도(道) 하나만을 철저히 닦으며는, 그리고 거기서 얻은 법력(法力)과 도력(道力)으로 중생(衆生)을 제도(濟度)하는 그러한 대원(大願)을 가지고 도를 닦을 뿐인 것입니다.
- 송담선사 법문 세등 6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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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처혜천활(仰處兮天濶) 궁지사해심(窮之似海深)
지밀행역밀(志密行亦密) 공심오역심(功深悟亦深)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보니 끝없는 허공이요. 몸을 구부리고 아래를 보니 한 없이 깊고 깊은 바다더라. 그 뜻이 밀밀(密密)하면. 허황되지 아니하고 뜨지 아니하고 꽉 안정(安定)이 되어서 그 뜻이 굳고 깊으면, 그 행동도 또한 뜻과 같이 그렇게 신중(愼重)하고 경건(敬虔)하고 엄숙(嚴肅)하고 그 행동도 또한 그렇게 은밀(隱密)하더라. 그렇게 해서 수행해나가는 그 공행(功行)이 그렇게 끝없이 깊고 깊으면 깨달음도 또한 그렇게 깊고 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