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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을 짊어지고 가면 달이】

이 뭣고? 2021. 8. 28. 15:47

【샘을 짊어지고 가면 달이】


노종평처험(路從平處險)하고
인향정중망(人向靜中忙)이니라.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멱화화란득(覓火和亂得)하고
담천대월귀(擔泉帶月歸)니라.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노종평처험(路從平處險)이요
인향정중망(人向靜中忙)이다.
길은 평평(平平)한 곳으로부터 험(險)해지고, 사람은 고요한 가운데를 향해서 분망(奔忙)해진다. 아무리 험한 산도 그 최초에 시작한 곳은 평지로부터 차츰차츰 높아져가지고 험해지는 법이지 갑자기 그렇게 하늘에서 뚝 떨어져가지고 험헌 것이 아니여. 험한 산이 반드시 평지에서부터서 시작이 되는 거고, 사람이 바쁘다 하는 것은 맨 첨에 바쁘기 이전에는 고요한 데에서부터서 한 생각 일어남으로 해서 바빠진다. 처음부터 바쁜 일이 있는 것이 아니여. 반드시 처음은 정중(靜中)에서부터 생각이 일어나고 일이 시작이 되아가지고 바빠지는 것이다.


멱화화란득(覓火和亂得)이요
불을 찾아서 불을 가까이 하면 처음에는 차츰 더워져가지고 결국은 불 속으로 들어가며는 나도 같이 불에 타게 되고,


담천대월귀(擔泉帶月歸)여.
샘을 짊어지면, 물을 짊어지고 가면 달을 함께 짊어지고 돌아오게 된다. 물을 그릇에다가 담아가지고 등어리에 짊어지든지 머리에다 이든지 하고 오면 하늘에 뜬 달도 그 물 그릇에 비추어가지고 물을 지고 오면은 달도 함께 그 물에 띄워가지고 돌아오게 된다.

사람이 이 산이 험하다 하는 것은 악도에, 삼악도(三惡道)에, 처음부터서 삼악도에 떨어질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고 한 생각 일어나기 전에는 모두가 다 착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한 생각 잘못 먹음으로 해서 업(業)을 지어서 그래가지고 차츰차츰 깊이 빠져 들어가면 삼악도에 빠져 들어가. 이 세상에 다 바뻐. 살아감에 있어서 모두다 바뻐서 야단인데 일을 시작하면 바쁘고 일을 놓아버리면 바쁠 것이 하나도 없는 거여. 마치 불을 가까이 해서 불을 찾아 들어가며는 결국은 그 불로 인해서 옷이 타고 팔이 타고 결국은 생명을 잃게 되는데,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에 불이거든. 탐진, 탐심(貪心)을 내고 진심(瞋心)을 내고 어리석은 마음을 내고. 처음에는 조그만큼 내다가 차츰차츰 탐심도 내 버릇 하며는 점점 큰 탐심을 내게 되고, 처음에는 조금씩 진심을 내다가도 그것도 질이 나면 조끔만 건들어도 큰 진심을 내가지고, 그래가지고 그 탐심과 진심 그리고 어리석은 마음.

탐심(貪心)이라 하는 것이 꼭 돈 만을 탐하고 명예나 권리만을 탐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지 자기 마음대로 헐라고 헌 것이 다 탐심이여. 보살(菩薩)은 수순중생(隨順衆生)을 하는 것이고 중생은 자기 뜻대로 헐랴고 그러고 자기 좋은 대로만 헐랴고 그러고 남을 자기에게 억지로라도 맞출랴고 그러고, 보살은 ‘내’라고 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중생을 따라. 중생을 따라가면서 동사섭(同事攝)을 해가지고 결국은 그 중생을 정법(正法)으로 끌어들이고 그리곤 부처님과 하나가 되게 맨드는 것이 보살이고, 중생은 무엇이든지 자기 마음에다 다른 사람을 맞출랴 그러고, 그래서 자존심(自尊心)이 강허고 아만심(我慢心)이 강하고 자기 마음에 안 맞은 사람은 모두다 미워허고 웬수로 생각하고. 그러헌 자기 마음대로 헐랴고 허는 그 마음이 바로 탐심이고,

진심(瞋心)은 자기 마음대로 안 들어주면 진심을 내거든. 남이 자기 마음을 안 따라주고 자기가 허고 싶은 대로 못허며는 진심을 내고. 어리석은 마음. 탐진치 어리석은 마음(치심(癡心))은 무엇이냐 하면, 그것을 한 번만이 아니라 평생을 그것을 되풀이 해. 한 번 ‧ 두 번 ‧ 세 번쯤 해보면, ‘아하, 그런 것을 다 무엇이든지 내 마음대로 헐라고 허면 안 되겄구나. 내 마음대로 헐라 허다가, 헐랴고 허는 그 자체가 옳은 짓이 아니로구나.’ 하고 퍼뜩 일찌감치 깨달라버리고 그 다음부터서는 그러지 않도록 하면 될 텐데, 평생토록 그것을 깨닫지 못허고 내 마음대로 헐라다가 그대로 안 되며는 썽내고 그 다음에도 또 무슨 일만 생기면 자기주장을 허다가 자기 뜻대로 안되면 썽내고 허기를 일평생 동안을 계속을 허게 되니 이것이 어리석은 것이다 그 말이여.

탐진치 삼독이 그런 것인데, 그것이 바로 불을 찾아 들어가는 거여. 불 있는 디로 자꾸 기어 들어가는 것이여. 결국은 자기 마음에 탐심, 자기 마음에 진심, 자기 마음에 그 어리석은 마음에 그 세 가지의 불로 인해서 결국은 자기의 몸과 목숨을 상하게 되고 그것이 어디로 가느냐 하며는 삼악도(三惡道)로 떨어지게 된다 그 말이여. 샘, 샘을 짊어지고 간다. 물을 짊어지고 가며는 하늘에 뜬 달도 함께 자기와 같이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항상 성현(聖賢), 어질고 착한 성현을 가까이 하고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 섬기고 좋은 도반(道伴)을 가까이 허고 해서 헌 것은 바로 물을, 물, 물동이를 갖다가 짊어지고 가는 거와 같애서 저절로 하늘에 뜬 달이 따라오듯이, 정법을 가까이, 선지식과 좋은 도반을 가까이 허면 자연히 자기도 따라서 정법을 믿게 되고 따라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 말이여. 지혜의 달을 얻게 된다 그 말이여.

그래서 [초심(初心)] 첫 장(章)에 첫 줄에도 친근, 「원리악우(遠離惡友)하고 친근현선(親近賢善)이다.」 ‘불을, 내 몸을 타 죽이는 훨훨 타는 탐진치의 불은 멀리하고 깨달음의 달을, 깨달음의 지혜 달을 얻을 수 있는 선, 선지식을 가까이 허라’는 말씀은, 최초에 발심(發心)할 때부터서 묘각(妙覺)을 얻을 때까지, 부처님과 똑같은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우리는 잠시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이렇게 오늘 을축년(乙丑年) 동안거일(冬安居日)을 맞이해서 이 세등선원(世燈禪院)에 선방대중(禪房大衆)이 삼십오 명(35명)이고 외호대중(外護大衆)도 십여 명이고 저 군산(群山) 흥천사(興天寺) 반야선원(般若禪院)에서도 이삼십 명(20-30명)이 이렇게 왔고 신도(信徒)님까지 모다 오고, 그리고 저 무주(茂朱)라든지 서울에 모든 신도, 대전(大田) 일원(一圓)에 여러 신남신녀(信男信女)와 사부대중(四部大衆)이 이렇게 모이셨는데,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오셨느냐?

순전히 「샘을 짊어지고 가면 달이, 달과 함께 돌아오게 된다.」

- 송담선사 법문 세등 5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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乞火和煙得
擔泉帶月歸

- 續刊古尊宿語要 五

불을 구걸하려다 연기까지 얻었고
샘을 짊어지니 달을 띠고 돌아온다.


昔年覓火和煙得
今日擔泉帶月歸

- 松源崇嶽錄 上

석년昔年엔 불을 찾아 연기까지 얻었는데
금일今日은 샘을 지니 달을 띠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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井中月

山僧貪月色
竝汲一甁中
到寺方應覺
甁傾月亦空

산승山僧이 달빛을 탐貪해서
한 병 가운데에 달도 함께 길어 오는데
절에 이르러서 비로소 응당 깨달아
병甁을 기울이니 달도 또한 비어버리더라.

- 이규보李奎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