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그 뜻이 밀밀(密密)하고 행(行)도 또한 밀밀(密密)해야】

이 뭣고? 2021. 8. 6. 13:45

【앙처여천활仰處如天濶 궁지사해심窮之似海深 지밀행역밀志密行亦密 공심오역심功深悟亦深】



철저하게 참구(參究)해나가서 전념(前念)과 후념(後念)이 상속(相續)해서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간에 다못 알 수 없는 의단(疑團)만이 독로(獨露)헌다면 다시 무엇을 찾고 무엇을 의심헐 것이 있느냐 그 말이여. 오직 의심(疑心) 하나 뿐이여. 행주좌와 어묵동정 간에 본참공안(本參公案)에 대한 의단 하나만이 독로헐 때 그 사람에게는 자기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요달(了達)험과 불조(佛祖)에 면목(面目)을 요달허는 것과 생사해탈(生死解脫) 허는 것과 대열반(大涅槃)을 증득(證得)헌... 헐 것이 바로 그 속에 다 원만(圓滿)히 다 갖추어져 있는 것이여. 구경각(究竟覺)이 그 사람에게는 약속되아있어.

일기지사(一期之事)로, 일과성(一過性)으로 어떠헌 소견(所見), 경계(境界)를 보는 것을 가지고 족(足)함을 삼어서는 대도성취(大道成就)를 가로막는 장애(障礙)가 될 따름인 것입니다. 한 철 두 철 열심히 하다보면 체중현(體中玄) 경계쯤은 누구라도 볼 수가 있는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구경(究竟)의 깨달음이 아닐진댄 어찌 그러헌 조그만한 경계에, 경계로서 얻은 바를 삼어서 살림을 해갈 것이냐 이거여. 참으로 나를 바로 인도(引導)해주고 바로 가리켜주는 스승은 조그마한 경계를, 경계 얻은 것을 가지고 ‘옳다. 니가 바로 알았다.’ 이러헌 법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 조그만한 경계 얻은 것을 인가(印可)해주고 설파(說破)해주고 이러헌 것은 철없는 어린 아이를 달래는 데에는 쪼끔 효과가 있을는지 모르지만, 참으로 나를 죽이는, 나의 무상정각(無上正覺)을 얻은... 얻으려... 얻을 수 있는 그러헌 길을 여지없이 막아버리고 마는 것이 되는 것이여.

그래서 고인(古人)은 「부중선사도덕(不重先師道德)이여, 선사(先師) 도덕(道德) 높은 것을 중(重)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불위아설파(不爲我說破)니다, 나를 위해서 설파(說破)해주시지 아니한 그것을 중히 여기나이다.[不重先師道德 只重先師不爲我說破.]」 선사의 돌아가신, 열반하신 영전(靈前)에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절을 했다고 그럽니다. 도학자(道學者)에 있어서 무엇이 제일 큰 웬수냐? 나를 죽일랴고 허는 사람이 웬수가 아니요, 나에게 욕을 헌 사람이 웬수가 아니요, 나에 무엇을 훔쳐간 사람이 웬수가 아니요, 제일 큰 웬수는 나를 위해서 공안(公案)을 설파(說破)해준 사람, 쪼끔 얻은 것을 옳게 알았다고 인가(印可)해준 사람이야말로 무량겁(無量劫)에 풀 수 없는 대원수(大怨讐)라 이리 생각을 해야 합니다.


_______


앙처여천활(仰處如天濶)이요
궁지사해심(窮之似海深)이니라.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지밀행역밀(志密行亦密)하고
공심오역심(功深悟亦深)이니라.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앙처여천활(仰處如天濶)이요, 궁지사해심(窮之似海深)이니라.
우러른, 우러른 곳은 저 하늘처럼 넓으며,


궁지사해심(窮之似海深)이라.
궁구(窮究)한 곳은, 다해가는 곳은 저 바다처럼 깊더라.

우리가 우러러 본 목적지는 저 끝없이 높푸른 하늘과 같이 높고 넓으며, 우리가 궁구(窮究)해 들어갈 곳은 저 밑도 없이 깊고 깊은 저 바다와 같다. 우리가 가야할 목적지, 우리가 가야할, 이르러야할 구경에 목적지는, 대도(大道)는 하늘처럼 높고 넓은 것이어서 어떠헌 소견(所見) 얻은 것, 어떠헌 나타난 경계(境界), 그 조그만한 것을 얻어가지고 ‘얻었다’는 소견을 가지면 그것은 자기의 도(道)를 스스로 한정(限定) 지워서 조그만한 디에 묶어놓은 것이 되는 것이여. 도(道)는 한이 없는, 끝이 없고 한정(限定)이 없는 것이어서 부처님과 같은 경지, 부처님과 같은 법력(法力)과 부처님과 같은 도력(道力)과 부처님과 같은 덕행(德行)을 원만(圓滿)구족헐까지는... 구족(具足)헐 때까지는 항시 처음으로 발심(發心)한 초심납자(初心衲子)로, 납자와 같은 그러헌 경건(敬虔)하고 엄숙(嚴肅)하고 허심(虛心)한 마음으로 수행을 해가야 할 것입니다.


지밀행역밀(志密行亦密)이요,
그 뜻이 그렇게 밀밀(密密)하고 행(行)도 또한 밀밀(密密)해야 한다. ‘밀밀허다’ 하는 것은 착실(着實)하고 질직(質直)해야 한다 그 말이거든. 수행허는 사람의 마음이 뜬 구름처럼 건들성 건들성 행동이 머트러워서 수행인답지 못하면 아니 될 것이다 이 말이여. 뜻이 높고 크며 깊고 신중하며 행도 또한 그렇게 해서,


(공심오역심(功深悟亦深))
공(功)이 깊으면 깨달음도 또한 깊을 것이다.

참깨 한 말을 큰 나무 밑에다 갖다 놓고 참 깨알 하나를 나무뿌리 서부터서 굴려 올려가지고 저 나무꼭대기에다가... 까지 굴려 올려 가는데, 그 나무꼭대기에다아도 그릇을 하나 빈 그릇을 갖다놓고 그 참깨 한 알을 굴려서 굴려서 굴리다가 실수하면 땅으로 떨어지면 도로 내려와서 그 깨를 줏어서 또 굴려서 올라가고, 그렇게 해서 저 나무 꼭대기에다 올려서 빈 그릇에다 갖다 담어놓고, 또 내려와서 또 깨 한 알, 깨알 하나를 줏어서, 갖, 집어서 그 뿌리 서부터서 굴려서 올라가가지고 또 나무꼭대기에다 놓고, 이렇게 한 생각 한 생각을 밀밀면면(密密綿綿)하게 단속(團束)을 해가야만 그 수행은 여지없이 착실허게 진행이 되아서 그렇게 이룬 수행은 깨달음과 보림(保任)이 함께 이루어져나간 것이다 그 말이여.

이 공부는 공연히 조급한 마음을 가져서 말뚝신심이 나가지고 어거지 힘을 써가지고 공부가 되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이 공부가 늘어져 빠져가지고 해이(解弛)허고 그래서도 아니 되고, 그 공부 지어가는 마음가짐과 몸가짐과 의식주(衣食住) 모든 것이 금방 읊은 게송처럼, 「앙처여천활(仰處如天濶)이요 궁지사해심(窮之似海深). 지밀행역밀(志密行亦密)이요 공심오역심(功深悟亦深)」으로 이렇게 공부를 다져가야만 중간에 퇴태(退怠)도 아니헐 것이고 어떠헌 부작용이 나서 장애도 일어나지 아니헐 것이고, 결정코 대도(大道)를 성취허고야만 말 것입니다.

.........

아까 조실(祖室)스님의 녹음법문(錄音法門)이 너무나 간절하고 분명허게 해주셔서 산승(山僧)이 더 헐 말이 없지만, 이 공부는 공안(公案)을 바로 보지 못하면 아무리 스스로 얻었다는 생각을 해도 그것이 바르게 얻은 것이 못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사(祖師)들이 공안을 가지고 학자(學者)들을 지도(指導)하시고 제접(提接)하시고 학자들을 시험(試驗)을 하셨습니다. 원상(圓相)을 그려놓고 ‘이 원상(○) 안에 들어가도 죽고 이 원상 안에 들어가지 아니해도 죽으니 일러라.[入也打不入也打)’ 이 공안은 마조(馬祖)에 원상공안(圓相公案)인데, 이 마조원상공안이 불, 불무데기와 같애서, 용광로(鎔鑛爐)와 같애서 이 공안 앞에는 확철대오(廓徹大悟)헌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 공안 앞에 가루도 남지 아니하고 다 타죽고 마는 것입니다. 확철대오 하지 않고서는 감히 이 공안 앞에 입을 벌리지 못할 것입니다.

‘알았다’는 생각, “바로 이 말허는 놈이 이놈이요, 듣는 놈이 이놈이요, 눈을 감었다 뜨는 것이 그놈이요, 하늘도 이것이요, 땅도 이것이다. 깨달을 것이 무엇이 있으며 물을 것이 무엇이 있으며 따라서 답헐 것이 무엇이 있느냐? 원상 안에 들어가도 좋고 안 들어가도 좋다. 그, 그러헌 물음을 묻는 것 자체가 틀렸다.” 이러헌 소견을 가지고 이 마조공안을 일렀다고 생각한다면 입 벌리기 전에 벌써 다 타죽은, 타 죽어버린 거여. 참으로 최상승법(最上乘法)을 믿고 활구참선객(活句參禪客)이라면 그러헌 강사지견(講師知見)만도 못한 살림을 가져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불조와 같이, 우리가 참선을 헐 바에는 불조와 같이 깨달라야 하고, ‘불조(佛祖)와 같은 경계(境界)에 이르지 못한다면 차라리 깨닫지 못한 채 자기의 본참(本參)을 들고 마지막 숨, 숨을 거둘 때까지 이 본참공안 만을 들고 가리라. 이 공안을 들고 거꾸러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불조와 같은 깨달음에 기어코 이르고야만 말리라.’ 이러헌 지조(志操)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쪼끔 얻은 소견, 경계, 그런 걸 가지고 남 앞에 ‘나도 한 소식(消息) 했다’, ‘어떤 스님이 나를 인가(印可)해줬다.’ 그러헌 소리를, 그러헌 생각을 속으로 가지고 있다든지 그러헌 말을 헌다든지 그러헌 행동을 갖는다면 어찌 최상승 활구선객이라 할 것이냐 이 말이여. 아무것도 누구 앞에 내놓을 것도 없고 누구한테 자랑헐 것도 없고 아무것도 얻은 바가 없지만, 하늘 아래 땅 위에 일점(一點) 부끄러워 헐 바가 없고, 부처님 제자로서, 도학자(道學者)로서 늠름하고 의젓하고 천상천하(天上天下)에 부러울 것도 없으며 후회할 바가 없이 대긍지(大矜持)를 가지고, 대자부심(大自負心)을 가지고 한 생각 한 생각을 단속(團束)을 해줄 것을 부탁을 합니다.

다시 인연(因緣)이 있으면 다시 또 같은 회상(會上)에서 또 모여서 정진(精眞) 할 것을 기약(期約)을 하고 해제법어(解制法語)를 마칩니다.

.........

- 송담선사 법문 세등 38번.



———————

* [앙처여천활(仰處如天濶) 궁지사해심(窮之似海深)
지밀행역밀(志密行亦密) 공심오역심(功深悟亦深)]

- 天目中峰和尙廣錄 卷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