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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자리에서 ‘이 뭣고?’ 이렇게만 드는 것이여】

이 뭣고? 2021. 7. 12. 10:59

참선(參禪)이라고 허는 것은 성성적적(惺惺寂寂)해야하는데, 성성(惺惺)허면서도 적적(寂寂)해야 하고 적적(寂寂)허면서도 성성(惺惺)허는 데에 묘(妙)가 있는 것이여. 그래서 진실하게 발심(發心)헌 사람은 공안(公案), 자기에게 주어진 본참공안(本參公案)을 잘 잡두리 해서 의심(疑心)해나가야 하는데, 그 화두(話頭)를 들어서 의심해나가는데 머리를 가지고 머리에다가 힘을 써가지고 그것을 억지로 그 화두를 들어나가, 그냥 보통으로 들며는 의심이 잘 된 것 같지를 않고 공부가 된 것 같지가 아니허니까 억지로라도 그냥 힘을 써가지고 들면 쪼끔 화두가 들어지니까, 들어진 것 같이 느껴지니까 그렇게 억지로 화두를 들랴고 허며는 그것은 골이 아픈 병이 생기거나 혈기(血氣)가 부조(不調), 고르지 못한 그러헌 종의 병이 생기는 것이여. 그래서 화두를 간절히 든다고 해서 억지로 힘을 써가지고 그렇게 드는 것이 아니다 그 말이여. 불급불완(不急不緩), 그 급하지 아니하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늘어지도 않게 불급불완 하게 화두를 들되 밀밀회광자간(密密回光自看)이여. 밀밀, 밀밀히, ‘밀밀(密密’이라 하는 것은 간단(間斷)없이 그 묘(妙)하게 생각을 돌이켜서 스스로 화두(話頭)의 의심(疑心)을 관조(觀照)하는 것이여.

‘어째서 무(無)라 했는고?’ ‘이 뭣고?’ ‘이?’ ‘이 뭣고?’ 썽낼 때는 ‘썽낼 줄 아는 놈이 무엇인고?’ 또 웃을 때는 ‘웃을 줄 아는 놈이 무엇인고?’ 괴로울 때는 ‘괴로울 줄 아는 놈이 무엇인고?’ 볼 때는 ‘보는 놈이 무엇인고?’ ‘듣는 놈이 무엇인고?’ 밥 먹을 때는 ‘이 밥 먹는 놈이 무엇인고?’ 그렇게 드는 것이 아니여. 그렇게 드는 것이 아니고, 무슨 생각이 일어나던지 무엇을 보던지 무엇을 듣던지 바로 그 자리에서 ‘이 뭣고?’ 이렇게만 드는 것이여. 이뭣... 처음에는 화두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 몸띵이 끌고 다니는 놈이 무엇인고?’ ‘보고, 듣고, 말하고, 밥 먹고 허는 이놈이 무엇인고?’ 이렇게 일러줄 수 밲에 없으니까 그렇게 그 최초에 시작헌 사람에게 그렇게 지도(指導)를 허지마는, 공부가 차츰차츰 그 ‘화두’라고 허는 것이 무엇이며 ‘의심’이라고 허는 것이 무엇인줄 알게 되며는 ‘이 무엇고?’ 「‘이 뭣고?’ 허는 놈이 무엇고?’」 이러헌 뜻에서 ‘이 뭣고?’ 이렇게 해나가고, 거기서 더 익숙해지면 ‘이?’, 「지금 ‘이?’ 허는 놈이 무엇이냐?」 이 말이여. 그런 뜻으로 ‘이 뭣고?’ 이렇게 점점점점 그 범위가 산만(散漫)하던 것을 가깝게, 가장 가깝게 그렇게 화두를 들어나가야 한다 그 말이여. ‘이 뭣고?’ 「지금 ‘이?’ 허는 놈이 무엇이냐?」 이런 뜻으로 ‘이 뭣고?’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무엇을 듣거나 무엇을 보거나 무슨 생각이 일어나거나 ‘이 뭣고?’


- 송담선사 법문 세등 16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