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로 돌아가서 쉬도록、무엇을 간절하다고 하냐?】
피치삭발유래유(披緇削髮有來由)헌디
막향청산공백두(莫向靑山空白頭)니라.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사십구년다소설(四十九年多少說)이
종횡위아지귀휴(縱橫爲我指歸休)니라.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피치삭발유래유(披緇削髮有來由)라.
먹물 옷을 입고 머리를 깎는 것이 반드시 그 목적이 있어. 까닭이 있는 것인데,
막향청산공백두(莫向靑山空白頭)니라.
청산(靑山)에 들어가서 쓸데없이 머리털만 희게 허지 말아라.
사십구년다소설(四十九年多少說)이
부처님께서 사십구 년(49년) 동안 설(說)한 그 많은 설법(說法)이,
종횡위아지귀휴(縱橫爲我指歸休)니라.
종(縱)으로 횡(橫)으로 오직 우리들로 하여금 '자기로 돌아가서 쉬도록' 가리키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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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가구감(禪家龜鑑)]에, ‘출가(出家)해서 중이 되는 것이 어찌 조그마한 일일까 보냐? 비구안일(非求安逸)하며, 편안한 것을 구하는 것... 구하기 위해서도 아니며, 비구온포(非求溫飽)며, 따뜻하고 배부르기를 구하는 것도 아니여. 비구명리(非求名利)하라, 명예나 이끗을 구하기 위한 것에도 아니다. 오즉 생사(生死)문제 때문이며, 번뇌(煩惱)를 끊기 위함이며, 부처님의 혜명(慧命)을 잇기 위함이다. 그리고 삼계(三界)의 모든 중생(衆生)을 제도(濟度)하기 위해서 출가 헌 것이다.’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일대사를 위해서는 마치 모기가 쇠로 맨든 소 등어리에 올라가서 여하약하(如何若何)를 불문(不問)하고 ‘이 소가 쇠로 맨들아 졌건... 졌느니, 뭐 쇠로 맨들아 졌으니까 내가 아무리 입부리를 박어 봤자 들어갈 것인가?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등등(等等)을, 여하약하를 따지지 말고 무조건(無條件)하고 입부리를 소 등어리에다가 때려 박는데 목숨을, 목숨을 바치고 아주 몸띵이째 갖다가 때려 박으라 그 말이여. 들어가기도 전, 입부리를 박기도 전에, ‘이 소는 보통 소가 아니고 쇠로 되았으니 어찌 들어갈 것인가? 공연히 여기다가 내가 이 피를 빨아먹기 위해서 입부리를 박다가는 입부리만 부러져버리고 억지로 박을라다가는 이 몸띵이만 터져서 죽을 것이다.’ 이러헌 생각을 해가지고서는 도업(道業)을 성취할 수가 없다 이거거든. ‘내가 근기가 하열하니까, 몸이 약하니까, 또는 나는 여자니까, 나는 나이가 많으니까 도저히 확철대오는 헐 수 없을 것이다’가 아니라, 협존자가 팔십 고령에도 불구하고 옆구리를 땅에 대지 아니하고 가행정진(加行精進), 용맹정진(勇猛精進)을 해가지고 기어코 삼 년 만에 대도를 성취헌 것을 거울삼아서 정진을 헌다면 어찌 대도를 성취 못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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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공안몰심사(趙州公案沒心思)하야
철벽은산백부지(鐵壁銀山百不知)로다.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의래의거의무간(疑來疑去疑無間)하면
고목개화만고지(枯木開花滿故枝)니라.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고... 조주공안몰심사(趙州公案沒心思),
조주공안, 판치생모(板齒生毛)나 무자(無字)나, 조주공안(趙州公案)에 심사(心思)가 끊어져. 사량복탁(思量卜度) 일체 번뇌망상(煩惱妄想)이 이 화두(話頭)에, 이 공안(公案)에 의단(疑團)을 거각(擧却)함으로써 다 끊어졌다 그 말이여. 그 광경(光景)이 어떠냐?
철벽은산백부지(鐵壁銀山百不知)여.
쇠로 된 벽과 은으로 이뤄진 산을... 산에 딱! 부딪힌 거와 같애서 백 가지를 알지 못햐. 아무... 뭐, 캄캄한 밤에 탁! 벼람박에나 기둥에 이마를 부딪혔을 때 그 찰나(刹那)에 무슨 생각이 일어났겠냐 그 말이여. 앞으로 나아가자니 앞도 맥히고 뒤로 물러서자니 뒤도 맥히고, 다못,
의래의거의무간(疑來疑去疑無間)이여.
‘어째서 판치생모(板齒生毛)라 했는고?’, ‘어째서 무(無)라 했는고?’, 이 뭣고? 허신 분은 ‘이 무엇고?’ 알 수 없는 의단(疑團)만이 독로(獨露)헐 뿐이여. 행주좌와 어묵동정 간에 잠시도 의단이 끊어질 겨를이 없어. ‘전체(全體)가 의심(疑心)이다’ 그 말이여. 앉아서도 ‘이 뭣고?’요 서서도 ‘이 뭣고?’요, 산을 봐도 ‘이 뭣고?’요 물을 봐도 ‘이 뭣고?’요, 차 소리가 들려도 ‘이 뭣고?’요 개 짖는 소리가 들려도 ‘이 뭣고?’요, 외부 육근(六根)을 통해서 들어오는 어떠헌 경계(境界)에도 오직 ‘이 뭣고?’ 뿐이다 그 말이여. 그렇게 해나가면,
고목개화만고지(枯木開花滿故枝)여.
고목나무에 가득히 꽃이 필 것이다 그거거든.
정진을 알뜰히 허다가 설사 죽게 될 경우가 온다 하더라도, 마지막 숨 딱 끊어진, 끊어진 그 찰나까지라도 의단이 터억 독로허도록 그렇게 잡두리를 해나간다면 도업을 성취 못할까 걱정 헐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간곡히 고인(古人)네들은 우리에게 다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그 다음에는, ‘공부를 허되 거문고 줄 거르... 고르듯 해라.’
‘모기가 쇠로된 황소에 입부리를 박듯허라’고 그렇게 말씀 허시고, 또 ‘협존자가 팔십 고령에도 옆구리를 땅에 대지 않고 가행정진 용맹정진을 해가지고 대도를 성취했다’ 이 말씀을 듣고, 여기에 모이신 사부대중(四部大衆) 가운데에는 되게 분심(憤心)을 내가지고 ‘당장 오늘 저녁부터 나도 협존자처럼 한번 해봐야겄다. 모기란 놈이 쇠로된 무쇠 등어리에 올라타듯이 이 몸띵이가 아주 죽거나 눈이 썩어 빠지거나 상관허지 말고 아주 죽을 각오를 하고 용맹정진을 해야겄다.’ 이렇... 이러헌 용맹심을 내신 분이 틀림없이 나오실 줄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부해 나가는 데에는 법이 있습니다. 무엇과 같이 해야 하냐 하며는 ‘거문고 줄 고르듯 해라’ 그거거든. 거문고 줄을 너무 팽팽허니 세게 매며는 떨어지거나, 혹 떨어지지 않더라도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를 않을 것이고, 또 떨어지까 두려워서 너무 느슨허게 매면 제 음가(音價)가 제대로 나지 아니헐 것이다. 그래서 우리 공부해나가는 데에도 ‘불급불완(不急불緩), 너무 급허게도 허지 말고 너무 늘어지게도 허지 말 것이다.’ 가행정진 용맹정진 허라고 그 고인네들은 구절구절이 말씀을 허셨지만, 그 가행정진 용맹정진에 참 뜻이 무지(無知)하게, 어리석게 몸띵이만을 못살게 굴고 들볶는 것으로써 용맹정진을 삼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특이 이 참선은 관(觀)이거든, 관. 묘(妙)한 관(觀)이라야지, 덮어놓고 눈팅이를 찡그리고 이마에다가 힘을 주고 그래가지고 ‘이뭣고?’ ‘이뭣고?’ 해가지고 막 간절히 헌답시고 이렇게 막 몰아붙인다면 며칠이 못가서 골이 뽀개질라고 아플 것이다 그거거든.
자세(姿勢)를 바르게 하고 호흡(呼吸)을, 단전호흡을 여법허게 잘 허면서 화두(話頭)를 들되 단전(丹田)에다가 따악 화두를 들고 의심관(疑心觀)을 해야 하거든. 머리로 ‘이 뭣고?’가 아니라 단전에다 두고 떠억 알 수 없는 의관(疑觀)을 허라는 것이지.
그러면 무엇을 간절(懇切)허다고 허느냐? 이 뭣고-?’ 허고 이렇게 헌 것이 간절헌 것이 아니면 무엇이 간절허냐?
일분일초도 잡담(雜談)헐 겨를이 없고, 남의 시비 잘허네 못허네 시시비비(是是非非)헐 겨를이 없고, 반찬이 맛이 있네 없네, 밥이 되네 지네 그런 음식에 관해서 신경을 쓸 겨를이 없고, 앉어서나 서서나 화두에 대한 간절(懇切)한 의심(疑心), 화두(話頭)를 관(觀)하제, 딴 데에 정신 팔 겨를이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여. 신심(信心)과 분심(憤心)과 의심(疑心) 이 세 가지가 돈발(頓發)을 해서 일분일초도 딴 생각 헐 겨를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그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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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문외장안로(家家門外長安路)하고
처처굴중사자아(處處窟中獅子兒)로구나.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타파경래무일사(打破鏡來無一事)하야
수성제조상지화(數聲啼鳥上枝花)로구나.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가가문외(家家門外) 통장... 장안로(長安路)다.
집집마다 문밖에는 장안, 서울로 통하는 길이 있어.
처처굴중사자아(處處窟中獅子兒)다.
곳곳이 굴(窟)속에는 사자의 새끼가 들어있더라 그거거든.
집집마다 어느 집에서든지 문 밖에 나가면 서울로 통하는, 천자(天子)가 계시는 서울로 통하는 길이 틔어있고, 곳곳이 모든 토굴(土窟) ‧ 암자(庵子) ‧ 선방(禪房) ‧ 선원(禪院)에는 사자의 새끼, 불종자(佛種子), 대선지식이 될, 견성성불(見性成佛) 할 대장부(大丈夫)가 다 들어있더라 그거거든.
타파경래무일사(打破鏡來無一事)여.
거울을 타파(打破)해. 우리의 업경(業鏡), 업에 거울을 타파허니 한 일도 없어.
일성제조(一聲啼鳥)가 상화지(上花枝)여.
한 소리 우는 새가 꽃가지에 올랐더라.
겨울이 되니 잎이 다 떨어지고 죽는 나무 같았지만, 떠억 입춘(立春)이 지나고 우수(雨水)가 돌아오고 경첩(驚蟄)이 돌아오면 새파릇 파릇하니 잎이 피고 또 화작작(花灼灼), 그 울긋불긋 꽃이 필 것입니다. 아직까지 도업을 성취한 사람... 그저 한 개에 평범한 범부(凡夫)고 보잘 것 없는 중생(衆生) 같지만, 정말 여법히 정진해서 하~ 공안(公案)을 타파(打破)하고 보면 어디를 가나 천상천하(天上天下)에 부끄럼 없는 대도사(大導師)더라 그거거든.
- 송담선사 법문 440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