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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묻은 공책 한 권과 손가락】

이 뭣고? 2020. 7. 1. 20:51

 
【코 묻은 공책】

 

소요逍遙스님은 대강사大講師로서, 부처님께서는 사십구년(49년) 동안 설하신 팔만대장경을 다 읽고 능히 해설하고 능히 가르칠 수 있는 그런 대 강사였지만, 확철대오廓徹大悟를 못했기 때문에 서산대사西山大師가 한국에서 제일 가는 도인道人이라 하는 말을 듣고서 찾아갔다 이말이여.

 

찾아갔는데, <능엄경楞嚴經>이라고 헌 경經, 이미 다 배와서 자기 자신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에게 <능엄경>을 가르칠 수 있고 설說할 수가 있음에... 있는 그러헌 경을 하루에 한 토 씩을 가르키셨다.

 

한 토는 넉자가 한 톤데, 넉자씩을 날마다 하늘천 따지 배우듯이 배왔어.

삼년(3년)이라고 헌 세월을 날마다 그렇게 <능엄경>을 한토씩을 배왔는데, 모르는 것을 배운다면 모르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배운다고 허는 것은 너무 지루하고 답답하고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 아까와서 견딜수가 없다.

 

참다 참다 못해서 다른 스님을 찾아가기로 마음으로 결심을 하고 하직下直인사를 허는데,

“갈라믄 가라”고, 그래서 인자 떠나 가는데,
“갈라믄 ‘이것’이나 가지고 가라”고,

공책 한 권을 내주는데, 그 공책은 다른 공책이 아니라, 삼년 동안을 틈만 있으면 서산대사가 그 공책을 꺼내 가지고 이리 보다가, 소요대사가 방에 들어오기만 허믄 냉큼 그걸 덮어서 딱 품속에다 딱 넣어버리고 넣어버리고 그런다 말이여.

 

‘대관절 저 공책 속에는 무슨... 무엇이 써졌나? 무슨 비밀이 있기에 자기만 들어오면 황급히 품 속에다 감추는가?’ 항시 그것이 궁금했는데, 마지막 떠나는 인사를 허니까 그 공책을 준다 그말이여. 

‘그 까진 공책... ’
그동안에는 궁금했지만 부회가 잔뜩 나서 아주 떠나는 마당에 그 받기도 싫었지만, 그래도 그냥 받아서 품에다 넣고 얼마만큼 가다가 고갯마루를 넘어가다가 쉬면서, ‘대관절 그 공책이 무엇인가 한 번 보자’ 하고 떠들어 보니까, 아까 읊은, 

 

‘가소기우제可笑騎牛者,
가히 우습다 소 탄 자여.

기우갱멱우騎牛更覓牛로구나,
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

 

아 글이, 그 글이 딱 써졌다 그말이여!

하! 그 글을 보자마자 확철대廓徹大悟오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서산대사한테 하직을 하고 떠나올 때 공책을 주면서,

“여보게, 자네가 갈랴면 가는데 내 화장火葬은 자네가 해줄 것이네.” 아 이러셨다 그말이여.

‘화장은 무슨놈의 화장. 내가 다시는 여기에 올까보냐.’ 그런 마음을 먹고 떠났는데, 아 그 공책을 보고 확철대오를 했어.

 

그 길로 쫓아서 서산대사 계신대로 와서 보니까 이미 서산대사는 열반에 드셨더라 그말이여.

 

‘가히 우습다 소탄자여. 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

이 게송 한마디에 소요대사가 화철대오를 했습니다.

 

 

누가 이 게송偈頌을 모르는 사람이 있으며, 이 게송 글귀를 보고 누가 그 뜻을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소요대사는 이 게송을 보고 확철대오를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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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叅禪은, 깨달음이라 하는 것은 무슨 부처님 경전을 잘 읽고 외우고 해석허고, 그렇게 ‘아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알... 아는 것이 깨침이라면, 경을 날마다 읽고 외우고 해석해 놓은 것을 날마다 읽고 공부허면 다 확철대오를 해서 생사해탈生死解脫을 하겠지만,

참선이라 하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요대사는 대 강사로서 삼년이라고 헌 세월을 한결같이 서산대사의 시봉侍奉을 하면서, 공양供養을 지으면서, 소지掃地를 허면서, 채소를 가꾸면서, 날마다 글 한토씩을 배왔다.

글 한토씩을 배운 것이 그것이 쌓이고 쌓여가지고 견성을 헌 것이 아니라, 결국은 삼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위법망구爲法忘軀적으로 삼년을... 의 세월을 생활을 헌 디에 깨달을 수 있는 기초가 이루어 졌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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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락 하나와 베어진 손가락】

옛날에 중국中國에 구지화상九指和尚이라 한 선사가 계셨는데, 그 스님은 견성을 한 큰 도인이었습니다.
어떠헌 스님이 와서 법을 묻건, 어떠헌 신도가 와서 법을 묻건, 무슨 법을 묻던지 법만 물어면 손가락만 딱! 이렇게 들어보였습니다. 

불법적적대의佛法的的大意를 물어도 손가락을 딱 들고, 조사서래의祖師西来意를 물어도 손가락을 딱 들고, 무슨 법을 물든지 손가락을 딱 들어보였다 그말이여.

 

그런데 하루는 그 구지화상俱胝和尙이 어디 출타를 하고 안계신 때에, 어떤 납자가 먼 곳에서 와가지고 이 법法을 물으러 왔어.

왔는데 그 시자, 어린 사미승이 있었는데, 집을 보고 있는데,

“어데서 무엇하러 오셨습니까?” 

“법法을 내가 물으러 왔다. 큰시님께 법을 물으러 왔다.” 

그러니까,

“큰시님은 지금 안계시는데, 큰시님 안 계시더라도 큰시님이 설한 법은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무엇이든지 물어보고 싶은것이 있으면 나보고 물어보십시오.”

“아! 이... 정말이냐?”고, 

“그러믄요. 큰 스님 법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그래 “불법적적대의가 무엇입니까? 꼭 큰시님 한테 묻듯이 나한테 물으라”고, 쪼끄만한 놈이 앉어서, 

그러니, 법을... 불법... “불법대의佛法大意가 무엇입니까?”
하고 꼬마한테 물으니까,

꼬마가 큰시님처럼 손꼬락을 터억! 

“우리 큰시님 계셔봤자 이 법 외에는 없습니다.”

 

아 그래서 이... 그 시님이 갔는데, 해 저묽에 그 큰스님이 돌아오셨다 그 말이여.

“오늘 별일이 없었느냐?”

“아 어디서 스님이 법을 물으러 왔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

“아 그래서 나보고 물으라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이가 약허 약허해 물어서 내가 이렇게 턱! 했습니다.“

“뭐라고 물었어? 불법적적대의가... 불법대의가 무엇입니까? 물으니까 니가 어떻게 했어?”

“이렇게 했어요.” 탁 내 밀어.

칼을 가지고 그 어린애 손가락을 탁 붙잡고 짤라버렸어.

그러니까 피가 파악 솟으면서 유혈이 낭자해가지고 그 어린애가 펄펄 뛰면서 울고 도망가.

엉엉 울고 저 아주 자... 인자 여그 안살고 딱 즈그 집으로 간다고 도망가는데, 

“아무개야!” 

부르니까 울고 가다가 요리 돌아본다 그말이여.

“불법대의가 무엇이냐?” 한께,

손꼬락을 들라고 요리 쳐다보니까 짤라져가지고 피가 나오고 있거든! 

지가 지 손가락을 보고 어린아이가 확철대오廓徹大悟를 했다 그말이여.  

 

깨달음이라 하는 것은, 이러헌 것이여.

 

우리 용화사 선원은 활구참선活句叅禪을 지도하는 도량道場입니다.

경을 해설하는 것이 아니고, 활구참선을 닦아 나가는 도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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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즉지군불가견覓則知君不可見이니라.
불리당처상담연不離當處常湛然이니라.

나무아미타불.


멱즉지군상담연(불가견)覓則知君不可見이라.
찾은즉 알거라 그대는 보지 못할것이다.

불리당처상담연不離當處常湛然이다.
당처를 여의지, 당처當處를 여의지 아니하고 항상 담연湛然하다.


 - 송담선사 법문 13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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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지수지俱胝竪指

俱胝和尙 凡有詰問 唯擧一指.
後有童子 因外人問 和尙說何法要 童子亦竪指頭.
胝聞 遂以刃斷其指. 童子負痛號哭而去.
胝復召之 童子迴首 胝却竪起指.
童子忽然領悟.

- [선종무문관] 3칙.




* “찾다가 저 죽는다.”

覓則知君不可見
不離當處常湛然.




* “위대한 것은 평범하다.”

眞味只是淡
至人只是常

참 맛은 담담하고,
지극한 이(眞人)는 평범하다.

- [채근담] 7장.



極高明而道中庸
고명高明함에 지극하되 중용中庸에 말미암는다.

- 용庸은 범상凡常(日用)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