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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此菴, 이 암자】

이 뭣고? 2020. 4. 20. 06:52


【이 암자, 吾莫識】

오주차암오막식吾住此庵吾莫識인데
심심밀밀무옹색深深密密無壅塞이로구나.

나무아미타불.


함개건곤몰향배函蓋乾坤沒向背하야
부주동서여남북不住東西與南北이로구나.

나무아미타불.




오주차암오막식吾住此庵吾莫識이다.
내가 이 절에 머물고 있으되, 이 암자庵子에 머물고 있으되 나도 또한 알 수가 없구나.
‘내가 왜 여기에 머물고 있는가’를 알 수가 없다 이거여.


심심밀밀무옹색深深密密無壅塞이여.
깊고 깊고 밀밀해서 옹색壅塞함이 없다.
‘옹색함이 없다’고 헌 것은 아무 부족하고 부자유헌 것이 없다 이것입니다.


함개건곤몰향배函蓋乾坤沒向背요.
하늘과 땅이 앞과 뒤... 뒤가 없고,


부주동서여남북不住東西與南北이다.
동서남북에 방향... 동서남북에 주착住著한 바도 없다.



이 게송은 태고보우太古普愚 선사가 당신이 주석駐錫하고 계시었던 태고암에서 ‘태고암가太古菴歌’라고 허는 시詩를 읊은 한 구절입니다.
여기에 표현한 암자菴子라고 하는 것은 태고암에 대한 말이겠으나, 산승山僧이 이 게송偈頌을 볼 때에는,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 사바세계娑婆世界가 자기의 암자요,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 대한민국大韓民國이 자기의 암자요,
우리가 삼동三冬에 지냈던 자기의 그 선원禪院 그곳이 바로 자기의 암자요,
가깝게 말허면 우리가 머물러 입고 있는 이 육체肉体가 각자 자기의 조그마한 암자가 될 것입니다.

그 암자에 왜 자기가 지금 이 육체를 짊어지고 댕이며, 왜 이 한 철에 자기의 그 석 달 동안 지낸 그 선방禪房에 지내게 되았는가?
물론 ‘이래저래 해서 이러한 인연因緣으로 거기에 산다’ 고 말은 할 수가 있겠으나 사실은 알 수가 없습니다.
왜 금생에 이 몸띵이를 뒤집어쓰고 나왔는가?
이 조그만한 ‘육체肉体’의 암자菴子를 가지고 태어났는가?
한 생각 한 생각이 왜 이 한 생각... ‘생각 자체’를 우리는 암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알 수 없는 생각이 끊임없이 일어나되 그 생각이 밀밀密密하고 깊고 심... 깊고 깊어서, 그 생각이 일어나는 생각을 어떻게 자기가, ‘왜 그 생각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가’를 모릅니다.
그러되 아무 걸림이 없이 생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 생각 일 분 일 초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의 육체도 한 생각으로 인해서 이 육체를 받아났으나, ‘그 육체가 어디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갈런지’ 모릅니다.

물론 분석을 하면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로 뭉쳐졌고 또 죽게 되면은 지수화풍 사대로 돌아가겠으나, ‘지수화풍地水火風 그 자체自体를 우리는 또 모릅니다.’
우리의 생각이 일어나는 생주이멸生住異滅도 알 수가 없고, 육체를 이루고 있는 지수화풍도 사실은 그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모르는 것입니다.
모르지마는 우리는 또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고 일 분 일 초를 그렇게 살고 있는 것입니다.

하늘... 하늘은 머리 우에 있고 땅은 다리 밑에 있으나, 어디가 앞과... 어디를 두고 앞이라고 허고 어디를 보고 뒤라고 허겠으며, 동서남북東西南北을 우리는 나침판羅針盤을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마는 동서남북은 원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편의상 경도經度다, 위도緯度다 해 가지고 동서남북을 지도상에 그려 놓고 있습니다마는, 이름이 동東이고 이름이 서西지 원래 동서남북은 없는 것입니다. 그러한 속에서 우리는 또 오늘을 살고 있고 한 시간 한 시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일 불법佛法을 만나지 못하고 또 정법正法을 만나지 못해서 화두話頭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 않다면은, 우리는 나침판 없는 쪼각배로 저 태평양 속에 던져져 있는 거와 같은 신세身世일 것입니다.

이 끝없는 우주법계宇宙法界 속에 이 몸뚱이는 태어났으며, 그 속에서 끊임없이 희로애락喜怒哀樂 속에서 우리는 물거품처럼 떠돌다가 언제 꺼져버릴는지도 모를 것입니다마는, 우리는 다행히 불법을 만났고 또 정법을 만나서 우리는 우리의 갈 길이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의심, 의관疑觀이라고 허는 화두話頭를 가지고 우리는 분명히 목표가 있고, 그 목표目標를 향向해서 또 하루를 살아가고 있어서, 정처 없는 무주고혼無主孤魂으로... 신세로 일생을 살다가 육도六途를 또 윤회輪廻하게 될 그러한 처절하고도 외로운 영혼이 우리는 아닙니다.

우리는 분명히 갈 곳이 있고 분명히 목표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비록 보잘 것 없는 한 중생衆生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뚜렷이 목표目標가 있고, 우리 몸띵이 속에 비로자나 법신毘盧遮那法身이 상주常住하고 계신 그 법法을 믿기 때문에, 우리는 설사 말세末世에 태어났고, 온 세계가 성주괴공成住壞空과 흥망성쇠興亡盛衰의 속에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으로 싸우고 있고, 언제 불바다가 될는지도 모르는 이 사바세계에 살지마는 우리는 결단코 그러한 생사生死 속에 영원永遠을 살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행하고 행복幸福한 존재存在들이면서, 동시에 우리는 행복하고 경행慶幸할 그러헌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정녕 영원히 행복하게 살고 영원히 바르게 살랴면은, 우리는 한 생각 속에 화두話頭를 놓치지 않도록 단속團束하는 길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해제일을 맞이해서 우리는 조실 스님의 법문을 한 편을 듣고, 산승은 우리 형제자매 도반 여러분들을 향해서 이러헌 다행多幸한 인연因緣을 만난 것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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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석 달 동안에 용화사 또 중앙선원 또 인제 법보선원 또 저 전주의 위봉사 선원 또 승련사 선원, 대전에 또 이 복전암 선원 또 세등선원, 방방곡곡에서 정법을 믿는, 목숨을 걸고 수행하던 정진하던 도반들이 모였으니 두서없이 이렇게 말허고 있습니다마는, ‘우리가 헐 것은 오직 이 한 생각을 단속하는 일 뿐’입니다.

한 생각으로 인해서 그것이 무량겁無量劫이 되고, 우리의 이 한 생각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서 도솔천兜率天에도 가고 극락세계極樂世界도 가고 또 육도六道도 윤회輪廻하게 되는 것인 만끔, 해제를 했다고 해서... 다음 산철결제 또 여름결제를 우리는 또 결제를 하게 됩니다. 해제 동안에 정말 단속團束을 잘해서 정진精進을 잘해야 우리는 분명 목적을 달성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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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노년怕死老年에 친서가親釋迦한데
두상광음전두비頭上光陰轉頭飛로구나.

나무아미타불.


제득혈루무용처啼得血淚無用處라
불여함구과잔춘不如緘口過殘春이로다

나무아미타불.




파사노년怕死老年에 친서가親釋迦로다.
죽음이 두려운 노년老年에사 석가釋迦를 친했다.
억만 겁을 윤회를 허다가 겨우 금생에사 이렇게 불법을 만나게 되았다 이것입니다.


그런데 두상광음頭上光陰은 전두비轉頭飛여.
머리 위의 광음光陰은, 세월은 번갯불처럼 지내가고 있다.


제득혈루啼得血淚라도 무용처無用處다.
밤새도록 울고 울어서 피눈물이 난다 하더라고 쓸 곳이 없구나.


불여함구과잔춘不如緘口過殘春이다.
입을 다물고 남은 봄을 지낸 것만 같지 못하다.

이러헌 고인古人의 시詩를 읊었습니다.



비록 우리가 부처님 열반涅槃하신지 삼천년이요 이 말세에 태어났고, 무량겁을 유전流轉을 하다가 금생에 이렇게 불법을 만났는데, 그런데도 세월은 번개처럼 흘러가서 엊... 엊그제가 젊었을 때인데 벌써 흰머리가 희끗희끗 나고 얼굴에는 주름살이 잽혔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생사生死는 늙었다고만 해서 금방 죽는 것도 아니고, 젊다고 해서 또 앞으로 몇 백 년을 산다고 아무도 보증을 헐 수가 없습니다.

무상無常하지마는 우리는 한 생각 단속한다면 그 무상無常 속에 영원永遠을 사는 길이 거기에 있고,
무상할수록에 더욱 우리는 가다듬고, 정신을 가다듬고 일 초 일 초를 소중히 여기고 그리고 정진精進을 할 것을 다짐하면서 법상에서 내려가고자 합니다.


- 송담선사 법문 66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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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住此庵吾莫識 
深深密密無壅塞 
凾盖乾坤沒向背 
不住東西與南北 

珠樓玉殿未爲對
少室淸規亦不式 
爍破八萬四千門 
那邊雲外靑山碧

- 태고보우太古普愚.



*
低頭仰面無藏處
雲在靑天水在甁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쳐들어도 숨은 곳이 없으니
구름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속에 있네.

- 약산유엄藥山惟儼


*
一太空間無盡藏
雲在靑天水在甁

하나(一)인 태공간太空間의 무진장無盡藏.
구름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 속에 있네.

- 사명송운泗溟松雲